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인 정보화 교육 어디까지 왔나정보격차 해소 위해 복지관 등서 교육… 노인 절반 "필요성 못 느껴"

정보가 곧 자본인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격차’는 빈부격차만큼이나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심화하는 중대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정보기기를 다루는 능력 부족에 따른 정보 접근성, 정보 활용력의 제약은 노인 등 취약계층을 주류사회에서 더욱 소외시키는 직접적 배경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 국민이 정보화의 혜택을 함께 누리도록 한다는 취지로 2000년대 들어 정보격차 해소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이 정책이 본격화한 것은 2001년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마련된 ‘제1차 정보격차해소종합계획(2001~2005)’을 통해서다.

6년간 장·노년층 34만 명이 혜택

정보격차해소종합계획은 ‘디지털 복지사회’ 구현이라는 명확한 비전에 따라 정보화 취약계층에게 보다 많은 정보접근 기회, 보다 높은 정보활용 능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각종 시책을 펼쳐 왔다.

2006년부터는 ‘제2차 정보격차해소종합계획(2006~2010)’이 정보통신부 등 13개 부처 공동으로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 ‘모두가 함께 하는 따뜻한 디지털세상’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제2차 계획은 일반 국민 대비 53% 수준(2005년 말 기준)에 머무르고 있는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을 2010년까지 80% 선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서울 중구청에서 11월17일 실시한 제5회 구민 정보화 경진대회 실버부문에 참가한 한 노인이 돋보기를 가지고 문제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주성 기자
노인들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은 정보화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은 55세 이상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을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 교육 인원은 2000년 2만3,000여 명에서 해마다 꾸준히 늘어 2006년에는 7만5,000여 명(10월 기준)에 달했다. 6년 동안의 누적 교육 인원은 약 34만여 명이다.

장·노년층 정보화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는 정보화 교육장을 갖추고 있는 등 교육여건이 양호한 노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대학 등으로 전국에 200여 개 기관이 지정돼 있다.

교육 내용은 주로 정보화 마인드를 불어넣기 위한 컴퓨터 및 인터넷 활용 기초과정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며 2003년부터는 수강생들의 희망에 따라 실용 과정, 직능 과정, 자격증 과정 등도 추가 개설됐다. 정보화에 눈을 뜬 장·노년층이 더 높은 단계의 학습을 원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정한 정보화 수준을 갖춘 동시에 사회공헌 의욕이 높은 고령자들을 강사로 적극 활용하는 ‘어르신 IT봉사단’ 프로그램이다. 이는 정보화에 앞선 노인들로 하여금 정보화가 취약한 노인들을 이끌게 하는 일종의 ‘노노(老老) 케어’ 교육방식으로 적잖은 효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어르신 IT봉사단’은 2005년 9월 27개팀 147명으로 처음 결성됐으며, 2006년에는 38개팀 194명의 봉사단원이 경로당, 노인교실, 개별 가정 등에 방문해 정보화 기초교육 등을 실시했다.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펼치는 지역주민 정보화교육도 노인 정보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농어촌 등 지역주민 정보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이 교육은 읍, 면, 동사무소나 학교시설 등 전국 1,500여 개소의 교육장을 활용하고 있는데 노인 정보화의 저변 확대에도 상당히 기여한다는 평가다.

노인들 정보화 학습의욕 낮아

하지만 노인 정보화를 위한 정부의 다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와 노인의 정보격차는 아직도 커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KADO 정보격차해소연구센터 김은정 미래사회전략팀장의 ‘세대 간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세대공감 정책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노인 정보화 교육이 서비스의 공급 확대 측면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서비스 수요자인 노인 계층의 특성을 반영하는 사업으로 확대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노인 계층 내부의 다양한 정보화 수준과 욕구에 맞는 교육환경 제공이 미흡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수요자인 노인들의 인식 문제다. 이와 관련, KADO가 2003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노년층이 정보화 교육을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교육 수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4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응답률은 일반 국민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그만큼 노인들이 정보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지 않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실제 ‘어르신 IT봉사단’으로 활동 중인 한 노인은 “노인들 자신의 정보화 학습 의욕이 낮은 것도 문제”라며 “나이 탓을 하며 기회를 스스로 외면하거나 심지어 정보기기를 잘 다루는 노인들에게서 배우기는커녕 오히려 무시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향후 정부의 노인 정보화 정책은 교육 인프라 구축 못지않게 노인들의 정보화 학습 동기를 고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KADO 김은정 팀장은 동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노인 정보화 정책이 전제로 한 ‘수용자로서의 노인’ 이미지를 버리고 정보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정보화를 추진하는 주된 사회세력으로서 노인 계층을 인정할 때 정보격차해소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의 정보화는 그들 스스로 정보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참여한다는 의식을 느낄 때 비로소 탄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노인 정보화 정책 추진에 세대 간의 소통,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