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축구 열기로 가득 메울 2006 독일월드컵이 6월10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막을 올린다.

본선 진출 32개국은 8개조로 나뉘어 6월10일부터 25일까지 총 48경기의 조별리그를 통해 각조 2팀씩의 16강 진출국을 가리게 된다. 독일과의 시차 때문에 대부분의 경기가 새벽에 열리지만 조별리그부터 잠을 반납할 가치가 충분한 빅매치가 즐비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경기 ‘빅4’를 소개한다.

스웨덴-잉글랜드 (B조ㆍ21일 오전 4시·쾰른)
영국 바이킹 징크스서 벗어날까

신은 스웨덴과 잉글랜드를 다시 한데 묶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한 조에 편성된 것. B조 2위팀은 16강전에서 껄끄러운 상대인 개최국 독일과 만날 가능성이 크기에 잉글랜드와 스웨덴 모두 조 1위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바이킹 징크스’에 시달려온 잉글랜드로서는 축구 종가의 자존심이 달렸다. 잉글랜드를 이끄는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묘하게도 스웨덴 출신.

잉글랜드는 1968년 이후 남자 A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단 한번도 스웨덴을 꺾지 못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의 2차례 맞대결에서 득점없이 비겼고, 1992년 유럽선수권 본선에서도 1-2로 덜미를 잡혔다.

99년 유로 2000 예선에서도 1무 1패로 열세. 2002 월드컵 조별리그서는 고전 끝에 1-1 무승부에 그쳤다. 가장 최근 맞붙은 2004년 3월 친선경기서도 스웨덴이 1-0으로 승리했다.

양팀의 전력은 난형난제. 스타 파워에서는 잉글랜드가 앞서지만 스웨덴의 탄탄한 조직력도 만만치 않다.

▲ 베컴

잉글랜드의 선수 구성은 화려하다.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하더라도 프랭크 램퍼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마이클 오언(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스타들이 즐비하다.

스웨덴은 선수들의 이름값은 덜하지만 공수 밸런스는 유럽 최고 수준. 이브라히모비치, 헨릭 라르손(FC 바르셀로나) 프레데릭 융베리(아스날) 등 ‘빅3’가 이끄는 공격진은 지역예선에서 30골을 터트렸고, 올라프 멜베리(아스톤 빌라)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10경기 동안 단 4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네덜란드 (C조ㆍ22일 오전 4시·프랑크푸르트)
'죽음의조'서 벌어질 별들의 전쟁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다. 결승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대결이다.

FIFA 랭킹 3위 네덜란드가 시드배정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조추첨을 통해 아르헨티나와 한 조를 이루고 말았다. 여기에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유럽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까지 합세해 완벽한 ‘죽음의 조’가 완성됐다.

특히 4년 전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와 죽음의 F조에 속해 예선 탈락했던 아르헨티나로서는 반복된 불운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는 2002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아일랜드에 덜미를 잡히며 아예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망신을 당했기에 이번 월드컵에 대한 의욕이 더욱 크다.

아르헨티나-네덜란드전은 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 반니스텔 루이

아르옌 로벤(첼시) 로이 마카이(바이에른 뮌헨) 로빈 반페르시(아스날) 루드 반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ㆍ이상 네덜란드) 에르난 크레스포(첼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파블로 아이마르(FC 발렌시아) 카를로스 테베스(코리티안스ㆍ이상 아르헨티나) 등 양팀에 포진한 스타들은 일일이 거명하기 힘들 정도다.

네덜란드의 간판 스트라이커 반니스텔루이와 아르헨티나의 신동 메시의 신구 스타 대결이 가장 큰 관심사.

아르헨티나는 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8강전에서는 네덜란드가 2-1로 이겼다.

이탈리아-체코 (E조ㆍ22일 오후 11시·함부르크)
돌풍의 창, 자물쇠 수비 열까

C조 다음가는 ‘죽음의 조’를 꼽으라면 단연 E조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체코, ‘검은 돌풍’이 예상되는 가나, 그리고 톱시드에서 아깝게 탈락한 FIFA 랭킹 4위 미국까지. 이탈리아 언론이 음모론을 제기했을 정도.

E조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창’ 체코와 ‘방패’ 이탈리아의 맞대결.

체코는 지역예선 14경기에서 장신 스트라이커 얀 콜러(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브라티슬라프 로크벤치(잘츠부르크), 토마스 로시츠키(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이 모두 37골을 작렬, 유럽 예선 출전국 중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로 잘 알려진 탄탄한 수비력이 팀 컬러다. 파올로 말디니(AC 밀란)가 2002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지만 알레산드로 네스타(AC 밀란) 파비오 칸나바로(유벤투스) 마르코 마테라치(인터 밀란) 등 베테랑들이 지키는 방어선은 여전히 튼실하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양국 수문장 피터 체흐(체코ㆍ첼시)와 지안루이지 부폰(이탈리아ㆍ유벤투스)의 대결도 관심거리.

이탈리아와 체코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함께 A조에 편성된 적이 있다. 당시 이탈리아에게 0-2로 완패한 체코로서는 16년 만에 나서는 월드컵 본선에서 설욕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최근 맞대결에서는 체코가 우위를 보였다. 체코는 1996년 잉글랜드 유럽선수권에서 이탈리아를 2-1로 격파한 데 이어 2002년 친선경기에서도 1-0으로 승리했다. 2004년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두 골을 주고 받으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스위스 (G조ㆍ6월24일 오전 4시·하노버)
'어게인 2002' 가를 운명의 한판

조별 리그 마지막날인 6월 24일. 하노버 니더작센 스타디온에서 16강을 위한 한국의 마지막 승부가 벌어진다. G조 4개국 중 프랑스의 전력이 단연 앞서있는 가운데 한국과 스위스가 조 2위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아드보카트호의 운명은 이 한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스위스가 여러 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정상의 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구도 얕볼 수 없는 다크호스다.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아스널)나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같은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조직력을 앞세운 짜임새 있는 축구로 강호들에 맞선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심지어 대표팀 유니폼 상의 색깔도 붉은 색으로 같다.

양팀의 대결은 조직력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는 것이 축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국 ‘젊은 피’들의 재대결도 흥미롭다. 한국은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 조별 리그 1차전서 스위스에 1-2로 패했다.

한국은 2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격파했지만 스위스 패전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전에서 브라질에게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박주영, 백지훈(이상 FC 서울), 김진규(주빌로 이와타) 등 당시 멤버들에게는 ‘복수전’이 되는 셈.

스위스 대표팀에는 당시 한국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트린 스트라이커 요한 폰란텐(NAC 브레다)과 중앙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아스널)가 공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