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수 회복세 지속·수출 호조로 경기전망 '청신호'

경기에 드디어 봄날은 오는가. 장기 침체에 빠져 있던 체감 경기가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상 최고치 기록 경신 행진을 벌여온 수출과 달리 꽁꽁 얼어붙었던 내수 경기가 올해는 드디어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내수 경기의 주요 바로미터인 유통업계의 영업 실적이 최근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는 모습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해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5% 안팎의 성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서운 한파와 반비례로 뜨거운 상승세를 기록한 연말 매출이 효자 노릇을 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상품권 매출이 전년 대비 25% 정도 신장하면서 3년 만에 1조원대를 회복했다.

상품권은 백화점 업계에서 일종의 ‘경기선행지수’로 통하는 만큼 향후 경기 예측과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백화점, 할인점 등 전국 855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유통업계의 낙관적 경기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RBSI는 115로 나타났는데, 100이 넘을 경우 이는 소매유통업 경기가 전 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판단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화점, 할인점 업계가 올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세운 것도 본격적인 내수 회복을 예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사업 확장과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1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한다는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중견백화점과 할인점들도 점포 확장 등을 위해 수천억원씩 실탄을 장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선행지수 7개월째 상승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산업활동 동향도 내수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산업생산은 2004년 같은 기간 대비 12.2%가 늘어났으며, 소비재 판매도 5.9%가 증가했다.

또한 설비투자도 6.9%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생산-소비-투자의 3박자 호조가 이뤄졌다. 이에 힘입어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선행지수도 7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수출컨테이너로 가득찬 부산항 감만부두와 서울시내 한 백화점 오픈행사에 몰린 고객들 모습. 이성덕·이호재 기자

지난해 국내 경제는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오면서 차츰 탄력을 받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띠었다. 다시 말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분기 2.7%, 2분기 3.3%, 3분기 4.4%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올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추세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올해 경제 전망도 지난해보다는 한층 낙관적이다. 대체로 2006년 한국 경제가 4%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이들 연구기관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먼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 회복과 수출 호조로 경제성장률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인 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에 내수 회복세가 가세해 5%대 중반의 성장을 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5%선에서 멈출 것이라는 예측이다.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해 2006년에는 4%대 초반으로 증가율이 높아지고, 설비투자도 내수 회복과 수출 호조로 7%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건설투자는 1%대 초반의 저조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역시 소비 회복이 뚜렷해지고 수출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면서 경제성장률이 5%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소득과 고용 개선, 부채조정 진전, 주가 상승 등을 호재로 4.5%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수출 증가와 소비 회복에 힘입어 5.4% 증가한다는 것이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종합대책 등에 따른 민간 부문 위축에도 불구하고 1.7%의 소폭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나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간 연구기관들도 정부 측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올해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성장률 전망에서는 약간 보수적이다.

먼저 삼성경제연구소는 2006년 경제성장률을 4.8%로 잡았는데, 상반기(4.7%)보다는 하반기(4.9%)로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가계부채 부담 완화, 주가 상승, 고용 증대 등의 효과로 상반기 4.8%, 하반기 5.0% 증가를 예상했다.

설비투자도 비제조업체의 투자수요 확대, 노후설비 교체 압력 등과 맞물리면서 상반기 6.1%, 하반기 6.9%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의 위축을 상쇄하면서 2%대 초반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4.7%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는데, 상-하반기 예측에서 삼성경제연구소와 상이한 견해를 나타냈다.

상반기까지는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가 지속돼 경제성장률이 5.3%선까지 높아지지만, 하반기 들어 세계경제 둔화, 원화 절상 등으로 인한 수출 증가율 하락이 성장률을 4%대로 낮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내수 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올랐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3.9%와 6.3%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반면 체감 경기에 대한 영향력이 큰 건설투자 증가율이 0.9%로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또 고유가, 원화 강세 등의 대외적 변수가 현실화할 경우 하반기 이후 경기 회복세의 둔화를 불러올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과 경영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불확실성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을 5%선으로 전망했다. 또한 재정 정책의 기조도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경기 회복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린 셈이다.

민간과 정부가 한 목소리로 경기 회복을 예측하는 것은 무척 오랜 만의 일이다. 과연 올해 서민들 손에 쥐어진 경기 전망은 연말쯤 가서 부도를 낼까, 약속을 지킬까.

지난 수 년 동안의 경험을 떠올리자면 기대가 큰 만큼 불안감 역시 지울 수 없을 듯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