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농구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판정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축구, 야구, 배구 등 다른 종목들에 비해 농구는 특히 심판의 재량권이 크다는 데 대부분의 스포츠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이유는 우선 좁은 공간에서 수시로 몸싸움을 벌이는 데다 적용 규정에도 주관성이 많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구의 경우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벌이기 때문에 터치아웃이나 공의 라인 터치, 네트 터치 정도만이 심판 판정에 논란을 부른다. 하지만 농구는 똑 같은 몸싸움이더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공격자, 혹은 수비자 파울로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또 농구는 한두 명의 기량이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만 막아 버리면 쉽게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표적(?)이 된 선수 한 명을 파울 누적으로 퇴장시킨다거나 엉뚱하게 휘슬을 불어 사기를 꺾으면 종종 승부의 추가 급격하게 기울어 버리는 것.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심판의 편파 판정, 혹은 오심을 당장 가려낼 수 있는 직접적인 매개체인 비디오 녹화 화면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기장에서는 전광판을 통해, 일반 가정에서는 TV의 슬로비디오 중계를 통해 경기 장면이 비쳐지는데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판정의 정확성을 가릴 수 있다.

프로 배구의 경우 최근 경기장 내 전광판을 통해 경기 장면이 중계되면서 심판이 자신들이 내렸던 오심을 수정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심판이 이미 선언한 판정을 고수하려다가도 전광판을 지켜보는 관중들의 야유와 반응을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 한국프로농구(KBL)는 협회 차원에서 심판 판정 시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경주 중이다. 급여 등을 현실화해서 심판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해주고 외국인 심판을 강사로 영입해 심판 교육을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심판 출신의 전문가를 특별히 초청해 교육했는 데도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을 보면 별무소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로 농구 관계자는 “심판들이 자긍심을 느끼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심판 판정 불신 문제는 한꺼번에 해소될 수 있다기보다는 협회는 물론, 팀과 선수, 팬들까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