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주요 신문들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나왔다. 선거법상 여론조사실시 허용시한(12일)에 맞춘 마지막 여론조사의 결론이자 예측이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45.4%, 정동영 17.5%, 이회창 13.6%”, 중앙일보는 “이명박 44.7%, 정동영 15.7%, 이회창 13.1%”였다. 동아일보는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14일 발표하겠다”면서 여론조사 분석결과를 해설했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12월 8일까지 21차례 여론조사 끝에 내린 결론은 이명박 후보가 35%를 밑돈 적 없고 정동영 후보는 20% 넘은 적 없어”였다.

한국일보의 분석은 재미있다. “참 심심한 ‘이명박 대선’”이다.

한국일보는 이번 대선이 이전 대선과 다른 점을 분석했다. (1)보수도 진보도 모두 분열 (2)1위 주자가 1년 내내 지지율 1위 (3)대선 캐스킹 보트 ‘호남+충청연합’ 와해 (4)서울서 처음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지지율 1위 (5)최초로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의 책임 묻는 선거 (6)진보 골수팬이었던 20대의 보수화 (7)전통적 대선 이슈(북한과 미국) 뜨지 않았다.

신문들에는 몇 가지 이야기 거리가 빠져 있다. 12월 10일 대선을 9일 앞두고 시민사회, 종교계 원로7인 김현(원불교 교무), 박영숙(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 유재경(예수교 장로회 목사), 이돈명(변호사), 청화(불교조계종 스님), 함세웅(천주교 신부)>의 기자회견이 주요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우리 일곱 사람은 더러 우리 사회에서 원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만 특별한 권위나 대표성을 자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대선이 도덕성에 대한 무감각과 상식의 실종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선이나 정책문제 이전에 최소한의 정직성과 준법정신은 대통령 후보의 기본 조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자인했거나 입증된 사실만으로도 이런 기본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후보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실이 말살되고 수구적인 기득권 세력이 총궐기하다시피 하는 상황은 국민의 냉정한 판단과 결연한 대응을 요구합니다. 무엇보다도 민주개혁세력을 자임하는 모든 정당과 개인들이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자신의 작은 이해관계에 매달려 단합을 저해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개탄할 일입니다. 설혹 그러한 분파노선이 참여정부의 오만과 무능에 대한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해도 이는 자칫 또 하나의 모반이요, 정치적 무능력으로 규정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12일 7인의 성명에 덧붙여, 문국현, 이인제 후보에게 ‘공동정부 구성’, 단일화를 촉구했지만 두 후보는 이를 일축했다.

7인 원로들에 맞서기나 하듯 김영삼 전 대통령은 10일 마포포럼(YS 집권시절 차관급 이상 인사들의 모임) 송년회에 참석, 이명박 후보를 응원했다.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한다. 최후까지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잃어 버린 10년을 끝마치는 종점에 왔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고향인 부여에서 이례적으로 이명박 후보 지지 유세를 했다. “눈을 씻고 봐도 이명박 후보만한 대통령감이 없다. 정당도 없는 후보(이회창 지칭)가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정당을 만든다고 한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국민이 그 사람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 아무개 후보와 ‘심’(심대평 국민중심당대표 지칭)인가 하는 사람은 그러면 안 된다.”

3김 중 2김은 이명박 후보에게 갔다. DJ 김대중 전 대통령만 정동영 후보로의 단일화를 권했지만 그 약효는 약하다.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분석은 단일화가 이뤄져도 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대선의 경우를 따져 보면 선거를 약 1주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의 지지율 순위가 투표 결과와 달랐던 적은 없다. 2002년 대선을 5일 앞둔 12월14일 갤럽조사에서는 노무현 민주당후보 43.2%(실제 득표 48.9%),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36.6%(실제득표 46.6%)였다. 득표는 지지율을 뒤집은 적이 없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가장 반발하는 후보는 이회창 후보다. 정동영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뺏긴 그는 발끈했다. “현재 여론조사는 바닥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믿지 말자. 전문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큰 신문이 조사하는 여론조사는 다 엉터리라 하더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말하길 표본부터가 잘못돼 (유권자들이) 바닥에서 느끼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각 후보진영은 여론조사를 뒤집을 대책이 없는 것이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그래서 “참, 심심한 ‘이명박 대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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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