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체면의 감정적 억압 뚫고 분출, 몸의 상업화 경계해야

[셀프누드 열풍] 과시 본능이 만들어낸 문화코드
도덕과 체면의 감정적 억압 뚫고 분출, 몸의 상업화 경계해야

‘누드’가 유행이다. 일부 연예인과 모델 등 특정 영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누드가 일반인들 사이에 새 문화 코드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것.

연인들 사이에 누드 영상 주고 받기는 새로운 밀어가 됐는가 하면, 젊은 여성들에게 추억의 징표로 ‘누드 기록 하기’가 유행이다. 자신의 몸을 과시하려는 본능 분출형 누드 사이트는 넘쳐난다. 연예인 누드 모바일을 모방한 상업 누드의 확산도 눈에 띌 정도다.

대개가 ‘셀프 누드’다. 디지털 시대의 전령인 디카, 폰카, 웹캠 등이 대중화하면서 누드는 독특하고 새로운 ‘누드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드 문화가 확산되면서 체면과 도덕은 구시대의 잣대로 치부돼 가치 전도, 가치 혼란 등의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정신과 전문의 김정일 박사는“사회 질서 메커니즘의 기준인 도덕과 체면은 인간 본능의 억압이란 측면이 있는데 셀프 누드의 확산은 그러한 본능이 수치심과 죄의식이라는 억압의 벽을 뚫고 분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여 주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이 인터넷이라는 익명성과 디카ㆍ폰카가 가지는 접근성과 결합되면서 셀프 누드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의 표현
김 박사는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셀프 누드가 유행하는 것에 대해 “젊음은 짧고 한때 뿐이라는 생각이 젊은이 특유의 자유로운 본성을 자극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도 “자기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그저 노출증과 관음증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다양한 문화 코드의 하나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젊었을 때 아름다운 몸을 간직하고픈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들어 누드 모델이나 셀프 누드에 집착한 마니아들의 상담이 늘고 있다”며 “과거 금기시 되던 누드가 빠른 속도로 일반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2003년 셀프 누드 페스티벌을 벌여 대표가 검찰에 구속된 성인 사이트 ‘베드 러브’의 경우, 회원수가 이미 90만명을 넘었고,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성인 사이트에는 셀프 누드 사진과 동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내용도 점차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양상을 띠어 아마추어들이 올리는 자극적인 사진과 야설(야한 소설)로 유명한 S사이트의 ‘자작 앨범’이란 코너에는 야한 셀프 누드 사진과 신체 부위별 ‘짱’등이 올라와 있다.

셀프 누드의 일반화 현상에 대해 김정일 박사는 “성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성담론을 확장하는 것은 좋으나 원시적 본능만을 추구하는 셀프 누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상담을 한 셀프 누드 마니아 대다수가 감정 컨트롤에 미숙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그럴 경우 자칫 왜곡된 누드 문화에 함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드가 하나의 문화적 양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바람직한 성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셀프누드가 몸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자유, 창의, 진보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데 일단 동의한다. 하지만 거대한 소비 문화 속에서 젊고 아름다운 몸만을 추구하는 ‘몸의 미디어화’와 상업적인 목적에 함몰되는 ‘상업화’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3-23 15:3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