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론… 분양가 상한제에 종부세 등 큰 부담 "버블 붕괴 대비해야"상승론… 토지보상금 20조 풀리고 대선의 해 "떨어지게 놔두겠는가"

새해에도 부동산 불패 신화는 계속될까? 또는 상승을 멈추고 안정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하락할까?

대망의 2007년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이은 부동산 가격 폭등 행진에 조바심이 난 일반인들에게는 ‘이제라도 집을 사야만 될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투기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버틸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때마침 시장에서는 부동산 거품을 염려하는 각종 보고서와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이 시중의 부동산 대출 자금 시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기한다는 명분으로 과천 등 정부 당국의 신도시 개발 계획도 줄기차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새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 역시 상승과 안정으로 엇갈린 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우려하는 이들의 주장과 거품은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진영의 상충된 주장이 맞서며 논란이 분분하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주장을 펴는 진영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거품 위기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한다. "부동산 거품이 터진다"는 버블(거품) 붕괴 주의보가 예전보다 높은 빈도로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령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김근태 의장이 국회에서 집값 폭등 대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신상순 기자
영국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계열사인 국제경제 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발간한 국가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아 버블 붕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IU는 버블 붕괴가 발생할 경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하락세와 대통령 선거, 북한 핵문제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간 불경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경제 연구기관들도 가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뉴타운과 판교 등 서울과 수도권의 신규아파트 입주 물량이 30% 이상 늘어나 공급이 급증하는 2008년부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공급물량이 집중된 지역과 공급량이 가장 많았던 중대형 평형에서 가격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새해 한국경제를 위협할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주택시장 버블 붕괴'를 꼽고 "정부의 추가 부동산 조치 강도에 따라 새해에 주택 값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금융연구원은 이와 관련, “버블이 지금보다 커질 경우에는 후유증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버블 붕괴를 피하려다 버블을 키우는 결과를 반복하기보다는 버블 억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선제적 조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선제 대응을 주장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 역시 "한국경제는 '4마리 곰'과 직면해 있다"며 부동산거품을 고유가와, 원화강세, 주가조정 등과 함께 새해 우리 경제를 위협할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의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식 도입 검토와 관련 환영 입장을 밝히는 홍준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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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론되고 있는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방식을 통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자는 주장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거는 기대감을 키워준다. 또 해묵은 과제이긴 하나 분양가 상한제와 건설 원가 공개 등도 집값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금융권이 지난 연말부터 과다한 신규 대출 억제에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과 최근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역시 안정 요소이기도 하다.

반대로 부동산 활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2007년이 대통령 선거가 벌어지는 ‘선거의 해’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도 부동산 투자에 나서며 낙관론을 펼치는 이들은 “대통령 선거가 벌어지는데 설마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기라도 하겠냐’는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당장이라도 서둘러 경기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나서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있지만 새해에 신규로 풀릴 토지 보상금은 여전히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지적된다. 새해에도 토지보상금 규모는 혁신도시 9곳에 4조3,000억원, 김포신도시 2조원, 영종 지구 2조6,000억원 등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상승과 안정’ 두 상반된 주장은 표면상으로는 서로 일견 대등해 보인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일련의 정책들이 아직까지는 시행되거나 채택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반값 아파트 얘기는 많은 이들을 들뜨게 하고 있지만 실제 추진된 사항이 거의 없다. 알고 보면 정치권에서 제기된 얘기에 불과하지 정부에서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건교부의 관리는 반값 아파트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아파트 제공 등의 주장도 아직까지 정치권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해서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 나온다.

종부세 부과로 투기 수요가 많이 차단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보통 몇 십만원에서 많아야 몇 백만원이 대부분인 부과액은 ‘한 해 부동산 가격 인상 금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는 것. 부동산 값이 오른 것을 감안하고 또 앞으로 더 오를 것을 기대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종부세가 결코 투기 억제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금융권이 최근 서둘러 부동산 대출 자금 축소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이런 방침을 거둬 들일 수 있다는 것. 판교 아파트 분양 때 과열이 문제되자 금융권이 일시적으로 대출 축소를 발표했다가 ‘계약에 나선 이들이 피해를 본다’는 명분으로 다시 대출을 재개한 사례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부동산 관계자와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어떤 시각과 의지를 가지고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가느냐가 향후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2007년 부동산 시장의 향배는 첫 번째 평가 시점인 봄 이사 시즌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