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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YS와 강삼재


소위 ‘안풍(安風) 사건’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강삼재 전의원은 6일 기자회견에서 목이 메어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항상 ‘정직하라’,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 하라’고 가르쳤다. 내가 모신 분에 누를 끼친 것은 사실이며 언젠가 만나 진실을 이야기하면 그분도 이해하실 것으로 믿는다.”

앞서 이날 아침 상도동에 몰려든 기자들에게 YS는 못마땅한 듯 측근에게 이 한마디를 전하라고 했다. “한마디도 안 할끼다”고.

YS는 우리의 역대 대통령 중 자전적 회고록 8권을 쓴 첫 대통령이다. 2000년 1월에 나온 ‘김영삼 회고록’1ㆍ2ㆍ3권은 대통령이 되기까지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을 쓴 것으로 1,097쪽에 이른다. 이듬해 2월에 나온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은 재임 중의 얘기를 다뤘다. 상ㆍ하권 797쪽.

YS 회고록에는 강 전의원에 대한 대목이 10여 군데 나와 있다. ‘정직’과 ‘역사’에 대한 것이며 우리의 ‘정치 풍토’ 등에 대한 나름의 느낌을 적고 있다. YS는 ‘안풍’사건이 일어났던 96년 4월 11일, 15대 총선에 나설 신한국당 277명의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당시 강 사무총장과의 관계에 대해 “나는 공천의 전 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당에서 추천한 단일후보까지 바꿀 정도로 내가 직접 최종 인선을 했다”고 밝혔다.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인들이 이 땅에 만들어 놓은 커다란 범죄 중 하나가 정치와 정치인들을 국민으로부터 멀리 분리시킨 것이다. 역대 독재자들은 끝없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의 눈을 속였지만, 나는 거짓은 정의 앞에서, 독재는 민주주의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는 역사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고, 결국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다.”

“공천의 실무작업은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과 청와대 이원종 정무수석에게 맡겼다. 강 총장과 이 수석은 나와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해 왔으며, 정치적 판단과 감각이 뛰어나고 사심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강삼재 총장과는 2주일에 한번 이상 직접 만났고,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로 공천 과정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나는 당에서 천거한 복수의 후보자 명단을 놓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최종결정을 해갔다. 40여년간의 정치생활을 통해 나 나름대로 정치인을 판단하는 기준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고 정치인들 신상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선정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졌다.”

그 결과, 신한국당은 131석(국민회의 79석, 자민련 50석)을 얻어 대승을 거뒀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여당이 서울에서 1당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YS는 자평했다.

YS는 97년 8월 대선을 치르기 위해 당ㆍ정을 개편했다. 당 대표직에 이회창 대표를, 사무총장직에 강 전의원을 올렸다. “이회장 대표는 나의 오랜 측근인 강삼재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기용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강 의원은 몇 차례 고사했지만, 끝내 나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강삼재 사무총장의 기용을 통해 나는 이회장 후보의 입지를 보다 튼튼히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정치 9단’이란 YS에게 신의, 의리, 약속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한국당 경선자였던 이인제 경기지사의 탈당과 대통령 출마였다. 9월 11일 자정께 YS는 이 지사에게 전화했다. “이 지사, 아니 탈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요? 어떻게 탈당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경선에서 졌으면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인제 지사는 나의 책망에 대해 ‘그런 일 없습니다. 절대 탈당 안할 겁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YS는 강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 총장, 이제 됐다. 이인제 이제 걱정 안해도 된다.”

그러나 이틀후 아침 조깅을 마친 YS에게 이 지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각하, 죄송합니다. 저 오늘 탈당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회창으로 도저히 안된다.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며 막무가내인 상황이라 저로서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변명을 늘어 놓았다. 나는 화가 치밀어 그가 미처 얘기를 끝내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흔히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내 밑에서 나를 보좌했거나 비서 역할을 한 사람들은 모두 내 말을 잘 들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들이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치적으로 입신을 하게 되면, 더 이상 나의 말을 쉽게 수용하지 않게 된다. 그들은 이미 내 말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이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이다. 국민들은 97년 대선 당시 내가 이인제씨를 말렸으면 그가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정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번 ‘안풍’사건에서 강 전의원이 1심 유죄판결을 事?때까지, 3년여 동안 진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YS에 대한 강 전의원의 ‘의리’때문인가. 이해 관계에 따른 변심이나 배반을 유보한 것일까.

YS는 ‘대통령 회고록’서문에서 “퇴임 이후의 시간까지도, 적어도 나의 경우에 있어서는, 대통령 재임기간의 연장 바로 그것이기 때문에 퇴임 이후까지를 기록해야 비로소 나의 회고록은 완결된다”고 적었다. 강 전의원에 대한 진실을 회고록 3부에서 밝히길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4-07-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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