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정초에 ‘대통령 레이건-상상력(imagination)의 승리’를 펴낸 칼럼니스트 겸 역사학자인 리차드 리브스는 당혹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범한 실책 가운데 가장 중대한 것’의 순위를 정한 켄터키 주 루이빌 대학의 대통령 리더십 연구기관인 매코널센터가 10대 실책 대통령에 9번째로 로널드 레이건을 선정한 것을 보고도 그랬을 것이다.

또 리브스가 1993년에 펴낸 ‘대통령 케네디-권력의 프로필’, ‘대통령 닉슨-백악관에서 홀로’의 주인공들이 모두 실책 10걸 안에 든 것에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존 F 케네디는 61년 쿠바 사회주의 정권을 전복하려 쿠바 난민들로 구성된 특공대를 피그만에 상륙시키려 한 실책으로 8위에 올랐다. 리처드 닉슨은 72년 민주당사를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일으키고도 이를 은폐하려고 기도해 미국 국민을 속인 실책으로 5위에 올랐다.

이번에 낸 책의 주인공 레이건은 84년~89년 엘살바도르 반군에게 이란에 판 무기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은폐한 실책으로 9위에 오른 것이다.

리브스는 5년 이상 수백 명의 인사를 만
나고, 그때까지 나온 레이건에 대한 9백여
종의 평전 등을 훑어보며 그를 그려냈다.

뉴저지 주에 있는 스티븐슨 공과대학의 엔지니어링 석사 학위 보유자인 리브스는 66~71년에 뉴욕타임스(NYT)에서 워싱턴 지국 정치부 수석기자를 지냈다.

1967년 취임 1년차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재임 중이던 레이건이 뉴욕 주지사인 넬슨 록펠러와 ‘공화당 대통령 만들기 드림팀’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취재하기 위해 그는 레이건을 만났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그에게 레이건은 엉뚱한 말을 했다. “나는 뉴욕 사람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소. ‘엠파이어 빌딩 꼭대기와 자유의 여신상에 가보았느냐’라는 것이요.”

리브스는 엉뚱하다고 느꼈고 인상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 막바지인 73년 4월의 ‘화요일 대학살’(비서실장인 할레만, 법률고문 에리히만의 축출)을 치른 이후 ‘백악관에 홀로’ 앉아 자진 사임이란 수순을 밟는 고뇌를 그린 ‘대통령 닉슨’을 펴낸 후 레이건 평전에 착수했다.

올해 나온 ‘대통령 레이건’은 그가 재임한 81년 1월~89년 1월에 걸쳐 날짜별로 레이건 백악관의 움직임을 쓴 책이다.

리브스는 살아 있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평전쓰기를 아낀다.

75년에 재임 중인 대통령에 대해 쓴 ‘포드냐 링컨이냐’, 84년 재임 중이던 레이건에 대해 쓴 ‘레이건 팀의 우회’가 별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책들이 신문기자적 성급함 탓에 내용이 채 덜 익었다고 느꼈다.

레이건은 2004년 6월 세상을 떠났다. 리브스는 이 장례식을 지켜보며 레이건이 재임 때 뉴욕타임스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스티븐 와이스만이 코멘트한 것에 동감했다. “장례식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이 말하는 레이건은 내가 매일 취재했던 그가 아니다.”

리브스는 5년 이상 수백 명의 인사를 만나고, 그때까지 나온 레이건에 대한 9백여 종의 평전 등을 훑어보며 그를 그려냈다. 리브스는 레이건 연구 5년 동안, 1967년 첫 만남 이후 38년 간이 흐른 시간 속에서 찾아낸 그의 리더십 코드가 있었다.

“레이건은 현실을 볼 때, 그리고 하나의 사실을 접할 때, 픽션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상상력을 가지고 이를 판단하며 대통령으로, 정치인으로, 이상과 신념을 갖고 실천해 나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통령 레이건’의 부제로 ‘상상력의 승리’를 달았다.

리브스는 ‘상상력으로서의 레이건’의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 워즈’라고 불리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의 아이디어를 든다.

레이건은 1940년 ‘공중에서의 살인’이란 공상과학영화에 출연했다. 그때 그는 해군작전사령관 역을 맡았다. 이 사령관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의 법칙’을 이용하면 로켓, 폭격기를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레이건은 이런 공상 같은 상상력이 대통령 취임 2년째인 82년 합동참모회의에서도 논의되는 것을 보았다.

“미국은 공격보다 방어에 중점을 두면 평화를 얻을 수 있다. 432개의 인공위성으로 우산을 만들면 어떤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유도탄이라도 격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레이건은 1,500억 달러의 연구비를 투입하면 ‘1940년의 상상력’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고를 받았다.

“그것이 바로 내 생각이다. 미국 국민을 적을 공격하겠다는 증오로 가득차게 하는 것보다 방어로써 보호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핵무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연구를 추진하자”고 일기에 썼다.

이런 ‘상상력의 레이건’은 복잡한 국내 정치, 국제 정치를 단순화시키게 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자유주의 민주공화국이라는 이상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보수주의는 계속 견지했다.

리브스는 결론 내리고 있다. “그는 문자(words)로 말하는 것이 행동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정부를 다스리는 게 아니다. 국민을 이끌고 가는 것이다. 그는 ‘공산주의는 패배하고 미국이 이긴다’는, 상상력을 넘은 신념을 지녔다.”

많은 서평자들은 리브스의 ‘대통령 레이건’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잘 알려주는 책이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 2007년 대선에 나설 후보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