현대·기아차, FX시리즈 테스트 드라이빙 결과 발표에 발끈"동등한 조건의 주행실험 아니다"

‘현대버스 vs , 제대로 한 번 붙어볼까?’

현대기아차가 의 신모델 ‘FX시리즈’의 정면 도전에 발끈(?)하고 나섰다. 가 새로운 차량 모델인 ‘FX’를 내놓으면서 경쟁 상대인 현대기아 버스 보다 ‘연비가 우수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서다.

국내 버스 업계 양대 라이벌 간 ‘갈등’에 도화선이 된 것은 의 고객초청 테스트 드라이빙. 는 지난 3월 국내 관광 및 버스 운송사업자 100여명을 초청, 서울-강릉간을 운행하며 신제품 ‘FX’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테스트 행사에서 는 자사의 신모델 차량인 ‘FX’와 경쟁사 버스를 동시에 운행하며 연비 성능을 과시했다. 결과는 ‘FX’의 판정승. 주유소에서 똑같이 기름을 넣는 장면과 계기판의 오일 게이지 표시까지 일일이 참가자들에게 보여 주면서까지 연비 개선 효과를 알린 것.

실제 운행 후 가 발표한 측정 자료에서도 는 앞선 연비 성능을 보여줬다. FX212가 서울-강릉간 운행 하루 동안 기록한 연비는 4.51km/l로 함께 운행한 현대버스의 연비 4.11km/l 보다는 높게 나타난 것. 는 이를 자료로 만들어 고객들에게까지 공개하면서 신제품 FX시리즈의 판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까지는 O.K. 하지만 의 이 날 시승행사와 연비 테스트 자료가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하자 현대기아차 측이 들고 일어섰다. 한 마디로 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현대기아차는 당장 의 발표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보도한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공식 항의에 돌입했다.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반론 자료를 제공하며 직접 맞대응에 나선 것.

특히 연비 비교는 두 회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항목이다. 무엇 보다 현대기아차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비교 테스트 과정의 ‘정당성’ 여부. 즉 같은 차의 연비를 비교하려면 동등한 조건에서 주행과 측정을 실시해야 하는데 의 테스트 드라이빙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현대기아차는 의 테스트 드라이빙에서 사용된 차량에서부터 균등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이 날 테스트 때 사용된 FX는 공장에서 출고된지 얼마 안된 새 차인데 현대버스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관광 등의 목적으로 기존에 운행되던 중고차를 가져다 테스트에 사용하면 새 차의 연비가 높게 나오는 것이 당연지사라는 이유에서다.

또 현대기아차에서 제공하거나 인정한 차량이 테스트에서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테스트 결과가 공인된 자료가 될 수 없다는 근거로 제시한다.

현대 유니버스

또 구체적인 연비 측정 방식에 있어서도 현대기아차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비 테스트를 하고 비교를 벌이려면 차량에 탑승하는 인원의 숫자와 무게 등을 균등하게 해야 하는데 의 테스트 드라이빙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테스트 드라이빙에서 사용된 여러 버스의 탑승 인원 숫자를 세고 무게를 측정했는지, 또 동일한 하중을 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가 발표한 연비에 대해서도 현대기아차는 전혀 수긍할 수 없는 수치라고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연비의 경우 0.00 등 소수점 이하 단위로 차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미묘한 차이도 실제 오랜 시간 주행에서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내는 만큼 보다 정확한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연비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려면 연구소 차원에서 테스트 드라이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정하게 중립적인 검증인 입회 하에 과학적인 연비 테스트로 자웅을 겨뤄야 한다는 것. ‘그저 차량 몇 대를 갖다 놓고 비전문가들이 벌이는 연비 테스트는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에서 현대기아측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맞대응, 현대기아차는 신모델 2008년형 유니버스를 내놓으면서 연비 4.72km/L 실현했다고 공식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실주행 연비 테스트한 결과 수원~원주~제천간 왕복 주행하며(평지 70%,산악 30%) 유니버스는 평균 4.72km/L로 나타났다고 근거 자료도 제시하고 나섰다. 이는 경쟁사 대비 12% 우세한 결과로 고유가 시대에 당당히 맞서 고객의 운송수익을 최대화하는데 적극 부응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기아측의 반박이다.

또 신규로 출시한 2008년형 유니버스는‘유로4’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는 친환경 버스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별도 첨가물(우레아)을 넣는 SCR방식이나, 고압에 노출되어 내구성이 취약하고 배압이 높아 출력저하 및 연비악화가 우려되는 기존 DPF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반영구적 수명의 EGR+PMC시스템을 적용했다는 것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대우버스

의 최근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은 국내 버스 시장의 굴곡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한 마디로 국내 버스 시장에서 가 원래 강자로 오랜 기간 군림했던 것. 는 국내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구가해 왔지만 IMF 사태와 대우 그룹 해체 등의 질곡을 거치면서 사세가 위축돼 왔다.

그 사이 시장을 파고들며 새로운 지배자 자리를 차지한 것이 현대 기아차의 버스. 최근까지 현대기아차는 버스 시장에서 60% 내외를 점유하며 과반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오고 있다. 때문에 는 이번에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연비 비교 논란과 관련해서는 현대기아차나 양측 모두 주장과 반론을 거듭하면서 조금의 양보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필요하다면 공식적인 연비 테스트에 나서겠다’는 입장은 일치한다. 공증된 기관의 입회하에 정식으로 연비 테스트를 실시한다면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것. 그럼에도 서로 갑을논박하면서 ‘이전투구’식으로 싸우는 모양새가 돼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스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대당 마진이 높은 차종이라 그만큼 판촉 경쟁도 치열하다”며 “비교 연비 테스트가 실제 실시되기는 힘들겠지만 양 측의 대결은 앞으로 상단 기간 지켜볼 만 한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