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 인도전문가 태부족, 학계 · 재계 · 정계 교류 폭 넓히기 분주

“인도에 진출한 몇몇 대기업과 코트라(KOTRA) 직원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인도통(通)이라고 할 만한 전문가가 있을지…, 글쎄요.”

‘관계와 학계에서 인도전문가로 불릴 만한 인사가 누구인가’하는 질문을 받은 대다수의 반응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는 답변이다.

최근 정부도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10월 인도를 방문한 후 한국-인도 경제협력협정(CEFA) 체결 협상 등 양국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관계나 학계 차원의 대(對) 인도전문가 인프라는 매우 취약하다.

우선 정부 부처는 인사 시스템 측면에서 인도나 남미 등 지역 전문가를 길러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곳이 비인기 담당지역이란 인식이 팽배한 데다, 인사 교류 원칙에 따라 대개 1년 정도 근무한 후엔 다른 과(科)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정부 시스템으로는 인도나 남미 등 지역 전문 공무원을 육성하기가 어렵다.

현재 가장 손쉽게 인도전문가로 분류할 수 있는 정부 내 인력은 뉴델리의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20여 명(현지 채용인력 10여 명 포함)과 최근 연락사무소에서 승격한 뭄바이 총영사관의 3명 등 30명이 채 안 된다.

외교통상부 내의 담당관으로는 서남아대양주과의 홍성욱 서기관과 FTA국의 유명희 서기관, 통상투자진흥과 윤현수 서기관이 있지만 이들도 인도를 전담한 지 1년도 안 된다.

외교부 외에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쪽에도 인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산업자원부에서는 아주협력과의 조태연 사무관과 김진석 주무관이 인도 관련 업무의 창구로 활동하고 있고 정보통신부에서는 지역협력과의 임준성 서기관이 인도와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외교부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도 대사를 지낸 이종무 대성그룹 고문은 “앞으로 정부가 세계 각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컨설팅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선 정부 내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지 채용뿐만 아니라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는 현재 인도 관련 자문그룹 등에서 몇 안 되는 정부 출신 인사로 평가된다.

▲ 노무현 대통령과 맘모한 싱 인도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쿠알라쿰푸르=최종욱 기자
▲ 노무현 대통령과 맘모한 싱 인도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쿠알라쿰푸르=최종욱 기자


학계 쪽 사정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학계의 대표적인 인도전문가로는 영산대학교에서 올 초 인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운용 교수가 꼽힌다. 이 교수는 인도 뉴델리와 첸나이에서 7년간 현지 근무 등 총 16년간을 코트라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현대차가 첸나이에 진출할 당시 첸나이 한국무역관 관장으로 있으면서 협력업체들에 컨설팅했다. 이 교수는 인도 기업인, 관료 등과 선이 닿는 국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인도통으로 알려졌다.

학계, 네트워크 구축으로 인도 진출기업 도와

이 교수는 올해 초 영산대학교 내에 인도연구소를 열고 인도 경제와 투자전략 강의는 물론, 국내외 인도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인도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인도코리아 닷컴(www.indokorea.com)를 운영하며 각종 인도 관련 비즈니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 중에는 코트라를 제외하고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상대적으로 인도 관련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연구원 중에는 이순철 박사와 최윤정 박사를 대표적 인도전문 연구가로 분류할 수 있다.

인도 관련 세제와 노사관계법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로는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대표를 들 수 있다. 정 변호사는 현재 국립 델리대학에서 인도 회사법과 관련해 박사 과정도 밟고 있다. 현재 정 변호사는 인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법률 자문으로 거의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외국어대학 남아시아연구소 김우조 소장, 김찬완 박사, 건양대학의 라윤도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부산외대 이광수 인도어과 교수, 김경학 전남대학 인류학과 교수, 창원대 공덕암 금융보험학과 교수, 목포대 유태환 경제학과 교수, 경상대 박종수 교수 등이 학계에서 인도와 관련한 연구를 활발히 하는 학자로 꼽힌다.

한국외대 김찬완 박사는 “한국에서 인도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대학들이 인도의 비즈니스 언어도 아닌 힌두어 어학교육에만 매달려 정작 필요한 지역학을 가르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문화 관련 단체로는 지난해 10월에 출범한 사단법인 한-인 교류회(www.india.or.kr)가 대표적이다.

1996년 한국-인도 동호회로 출발한 교류회는 인도를 배경으로 구도소설 '또 하나의 나'를 쓴 소설가 송기원씨가 대표를 맡았고, 이종무 전 인도 대사가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교류회의 상임이사이기도 한 여행사 ‘인도로 가는 길’의 정무진 사장은 인도 여행가이드북 '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를 쓰는 등 오랫동안 한국에서 인도를 소개하는 문화사절 역할을 해왔다.

또 2003년 인도 여행을 다녀온 개그맨 전유성씨가 홍보이사를, 인도여행기 '슬픈 인도'를 쓴 여행작가 이지상씨, 인도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있는 '정신세계사' 송순현 대표 등이 이사 및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치권 '인도포럼' 결성으로 교류폭 확대 나서

정계 역시 한국-인도 간 교류는 아직 취약한 편이다. 17대 국회 들어 ‘한국ㆍ인도 의원친선협회’가 만들어지고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인도포럼’을 결성해 의원외교와 인도 알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현재 한ㆍ인도 의원친선협회에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회장)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조성래(부회장)ㆍ 서갑원ㆍ우상호(이상 이사) 의원, 한나라당 심재철(부회장)ㆍ김양수ㆍ나경원(이상 이사)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아직 의원친선협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남경필 회장은 “오래 전부터 브릭스(BRICs) 국가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고 관심을 가졌는데 특히 인도의 중요성에 비해 양국 간 교류가 부족해 의원외교 차원에서 보완ㆍ지원하기 위해 협회를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한국ㆍ파키스탄 의원친선협회가 결성되는 대로 소속 의원과 함께 인도를 방문해 의원외교를 본격화할 방침”이라며 “경제ㆍ문화 교류를 뒷받침하는 역할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포럼’은 인도에 관심있는 의원들이 한ㆍ인도 간 정치ㆍ경제ㆍ문화 협력을 증진한다는 취지에서 결성한 모임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회장)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심재덕 민병두 이상민 이영호 김종률 의원, 한나라당 이재창 이방호 이규택 안상수 나경원 김영덕 김영숙 고조흥 엄호성 김재경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인도포럼은 4월 중에 정부ㆍ재계ㆍ학계의 인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첫 정책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