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앞세운 통합신당, PK 파고들기

[지방 민심은 지금] 한나라 텃밭에 깃발 꽂나?
盧 앞세운 통합신당, PK 파고들기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PUK(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에 대한 통합신당측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3일 태풍 ‘매미’가 남긴 상흔이 가득한 부산 강서구 강동동 비닐하우스단지에는 부산정치개혁추진위원회(부산정개추) 정윤재 정책위원장과 최인호 대변인 등 회원 500여명이 나와 비닐하우스 세우기 작업과 함께 태풍 쓰레기로 뒤덮인 해안가에서 오물 수거작업도 벌였다.


통합신당, PUK 속으로

부산정개추는 또 지난 5일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2005년 APEC 부산 유치’를 위해 외교통상부 국장급 심의관을 초청, 유치능력 향상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하기도 했다. 통합신당의 PUK 파고들기를 바라 보는 지역민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일단 지역민의 관심 끌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과 아직 저변 확산 까지는 멀었다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가신그룹을 통해 지역현안 해결 등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면 손해 볼게 없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벡스코의 한 관계자는 “APEC부산유치 세미나는 실무자로부터 인포멀(informal)한 APEC 분위기를 전달 받는 등 유치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며 “솔직히 통합신당이 적극 나서 ‘APEC 부산유치’란 선물을 가져다 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노 정권이 출범한지가 언젠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물이나 활동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어린 시각도 없지 않다. 경남과 울산지역의 풍향계도 부산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경남지역의 경우 김혁규 지사가 최근 노 대통령과 수차례 독대를 하는 등 밀월관계(?)를 보여 ‘지사가 신당에 입당해 총선에 출마한 뒤 총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그럴듯한 추측 마저 나돌기도 했다.


한나라당 텃밭 빼앗기나

통합신당측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 울산 경남(PUK)지역 민심의 향배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신당측이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란 ‘뇌관’을 바탕으로 세력을 꾸준히 증강시키며 고지를 호시탐탐 엿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측의 전략은 대개 2~3단계로 크게 구분될 수 있을 듯 하다.

먼저 1단계는 재정 러시아때 사회주의자들의 ‘브 나르도(민중 속으로)’운동처럼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현안 해결에 적극 참여, 지역여론의 물꼬를 틔우는 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지명도 높은 지역인사를 대거 영입, 출마시키는 등 세 확산에 주력하는 한편 총선에 임박해서는 굵직한 지역현안 해결이란 당근을 안겨 당선이란 열매를 딴다는 전략으로 해석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통합신당측은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 청와대 교문수석과 부산교육감을 지낸 정순택씨, 부산경찰청장을 지낸 이헌만씨, 이해성 전 청와대홍보수석,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등 비중있는 인사를 전진 배치시키고 있다. 통합신당측은 이들이 PUK역내 386 운동권 세대중심으로 이뤄진 노 대통령의 가신그룹이 갖는 취약점을 보완, 당 전체의 안정감 내지 균형감을 보강할 경우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신당의 전략이 먹혀 들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 당 관계자들을 고무시키기도 했다. 지난 9월 초 부산일보가 PUK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당에 표를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 신당이 19.8%를 얻었다. 비록 한나라당(29.9%)에는 다소 뒤졌지만 당으로서 모양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시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는 평이다.

이 여론조사에서 지역별로 한나라당 후보와 통합신당 후보의 격차는 경남 11.8%P, 울산 10.8%P, 부산 8.5%P로 부산에서 신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부정적(10.7~23.9%)이거나 유보적(47.4~63.0%)이었고 현역 의원이 내년 총선에 다시 출마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전반적으로 높게(34.2~58.3%) 나타나 신당 관계자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통합신당이 벌써 이 정도인가’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한나라당,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

한나라당은 최근 신당측 공세에 대해 “선거가 막상 닥치면 PUK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고 통합신당은 한 석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나아가 한나라당측은 “신당측이 잇단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지역 주민들에게 체감되는 것은 거의 없다”며‘“통합신당의 바람몰이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바람(?) 섞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측 한 인사는 “노 정권 출범 초 이기명씨 땅 매입사건과 관련, 강금원씨가 조성래씨를 ‘정치를 해서는 안될 구시대적 인물’이라고 지적했었다”며 “여권 내부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는 부산정개추 인사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애써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구별로는 상대하기가 버거운 신당후보가 거론되면서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부산 연제구 권태망 의원에게는 통합신당으로 간판을 바꾼 노기태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이 위협하고 있고, 사하갑 엄호성 의원은 이헌만 전 부산경찰청장의 도전을 받고 있다. 울산에서도 정갑윤(중구) 의원에게 송철호 울산정개추 위원장이, 윤두환(북구) 의원에게는 현대계열사 노조위원장이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분구가 유력한 김영일(김해)ㆍ하순봉(진주) 의원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선거구가 접전을 벌일 전망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남해ㆍ하동의 경우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에 맞서 중앙당의 대리전으로 선거를 치룰 전망이 커 벌써부터 내년 총선 PUK지역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아울러 한나라당 내부의 세대교체 바람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적전분열 양상을 초래해 자칫 한나라당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PUK 민주당도 전열 재정비

부산정개추 인사들이 대거 신당행을 선언한 가운데 민주당측은 정오규 부산시지부 수석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잔류 인사를 규합, 부산지역 12개 사고지구당을 정비하는 등 구당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 중앙당이 무더기 탈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2당으로서 위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PUK에서 호남표를 잠식할 경우 통합신당에게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합신당 중앙당의 지지도가 민주당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난 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실상 공조체제를 형성해 신당을 압박하면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것도 민주당측에 힘이 되고 있다.

정오규 위원장은 “대선이후 당정분리라는 명목으로 정당정치, 책임정치를 무력화시켰고 결국 분당사태까지 이른 것은 노 대통령과 측근들의 책임이 크다”며 “앞으로 어떤 탄압이 있더라도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외쳤던 심정으로 당당히 외풍에 맞서겠다”고 결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 경남지부측도 “신당이 바람몰이를 하려면 지역민들에게 줄 선물보따리가 필요한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견제가 심한 만큼 결코 신당의 뜻대로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직 내년 총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 통합신당이 새로운 4당 구조 속에서 PUK지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려면 정책정당으로서 얼마나 참신한 개혁방안을 제시, 실천에 옮기고 현안을 해결해 민심을 추스를 수 있을 지가 최대의 관건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김창배기자


입력시간 : 2003-10-07 11:28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