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의 전쟁' 진두지휘한 금연전도사

[피플] 박재갑 국림암센터 원장
'담배와의 전쟁' 진두지휘한 금연전도사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금연운동을 벌이지 않으면 국민의 질타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국내 금연 운동을 주도하던 ‘금연 전도사’ 박재갑(57) 국립암센터 원장이 ‘세계 금연의 날’(5월31일)을 맞아 5월30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금연 공로상을 받았다. 암 센터의 수장으로서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추진하고, TV에서 흡연 장면을 방영하지 못하게 하는 등 ‘담배와의 전쟁’의 총 지휘를 맡았던 그의 공로를 세계가 인정했다. .

담배와의 전쟁은 2000년 3월 초대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암 사망자의 30%가 흡연 때문이라는 현실을 보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금연 운동을 시작한 것이 첫걸음이었다.

이번 수상은 그를 금연과의 전쟁 속으로 더욱 세차게 밀어넣고 있다. 수상 소감도 금연의 해악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매일 130명의 국민이 담배로 인해 사망합니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4배나 많습니다.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그의 ‘담배와의 전쟁’은 국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담배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의 입법 청원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 지금까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150명)를 넘는 167명의 찬성 서명을 받았다. 앞으로 50여 명 의원의 동의를 더 얻어 올해 안에 입법을 청원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담배를 제조하거나 수출ㆍ수입ㆍ매매ㆍ소유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담배를 제조ㆍ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나라는 현재 부탄이 유일하다.

얼만 전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담뱃값 인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 생명을 담보로 경제성장을 이룩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던 그는 장기 흡연자의 금연을 재차 강조한다. “수십 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들이 이제 끊어야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고 하지만 금연 1년이면 돌연 심장마비 사망 가능성이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그래도 안 끊겠습니까”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6-09 18:42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