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장 안대희

[People] 예외를 인정치 않는 '칼'
대검 중수부장 안대희

‘재신임 발언 쇼크’의 진원지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이었다.

‘도’ 아니면 ‘모’라는 식의 막다른 선택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몰고 간 직접적 계기는 검찰의 SK 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였다. 수사의 일선 지휘관인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그를 가리켜 “지금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의 실세”라고 부를 정도다. 노 대통령의 ‘불간섭’ 선언 이후, 검찰은 과거 정권들에선 상상할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 권한이 올바르게 행사되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 정국을 격랑 속으로 몰아 넣은 돌풍의 진원지가 대검 중수부라는 점에서 안 중수부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 보는 시선은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안 중수부장은 특수부 검사로서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경력을 거쳤다. 대검 중수부 1, 3과장과 서울 지검 특수 1, 2, 3 과장 등 전국의 수사 검사들이 선망하는 특수수사의 요직은 모조리 밟아왔다. 그런 그도 비운의 시절을 겪어야 했다.

2001년6월에 이어 지난해 2월 검사장 승진에서 연거푸 탈락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내내 지방 한직을 전전하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 정권 초기 건설 회사 하도급 비리 수사를 하며 정권 실세의 스폰서들까지 ‘싹쓸이’ 수사 하는 바람에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최근 사석에서 밝힌 소회에는 당시를 보는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두 번 물 먹고 옷 벗으려다 겨우 검사장이 됐을 때 결심했어. 앞으로의 내 자리는 덤이라고. 이 자리에서 검사 인생을 마무리 할 거야.”

안 중수부장은 수사만 일단 시작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법조계에 평판이 나있다. 검찰 인사권자들은 그에게 “통제가 안 된다”고 꼬리표를 붙였다. 거꾸로 후배들에게 그는 ‘강골 중의 강골 검사’로 손꼽힌다. ‘수사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그는 “언론에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특수 검사의 금도를 예사로 무시하기도 한다.

지난 3월 특수부 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중수부장에 임명된 게 같은 경남(함안) 출신으로 사시 동기(17회)인 노대통령으로부터 수사 능력을 인정 받은 결과라는 구설도 따랐다. 그는 멈추지 않는다. 노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 안희정, 최도술씨 등에게까지 잇따라 수사의 칼끝을 치켜 들었다. 그는 공언했다. “나에게는 권력이 아니라 의무만 남아 있다”고. 그 ‘의무’가 과연 수사 결과를 보여줄 지 사뭇 궁금할 뿐이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3-10-15 14:06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