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내로라하는 재야 건강 전문가들이 오백(五白) 음식을 멀리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오백(五白)이란 다섯 가지 흰색의 먹거리를 말한다. 흰 밥, 흰 설탕, 흰 조미료, 흰 소금, 흰 밀가루가 그것이다. 일부러 건강을 위해서 집에서 조리해 먹지 않는 다음에는 바쁜 일상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 이 다섯 가지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식재료들이다. 그 중에서도 흰 설탕은 우리 몸을 더욱 병들게 한다. 정제된 설탕은 사탕수수를 가공해서 갈색의 당 성분의 덩어리가 나오면 그걸 다시 탈색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흰색을 띠게 되고, 이렇게 공정이 추가될 때마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져서 완제품인 설탕은 자연에서 얻은 것이지만 자연적인 식품은 아니다. 쌀이나 통밀을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갈아서 만든 떡과 빵은 위장에서 곧 바로 가루가 되어 위장이 애써 에너지를 써서 위장의 근육을 꿈틀대면서 음식물을 치대고 으깨서 죽(粥)을 만드는 수고로운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설탕과 흰 밀가루와 흰 쌀가루는 위장으로 들어가자마자 곧 바로 소화가 돼서 소장에서 흡수되어 피를 타고 그들을 반기는 세포로 향한다. 물론 그들을 가장 좋아하는 기관은 ‘뇌’다. 뇌는 1.4Kg정도로 인체의 약 2%정도를 차지하지만 우리몸 전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즉 포도당의 약 20%를 사용한다. 뇌는 포도당을 따로 저장해서 쓰지 않고 그 때 그 때 포도당을 공급해줘야 돼서 포도당에 절여져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빵이나 떡 그리고 설탕을 먹어서 포도당이 순식간에 많이 생성되면 뇌는 너무 좋아하게 되고 있던 짜증도 다 날라 가게 되고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반면 포도당이 잘 공급이 되지 않으면 뇌는 포도당을 빨리 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래서 없던 짜증이 밀려들게 된다. 이 때는 자신도 모르게 가게로 가서 빵이나 떡을 사서 허겁지겁 먹게 된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 기분이 좋았다가 순식간에 나빠지고 하는 패턴을 보이게 되고 주위에서는 그 사람을 ‘순식간에 성격이 왔다 갔다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 이게 ‘탄수화물 증후군’의 핵심이다. 집에서 오곡 잡곡밥과 각종 야채로 만든 반찬을 먹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잡곡밥과 반찬은 가루가 아니고 또한 섬유질 사이에 탄수화물이 보관되어 있어 천천히 소화되어 포도당을 내어 놓기 때문이다. 달달한 것들은 뇌를 편안하게 해서 긴장을 이완시키고 행복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오늘의 주인공은 감초(甘草)다. 달달한 풀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감초 같은 사람’ ‘약방의 감초’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감초는 모든 처방에 다 들어갈 정도로 오지랖이 많이 사용된다. 감초는 이런 말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한약재다. 내몽고(內蒙古)지방의 사질토(砂質土)에서 재배되는 것을 상품으로 친다. 맛은 당연이 달달하고 독이 없고 성질은 차지도 덥지도 않고 평이하다. 감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다루기 까다로운 한약재다. 오랫동안 감초를 써야 할 경우나 과량의 감초를 한꺼번에 쓸 때는 나트륨이 체내에 많이 축적되어 몸이 붓지 않도록 반드시 복령(茯笭)이나 택사(澤瀉)같은 이수작용을 하는 한약재와 같이 써야한다. 감초는 생것을 쓸 때와 구워서 쓸 때, 그리고 꿀에 볶아서 쓸 때가 다 효능이 다르다. 생것을 그대로 쓰면 목이 붓고 아프거나, 궤양이나 창양(瘡瘍, 종기)를 없애는 청열해독(淸熱解毒)의 효과가 있다. 이 때는 굵기가 가는 감초를 주로 쓴다. 대표적인 처방이 감길탕(甘桔湯)으로 인후부가 붓고 아플 때 쓰는 처방이다. 구운 감초를 구감초(灸甘草)라고 하는데 성질이 따뜻해져서 비위가 허약한 것을 보충해서 입맛이 없어 많이 먹지 못하거나 소화기능이 떨어졌을 때 사용한다. 이 때는 굵은 놈을 쓴다. 꿀에 볶아서 쓰면 폐를 자윤(滋潤, 촉촉이 적셔줌)해서 마른기침을 없애주고, 비위(脾胃)의 기운을 더욱 끌어올려서 입맛이 돌게 하거나 소화가 잘 되게 한다. 감초는 비위의 기운을 끌어올려 주지만 그 반대로 비위를 편안하게 하고 늘어지게 하므로 많이 쓰면 잘 체할 수가 있어서 평상시에 속이 더부룩하거나 몸이 붓고,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