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언론에서는 이후 달라질 정치권을 전망하면서 고 전 총리의 대통령 입후보 포기를 ‘출마 포기’, ‘중도 하차’, ‘낙마’라는 말로 나타냈다.

①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민주당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탈당이 예상됐던 열린우리당 통합 신당파 의원들과 ‘제3지대’를 형성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당분간은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 등 체제 정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중략)

고 전 총리의 중도 하차는 여당 의원들의 선도 탈당과 이를 발판으로 한 ‘제3지대’ 구성 전망을 흐려놨다. 고 전 총리와 여당 신당파 등 연대의 대상을 잃은 민주당으로선 향후 정치권 흐름을 관망하면서 ‘당 추스르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길이 보이면 가면 되지만, 안 보일 때에는 제자리에서 체력 단련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당 일각에선 고 전 총리와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전대 연기론, 전대 무용론을 제기했지만 고 전 총리의 낙마로 인해 향후 체제 정비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문화일보 1. 17.)

이들 용어 중 ‘출마(出馬)’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선거에 입후보함”이라는 뜻이다. ‘출마’는 본디 “말을 타고 나감. 싸움터에 나아감”인데 이것이 “어떤 일에 나섬”의 뜻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후자의 뜻이 ‘입후보함’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도 하차’는 말 그대로 도착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에 차를 내린다는 뜻이다. 이는 곧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일이 진행되어 가는 중에 그만두게 됨을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다.

‘낙마(落馬)’는 “말에서 떨어짐”을 뜻한다. ①에서 보인 ‘낙마’가 이 뜻으로 쓰인 건 물론 아니다. 사전에서 뜻풀이로 아직은 보이지 않았지만 ②와 같이 “어떤 비교적 높은 자리에서 물러서게 됨”을 이른다. ①의 경우 고 전 총리가 아직 후보에 오르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자의(自意)에 따랐든 타의에 따랐든 결과적으로 그 후보 자리를 포기하고 물러났기에 ‘낙마’를 쓴 것으로 해석된다.

②한화갑 전 대표는 “장사를 하려면 밑천이 있어야 한다”며 선(先)자강론을 폈지만, 지난해 말 그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낙마한 뒤로는 이낙연·신중식·최인기 의원 등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 신당론이 대세를 이뤘다.

‘낙마’ 하면 ‘하마(下馬)’라는 말도 떠오른다. ‘하마’의 제일차적인 뜻은 “말에서 내림”이다. 이것이 발전하여 “관리가 임지(任地)에 도착함”도 뜻한다. 의미가 ‘낙마’와는 꽤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 ‘하마’에 ‘평’이 붙은 ‘하마평(下馬評)’은 ③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관직에 임명될 후보자에 관하여 세상에 떠도는 풍문”을 이른다.

③○○○ 호남석화 사장이 회장인 석유화학공업협회도 이 회장이 2월에 임기가 끝나는 관계로 후임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 사장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하마위(下馬威)’라는 말이 있다. 이는 “관리가 처음 부임하여 관속들을 엄하게 단속하여 보이는 위엄”을 뜻한다.

낙마와 하마. 두 단어가 ‘말[馬]’을 공유하고 ‘떨어지다[落]’ · ‘내려가다[下]’의 뜻이 비슷하여 같은 말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 쓰임새는 사뭇 다르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