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영어마을 오픈 러시… 원어민 교사와 생활하며 자연스럽고 다양한 영어 학습체험

경기 안산시와 서울 풍납동에 이어 경기 파주까지, 그리고 서울 수유에도….

전국에 영어마을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가 문을 연 데 이어 3일에도 파주 영어마을이 공식 개원하는 등 영어마을 오픈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과 수도권에 대단지 영어마을이 들어서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그와 함께 어느 동네에 영어마을이 있는지, 전국에 몇 개나 있는지, 이용료는 얼마인지, 시설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등의 궁금증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린이들이 마치 외국의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원어민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 영어마을의 원조는 경기 안산 캠프. 2004년 8월 경기도가 안산시에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첫 캠프를 열면서 큰 호응을 얻자 다른 지자체들도 속속 가세했다.

파주 영어마을, 안산에 이어 두번째

이번에 개원한 파주 영어마을은 경기도가 설립한 영어마을 2호. 원장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출신이며 변호사인 제프리 존스다. 현재 국내에 개원한 영어마을을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경기도가 850억원을 들여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에 건립한 파주 캠프는 8만4,000평 부지에 연면적 1만1,000평의 43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강사는 원어민 100명, 한국인 교사50명이며 각종 시설에 근무하는 외국인도 70명에 이른다.

주요 시설로는 연수생(550명), 원어민 강사(100명) 등을 위한 기숙사와 교육동, 관리동이 있고, 체험공간으로 과학극장, 방송스튜디오, 어린이 도서관, 우체국, 은행 등 공공 및 문화시설이 들어서 있다.

또 상업시설인 가족 레스토랑, 커피 전문점, 영어 전문서점, 기념품점 등에서도 원어민 판매원과 영어로 대화하며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곳에서 한국어로 말하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 놀이공간에는 야외공연장, 식물원과 함께 유아와 초등생을 대상으로 20여 개 종합스포츠 종목을 원어민 교사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스포츠센터도 마련됐다.

물론 영어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선 출입국 사무소에서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원어민과의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완전히 한국 내 ‘이방의 국가’인 셈이다.

전국 대부분의 영어마을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원어민 교사와 함께 어울리며 영어를 체득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차이가 있다면 마을 규모와 시설 수준 , 그리고 운영방식과 주체, 이용 가격 정도.

비슷한 시기에 개장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영어체험마을도 규모가 큰 편이다.

부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처음으로 2004년 12월 개관한 송파구 풍납 캠프의 4배 크기인 2만평 규모. 수유6동 산82 일대 삼각산 자락 옛 삼원레저스포츠센터 자리에 기존 건물 2채를 리모델링해 체험동A(지하1층, 지상3층)와 도서관동(지상3층) 등 2개 건물로 이뤄졌다.

6월까지 체험동B(홈스테이, 무용 실 등)와 기숙사동, 야외 체험실(미니골프, 수영장, 미로정원, 잔디구장 등)이 들어서면 한꺼번에 최대 375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수유 영어체험마을에서도 역시 출입국 심사대, 영화관, 호텔, 병원, 약국, 우체국, 은행, 요리 체험실 등 갖가지 가상 체험실이 들어서 있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도심 속에 있는 풍납 영어마을과 달리 야외 체험장인 잔디 구장과 수영장, 미니 골프장도 함께 짓고 있는데 6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YBM에듀케이션의 강문중 본부장은 “수유 캠프에서는 야외에서 다양한 영어학습 체험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며 추가로 조성할 ‘소방 체험관’과 ‘기내 체험관’도 학생들에게 어필할 만한 학습 공간들이라고 소개한다.

정규반 · 특별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

이들 영어마을의 입촌 대상은 초등학교 3~6년생이 대부분이며 중학교 1~2년생도 방학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용은 서울의 풍납과 수유 캠프 두 곳은 5박6일 기준 16만원. 경기도 영어문화원이 맡아 운영하는 파주와 안산 캠프는 이보다 절반인 8만원을 받고 있다.

