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뷔통, 나이키, 구찌, 갭, 샤넬, 아디다스, 자라, 에르메스, 티파니, 까르띠에, 불가리, 프라다, 아르마니, 버버리, 리바이스….

한국인들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세계적인 명품ㆍ패션 브랜드들이다. 그중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입거나 사용해 봤을 법한 브랜드도 있고, 비싼 가격 때문에 감히 살 엄두를 못냈던 브랜드도 있을 터이다.

이들 브랜드는 브랜드 컨설팅 전문기관 ‘인터브랜드’사가 발표한 2006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 나란히 올랐다. 17위에 오른 루이 뷔통은 브랜드 가치가 무려 176억 달러에 달했고, 100위에 턱걸이한 리바이스도 자그마치 26억 달러나 됐다.

주목할 것은 100대 브랜드 안에 명품ㆍ패션 브랜드가 포함됐으며 또한 그 숫자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패션 산업의 무궁무진한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는 브랜드 전쟁 시대. 브랜드는 단순히 한 회사의 제품을 식별하는 원초적 기능을 벗어나 그 회사의 가치, 이미지, 매출, 미래 성장성까지를 좌지우지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대표적인 감성 산업인 패션에서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의 실상은 어떨까. 패션의 원재료인 섬유 산업에서는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를 고부가로 가공하는 패션 산업에서는 아직도 이류, 삼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외국 바이어들에게 내세울 만한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상품들 중엔 실은 한국 업체가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납품한 것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 패션 산업의 슬픈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국내 패션 산업 종사자들도 이제는 브랜드 파워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소비자를 사로잡는 토종 브랜드가 없이는 세계 시장은 물론이고 내수 시장마저 지켜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특히 장기적인 밑그림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브랜드 육성을 하기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휩쓸려 단기적인 마케팅 전략에 골몰하는 관행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태어나는 게 아니다. 소비자와 끊임없는 교감을 하며 그들을 만족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과실이다. 국내 패션 산업도 ‘걸치는’ 옷보다 ‘느끼는’ 옷을 만드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물건 대신에 감성을 판다’는 고부가가치 전략은 패션 산업에도 들어맞는 말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