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생각] '진위 여부'란 없다


‘진위’를 확인하는가, 아니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가. ‘진위’ 다음에 ‘여부’를 연결해서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1) 검찰은 문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2002년 수사 자료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ㅅ신문)

(2)상품도 명품 브랜드 본사로부터 직접 공급받기 때문에 상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ㅎ신문)

(3) 로또복권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자 선정 과정에 당시 여권 실세가 개입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진위를 확인 중입니다.(ㅁ신문)

(1), (2)의 ‘여부’는 없어야 할 말이다. 참인지 거짓인지 밝히거나 확인하면 됐지, 정말 참인지 아닌지, 정말 거짓인지 아닌지 밝히거나 확인하여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하려다간 진위조차 가릴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정 ‘여부’라는 말을 쓰고 싶으면 (1)은 ‘사실 여부’로, (2)는 ‘진품 여부’로 바꿔 쓰면 된다. 여기저기 ‘진위 여부’가 난무하는 중에도 (3)은 ‘진위’를 제대로 썼다.

요컨대 ‘찬반(贊反)’, ‘진위(眞僞)’, ‘생사(生死)’, ‘남녀(男女)’, ‘장단(長短)’처럼 상반된 뜻이 어울려 된 단어에는 ‘여부’를 붙이지 않는다. 이 점 유념하여 ‘헛일’을 하지 않도록 하자.

입력시간 : 2005-10-1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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