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나친 금융제재와 강경 노선으로 북한 지도자들로 하여금 올가미가 조여지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고 본다. 북한의 핵무기가 여전히 초기 수준에 있는 동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 성공”을 공식 발표한 지 사흘이 지난 10월 11일.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는 충격은 “아직도 한반도 비핵의 길은 있다”는 한가닥 바람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한을 화해 협력의 동반자로 규정해 대화와 대북지원을 통해 개혁·개방과 국제화의 길을 걷게 하겠다는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이 그 ‘길’이다”고 조용히 말하는 목소리가 워싱턴 정가에서 들려온다.

적어도 북한을 네 번 이상 다녀온 미국의 북한통들이다. 그중 4명이 10월 9일 북한 핵실험 발표 후에 낸 의견을 요약해 본다.

도널드 그레그 (1989~93년 주한 미대사. 조지 부시 부대통령 때 안보보좌관 역임)=

<공항(패닉) 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살하려고 실험하지 않았다. 북한의 생존과 변혁을 위한 길이다.

이번 핵실험의 주동세력은 북한 군부 내 강경파다. 그들이 변혁을 요구하는 온건파를 누르고 강행했다. 미국은 북·미 양자 회담을 통해 북한 내 온건파에 힘을 실어줘야 하나 그렇게 할 것 같지 않다. 부시 행정부는 말을 잘 듣지 않는 북한 같은 나라와는 양자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를 착한 행동에 대한 보상쯤으로만 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가 반대 국가나 집단에도 유용한 수단임을 경시하고 있어 문제를 일으킨다.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와도 대화하지 않고 있다. > (10월 10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기고).

세리그 헤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전 워싱턴포스트 동북아 지사장. 지난 9월 19일~23일 열 번째 방북)=

‘핵실험 와중에 협상해야 할 이유’ (10월 10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북한은 미국이 오랫동안 기피해온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회담에 시동을 걸려는 마지막 시도로 핵실험을 한 것이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9월 방북 때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나에게 말했다.

“당신들(미국)은 다른 핵 보유국과 잘 지내면서 왜 우리와는 안되나. 우리는 핵을 가지고도 미국과 잘 지낼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베이징 합의(2005년 9월)를 단계적으로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완전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하지 않겠다.”

나는 미국이 지나친 금융제재와 강경 노선으로 북한 지도자들로 하여금 올가미가 조여지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고 본다.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갖고 게임하는 것은 위험해졌다. 북한의 핵무기가 여전히 초기 수준에 있는 동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이크 치노이 (국제정책에 관한 태평양위원회 수석연구원. CNN 베이징·홍콩지사장, 92년 80세 김일성 취재. 94년 6월 카터 방북 취재. ‘차이나 라이브(China Live)’ 94년 발간)=

치노이는 뉴욕타임스가 9일(현지 시간) 질문한 부시 대통령의 “북한의 이번 실험은 큰 위협이다”는 성명의 해석을 부탁받고 밝혔다.

“부시는 본질적인 것을 말한 것이다. 그는 레드 라인을 결국 결정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핵폭탄을 가진 것을 안다. (다른 나라에) 핵을 확대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말라’ 라고. 비록 대 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나름대로 레드 라인을 갖고 있었다. 비록 수사(修辭)가 거친 때도 있었지만 부시의 성명으로는 북한의 이번 핵소동을 실제로 중지 시킬 수가 없었다.”

치노이는 그 이유를 아프간과 이라크에 묶여 있는 부시의 어쩔 수 없는 환경을 들었다. 또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겪고 있는 한국 내 보수주의자들의 압력이 포용정책 재고찰을 가져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피터 헤이즈 (버클리대 에너지공학 박사. 98년 9월~2000년 10월까지 평남 온천군 운하리에 풍력발전기 7대 건설. 93년 그의 책 ‘핵 딜레마-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뿌리와 전개과정’을 역사비평사서 발간>=

헤이즈는 10월 10일자 노틸러스 인터넷에 ‘평양에 있는 스트레인지 러브(strange love) 박사’라는 짧은 에세이를 실었다.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1964년 영화 ‘스트레인지 러브 박사’의 부제목은 ‘나는 어떻게 걱정을 접고 핵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는가’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스트레인지 러브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다.

그는 핵실험을 해 이웃국가들이 핵폭탄을 좋아할것이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한국, 일본, 심지어 중국까지 핵실험 비난에 나섰다. 세 나라는 모두 북의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있다. 미국은 북한과는 함께 살수 없다고 한다.(···) 5자는 어떻게 이 핵실험에 대처해야 할까? 당장에 가장 좋은 답은 김정일의 핵폭탄에 대해 가만이 있거나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것이다. (···)

좋은 방법은 6자 내에서 3자끼리 묶어 포럼을 갖는 것이다. 우선 미국과 중국은 서로 ‘책임따지기’를 하지 말고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의논하는 것이다.

미국은 또 일본·한국과 3자 포럼을 가져 독자 핵을 가지는 것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보다 못하다는 것을 의논한다. 또 중국, 북한, 한국은 나름대로 3자회의에서 일본이 핵무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평양의 김정일은 “이제는 싸움할 필요가 없다”고 손들 것이다.>

부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네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