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요 경제 정책이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면서 종합경제부처인 재정경제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는 경제 정책의 수석 부서로서 각 부처간의 이견을 조정해 통일된 정책을 만들고 이를 차질없이 시행하는 것을 임무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간의 다른 의견이 사전 협의도 없이 수시로 외부에 누출돼 혼선을 빚는 등 물밑 조정 기능이 약화하면서 잇단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급기야 자체 정책 평가에서 “정부부처간 이해관계 대립으로 정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며 조율능력의 한계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는 결국 재경부가 본연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사례다.

세상의 모든 조직은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가 바로 그 조직을 책임진 사람들의 리더십이다.

‘책임진 사람들’이란 최고 책임자뿐만 아니라 중간이나 하위 책임자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사람은 역시 최고 책임자다.

학교의 교장, 회사의 사장, 나라의 대통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이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는 결정된다.

리더십과 관련해서는 귀감이 됐건 반면교사가 됐건 과거와 현재에 걸쳐 많은 인물들이 거론된다. 과거 역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부터, 전ㆍ현직 대통령, 성공한 기업의 오너나 CEO 등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리더십 스타일이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가장 실감나게 리더십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사람이 있다. 바로 축구 국가대표팀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9월 부임이후 두 달도 안 된 기간에 세 차례에 걸친 외국팀과의 평가전에서 2승1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경기 내용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전임 감독 때의 무기력했던 대표팀이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이를 본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감독 한 사람이 바뀌니 이렇게 달라지는구나”하고 경탄해 마지 않았다.

제대로 된 리더십의 파급력을 피부로 확실히 느낀 것이다.

아드보카트 리더십의 특징이 무엇이냐에 대해선 분석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를 종합하면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칭찬을 많이 해 선수들의 힘을 북돋워 준다는 것이다. 훈련 중에 잘못이 있더라도 질책 보다는 격려로 대해 더욱 열심히 뛰게 만든다.

칭찬에 인색한 우리 국민의 입장에선 새겨 들을 만하다. 두번째론 선수들의 응집력 창출이다. 팀내 기강을 확고하게 세우고, 과학적인 전술과 정신적인 동기 부여로 선수들의 기량과 단합심을 키운다.

선수들의 포지션을 다양화하고 경쟁심을 유발해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제대로 된 스태프의 기용이다.

아드보카트는 한국 선수를 잘 아는 경험 많은 외국인 코치와 선수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는 국내 대표팀 출신 코치를 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스태프, 즉 참모는 리더십을 강화시키느냐, 약화시키느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만큼 참모를 잘 쓰면 조직이 강해지고, 잘못 쓰면 조직이 약화하는 것이다.

아드보카트의 리더십은 세계적인 경영자였던 잭 웰치 전 GE회장이 제시한 리더십 요소와도 일맥상통한다. 웰치는 바람직한 리더십의 요소로 4E와 2I를 들었다.

4E는 ‘Energy(활력)’ ‘Energize(동기부여)’ ‘Edge(결단력)’ ‘Execute(실행력)’을 말하며, 2I는 ‘Integrity(성실성)’ ‘Intelligent(똑똑함)’를 일컫는다.

아드보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재경부도 그의 리더십을 분석해 경제 정책 결정에 반영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재경부가 아드보카트 리더십의 어떤 요소에 중점을 두어 정책 입안에 참고할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은 리더십의 시대다. 민주화와 인터넷 등 IT기술의 발달로 분권화 현상이 심화한다 해도 리더십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가고 있다.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정치권과 기업, 학교, 가정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리더십은 어떤지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김양배 부국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