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은 협상대상 아니다"

“이제 대학 경쟁력은 곧 대학 재정입니다. 한마디로 대학이 가진 돈이 많아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등록금 인상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연세대 손성규 재무처장(회계학과 교수)은 “대학 입장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3분의2 정도 되는데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수혜 당사자인 학생들이 일정 수준 재정을 부담해줘야 한다”고 올해 12%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대학끼리만 경쟁하는 시대도 아니지 않습니까? 해외 대학들과도 경쟁을 해야 되는데 이공계는 더욱 심합니다. 억대 단위의 기계 1대를 들여놓기 위해서라도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됩니다.”

손 처장은 “지출 요인 중 시설 투자 부분이 가장 크다”며 “일례로 막대한 자금을 들여 현재 건설중인 제2중앙도서관도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가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인상률을 결정한 데 대해서는 “인상률 12%만 갖고서 너무 높다는 얘기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연세대의 경우 서울 시내 25개 대학중 등록금 총액 순위가 18위로 비교적 ‘돈이 적게 들면서도 교육수준이 높은’ 대학이기 때문에 등록금을 다른 대학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려면 그 정도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연세대 등록금이 다른 대학보다 한 학기 최고 50만원(1년 100만원)이 더 낮다”며 “과거 10년간 상대적으로 덜 올리다 보니 올해 10%를 넘어선 인상률을 책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대한 재단의 지원이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에는 “재단 수익사업이 사무실 임대와 연세우유 수입이 전부여서 여유가 많은 편이 아니다”며 “하지만 재단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립금과 이월금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건물 신축과 장학금 등에 큰 돈이 드는데 재정이 부족하다고 쏙쏙 빼먹을 돈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등록금을 올린다고 좋아할 사람이 없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재정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그것에 걸맞게 등록금을 올릴 수 밖에 없어요. 다만 대학도 재정확보에 자체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것이 연세대의 입장입니다.”

연세대는 이미 신입생들로부터 지난해보다 12%가 인상된 등록금을 받아놓은 상태. 재학생들에게도 현재 고지서를 발송 중이다.

연세대는 올해 등록금 책정을 두고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인상률 결정에 앞서 등록금 책정심의위원회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 교수평의회에서 파견하는 3명의 교수가 불참한 것.

이들은 “대학 등록금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임금협상과 다르다”며 교수 입장에서 학생들과 등록금 협상을 협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다.

때문에 위원회는 총원 11명 중 학교 관계자 3명, 학생 측 5명 등 8명만 참석, 위원회 구성이 제대로 안돼 반쪽 회의를 열었다.

손처장은 “기본적으로 학교와 재단은 등록금이 학생들과 인상 여부를 놓고 협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