영어마을에는 굳이 정규반이 아니더라도 특별반, 방학캠프반, 주말반, 당일반 등 교육 시간과 방식 등에 따라 5가지 이상의 코스가 마련돼 있다. 파주 영어마을 경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5박 6일반’(8만원)은 경기도내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대상이다.

방학 동안에는 도내 초등 3~중3년생이 참가하는 ‘2주 방학집중반’(60만원)이 있고, 전국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 초등반’(도민 6만원, 다른 시·도민 12만원)은 주말 토~일요일 두 차례에 걸쳐 4일간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 운영되는 ‘1일 체험 프로그램’이 파주의 가장 특징적인 프로그램.

입장료 2,000원을 내고 들어와, 쿠키 만들기, 다문화 댄스 및 게임, 뮤지컬, 매직쇼, 힙합 잉글리쉬, 북메이킹 등 원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3,000원에서 1만6,000원까지를 추가로 내면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영어마을에 참가할 수 있는 경쟁률은 평균 3~4대1. 서울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편이어서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모집을 하지 않고 현재는 각 교육청 별로 순환하면서 학생들을 받고 있다.

참가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저소득층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 정원의 20% 범위 내에서 참가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영어마을이 서울과 경기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운영하는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시도 단위로 운영되는 영어마을도 있고 지방에도 여러 군데 개원해 있다. 성남 영어마을은 경기도와는 관계없이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곳이고 전주 영어마을도 전북 도교육청에서 주관하고 있다.

또 인천 서구 당하동에도 최근 영어 마을이 생겼으며, 경북 경주, 제주 북제주군, 강원 양양군에도 각각 한 곳씩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방에서 운영되고 있는 영어마을은 서울과 경기도의 영어마을과 달리 합숙형보다는 통학형 과정이 많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즉 학생들이 마을에서 잠자며 생활하는 방식보다 매일 영어마을로 다니며 학습한다는 것.

/ 파주=최규성 기자

영어마을 붐에 힘입어 추가로 추진되고 있는 영어마을도 적지 않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충청북도는 진천군 문백면 학생종합수련원, 전라남도는 무안군 남악 신도시, 부산시는 서면 개성중학교 부지에 영어 거리 체험학습장과 숙박 시설 등을 갖춘 영어 마을을 2007년까지 문열 예정이다.

또 경기 양평과 안산시의 화정 청소년 영어마을, 대구와 대전, 경기 수원시, 전남, 경남 등지에서도 영어마을 설립이 추진 중이다.

지자체에서 앞다퉈 만들기 시작한 영어마을의 확산은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과도하게 투입되는 사교육비와 해외 어학연수 비용 절감시켜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영어마을이 없으면 우리 아이들이 외국인에게 말이나 붙일 기회라도 있겠느냐”, “여름방학 때 남들처럼 비싼 돈 들여 아이들을 해외 어학캠프에 보내야 하나 고민했지만 영어마을이 생기니 그런 걱정을 덜게 돼 좋다” 등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영어마을은 굳이 해외로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외국과 같은 생생한 어학 체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모델"이라며 "안산 캠프에 이어 파주 캠프, 양평 캠프가 개원하면 수년 동안 수천억원의 외화절약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외 연수 비용 절감 효과

영어마을의 형태 또한 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새로운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는 강서구 명지동 명지 및 신호지구에 기존 연수원식 영어마을이 아닌 아파트 정주(定住)형 영어마을이 들어서는 것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게 되는 이 마을에는 인근 초·중·고에 원어민 교사가 우선 배치되고 병원과 은행, 식당 등 편의시설에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내국인이나 원어민이 일하며 도로 표지판과 각종 문서에 의무적으로 한글과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 전국 영어 마을 안내

△ 서울 영어 마을 풍납ㆍ수유 캠프(www.sev.go.kr)
△ 경기도 안산ㆍ파주 영어마을(english-village.or.kr)
△ 성남 영어마을(www.snet.or.kr)
△ 인천 서구 영어마을(www.icev.go.kr)
△ 경주 영어마을(www.gev.ac.kr)
△ 전주 영어마을(www.jev.or.kr)
△ 강원 영어체험 학습장(www.gelc.go.kr)
△ 제주 국제 영어마을(www.kcgo.org)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