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인 산도 0.8% 이하의 최고급 오일… 제조 단계서 등급 나뉘어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l)’ ‘버진(Virgin)’ ‘파인 버진(Fine Virgin)’ ‘퓨어(Pure)’….
‘특별히 신선한, 순수한, 처녀스런’ 등 올리브 오일을 표현하는 데는 온갖 좋은 수식어들이 제다 사용되는 듯하다.

모두 다 ‘좋다’는 한가지 뜻이긴 한데 올리브유 상표에 쓰여 있는 이들 수식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혼돈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이름만으로는 어느 게 어떤 건지, 어떤 성격의, 어떤 수준의 제품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없어서다.

올리브유는 제조 공정 단계와 성분의 품질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우선 올리브 나무에서 따낸 열매를 씻고 으깨서 압착하고 원심분리나 여과 등의 과정만 통해 얻는 기름을 ‘버진 올리브유’라 부른다. 버진 올리브유는 다시 크게 엑스트라 버진과 파인 버진, 람판테 버진 올리브유 등 3가지로 또 나뉜다.

열매에서 막바로 짜낸 버진 올리브유 중 완벽한 맛과 향을 갖추고 있으며 올레인 산의 산도가 0.8%(스페인 기준)이하이면 이는 엑스트라 버진으로 불린다. 기계적 혹은 물리적 공정을 거쳐 특별한 용제를 사용하거나 다른 종류의 기름과 혼합되지도 않은 최상급 오일이다.

역시 엑스트라 버진 같은 과정을 거쳐 기름이 생산됐지만 올레인산 산도가 2% 이하이면 ‘파인 버진’, 혹은 ‘레귤러 버진’으로 분류된다.

일단 한번 올리브 열매를 짜낸 뒤 또 다시 한번 더 짜내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올리브유는 ‘람판테 버진’ 올리브유라 불린다.

엑스트라 버진과 버진 올리브유가 첫 번째 압착과정에서 짜내진 올리브유라면 람판테 버진 올리브유는 두 번째 압착을 통해 생산된 올리브유인 셈이다. 이 역시 올레인산의 산도 역시 2% 이하를 기준으로 삼는다.

한편 가끔 기후 조건이 나쁘거나 제조 공정 중의 결함 때문에 올리브유의 산도가 높거나 결함이 있는 맛, 향, 또는 색깔을 띄게 될 수가 있다.

이 결함들을 바로잡기 위해 람판테 버진 올리브유는 정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때 산도가 낮아지고 맛과 향의 결함이 제거된다. 이렇게 생산된 것이 정제 올리브유(Refined Olive Oil)다. 이 제품은 올리브유의 화학 구조를 갖추기는 하였으나 맛이나 향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 정제 올리브유는 엑스트라 버진이나 버진 올리브유와 함께 섞여 또 다른 올리브유로 태어난다.

이렇게 여러 재가공 과정을 거쳐 생산된 올리브유의 상표에는 ‘엑스트라 버진’이나 ‘버진’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지 않다. 그저 ‘올리브유’라고만 쓰여 있을 뿐이다.

외국 제품의 상표에 그냥 ‘올리브유’라고 쓰여 있다면 이는 ‘고급 올리브유’ 이하 등급의 제품인 셈이다. 이는 엄밀히 말해 ‘혼합 올리브유’ 혹은 ‘정제 올리브유’라고 보면 더 정확하다. 그래서 국내 보급 초기에는 이들 올리브유의 상표에는 ‘혼합 올리브유’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퓨어 올리브유’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어감상 ‘듣기에도 순수해 보이는’ 이 용어는 사실 국내에서 만들어낸 조어다. ‘혼합 올리브유’라고 표현하면 싸구려 같거나 왠지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마케팅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올리브 제조나 수입 유통업체들은 ‘혼합’ 대신 ‘퓨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올리브유 제조 공정 중 생기는 잔여물이나 페이스트는 올리브 포마스(Olive-Pomace)로 부르는데 올리브 열매를 최초로 압착한 후에 남은 찌꺼기를 갈아서 만든 기름을 올리브 포마스유(Olive-Pomace Oil)라 한다.

미처 압착되지 않은 오일을 원심분리를 사용하여 추출, 정제 과정을 거치며 식용으로는 부적합하다. 한때 이 포마스 오일이 식용으로 사용된 적도 있었는데 발암 시비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올리브유 올바른 사용법

"올리브유를 사용해 계란 프라이나 전을 만들어 먹었는데 왠지 쉽게 타버리는 것 같아요. 냄새가 구린 게 별로였어요."
올리브유를 처음 사용하는 이들이 가끔 지적하는 얘기다. 대부분 '엑스트라 버진'급 올리브유를 사용한 경우다.

여러 종류와 등급의 올리브유가 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종류는 놀랍게도 '엑스트라 버진'급이다. 판매량의 무려 80% 정도. 10명 중 8명 이상이 최고급 수준의 올리브유만 구입해 간다는 얘기다.

그런데 전체 생산량의 10% 이하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가장 좋은 등급의 '엑스트라 버진'은 향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하면 향이 강하다. 때문에 열을 가해 굽거나 튀기게 되면 강한 향이 음식 자체의 맛이나 향과 어우러져 음식 고유의 맛을 잃게 하기가 쉽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엑스트라 버진은 튀김용보다는 샐러드 소스로나 빵을 찍어먹는 등 주로 자연상태 그대로 쓰는 것이 좋다.

반면 정제 과정을 거쳐 혼합된 퓨어 올리브유는 기름이 많이 필요한 요리, 즉 튀김 등에 쓰기에 더 적합하다.

정제 과정에서 탈향이 되기 때문에 올리브 자체의 향이 배일 염려가 없어서다. 또 발연점이 버진급의 190도에 비해 40도나 높은 230도나 된다. 기름이 쉽게 타버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때문에 올리브유는 여러 가지 종류를 마련해 용도에 맞춰 따로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