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가계 부채 폭탄이 터진다면…외부충격으로 갑자기 폭발하면 파장 예측불허… 결국 국민만 큰 고통

‘소득은 늘지 않는데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른다 → 이를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은 빚을 내 산 집들을 서둘러 처분하려 든다 → 급매물이 나오고 매물이 늘어나면서 집값은 붕괴되기 시작한다 → 부실 대출이 우려되는 은행 등 금융권은 일시에 자금 회수에 나서고 집값이 속락 추세를 보인다 → 개인들은 집을 팔아도 대출 원금을 갚기에 허덕인다 → 불량 채권이 늘어난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권도 부실에 휩싸인다 → …’

날로 심화하고 있는 가계 부채 문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경우 상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지금은 가상의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상황이 의외로 쉽게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비단 금리 인상 때문이 아니더라도 북한 핵위기, 유가 폭등 등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서도 경제 시스템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현재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가계 부채의 핵은 주택담보대출. 특히 대출 조건이 거의 대부분 변동금리란 점은 더욱 위험 가능성을 부채질한다. 문제는 가계 부채가 자꾸 늘어날수록 경제 체질은 외부 충격에 더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집을 살 때는 돈을 싼 금리에 빌렸지만 이후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금리가 오를 수 있는 확률이 결코 적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시장에서 빈번하게 흘러 나오고 있는 금리 인상 주장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시나리오처럼 ‘가계 부채 대란’이 일어난다면 결과는 그뿐이 아니다. 가계 부실에 빠진 일반인들의 소비는 극도로 위축되고 돈은 더 궁해진다. 그러면 다시 시중 금리는 올라가고 금융 약자인 서민들은 또다시 높은 금리에 돈을 빌려야만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내수 침체로 이어져 결국 경기 악순환의 늪에 빨려들고 만다.

은행 등 금융권 입장에서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부실 채권을 회수 못하게 되면 다시 자금줄을 조이게 되고 이는 시중 유동성 부족으로 돌아온다. 또 한번 카드 사태처럼 막대한 금액의 공적자금이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경실련 홍종학 정책위원장은 “작금의 과도한 가계 부채 팽창은 결국 2가지 선택의 갈림길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된다”고 보고 있다. 하나는 예상되는 파국의 상황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서히 시간을 두고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단기간에 이런 상황이 전개돼 문제가 폭발하게 되면 그건 스태그플레이션을 수반하는 ‘공황’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심각한 사회 문제적 갈등이 분출되는 것은 예상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비교적 천천히 진행된다면 그건 결국 일본식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 된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이를 빚에 의한 ‘데트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경제는 살아나지 못하게 되고 국민들은 외환 위기와 카드 사태에 이어 또 다시 가계 부채의 수렁 속에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홍종학 위원장은 “어느 방향으로 가든 결국 시간의 차이일 뿐 국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짐은 마찬가지”라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또 심화될수록 결국 시나리오와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가계 부채의 크기가 커질수록, 국민들이 견뎌내야 하는 부담의 크기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