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로 튄 사채 '불똥'… 사채업체 폐해 다룬 드라나 여파로 CF출연 연예인들에 비난 쏟아져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금나라 아버지가 남긴 유서.
'사채에 울고 사채에 웃고…'

사채의 높은 이자를 내느라 허리가 휘어지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채를 전혀 쓸 것 같지도 않은 연예계 스타들의 이야기다.

연예계 스타들이 사채와 관련한 영상물로 인해 한편으로는 뜨거운 호응을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맹렬한 비난에 시달리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맞고 있다. 사채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 SBS 수목 미니시리즈 <쩐의 전쟁>(극본 이향희, 연출 장태유)에 출연하는 박신양, 박진희, 이원종, 신동욱 등은 뜨거운 호응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대부업체 CF에 출연하고 있거나 출연했던 최민수, 최수종, 탁재훈, 김하늘, 한채영, 최정윤, 심혜진, 조원석, 김미려 등은 비난 여론에 휩싸인 채 한숨을 짓고 있다.

<쩐의 전쟁>이나 대부업체 CF나 똑같이 사채를 소재로 하고 사채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출연 연예인들이 완전히 상반된 반응에 휩싸이고 있는 까닭은 뭘까. 출연 연예인들이 해당 영상물 출연을 통해 돈을 버는 점 또한 동일하다. 이쯤 되면 상반된 반응의 배경이 새삼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엇일까.

영상물 속에 담긴 사채의 의미에 대한 메시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쩐의 전쟁>이 사채업자들의 교묘한 수법과 이로 인해 소비자의 피해를 보여줌으로써 사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반면에, 대부업체 CF는 사채의 교묘한 수법을 고스란히 광고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신양, 박진희 등은 사채의 폐해를 강조하고 있고 최민수, 최수종, 탁재훈, 김미려 등은 사채의 왜곡된 장점을 강조하고 있기에 반응은 엇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타급 연예인들이 대부업체 CF 모델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최근 들어 급격히 뜨거워지고 있다. 이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지만 <쩐의 전쟁>을 통해 연리 66%의 고리를 떼어가는 대부업체들과 사채꾼의 행태가 대중의 공감을 형성하면서 대부업체 CF 모델을 해온 연예인들은 비난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비록 드라마라 하더라도 사채에 시달리던 금나라 아버지가 절대 카드빚은 쓰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카드로 동맥을 끊고 자살한 내용은 경각심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 해당 연예인 팬에 사과 하기도

이와 함께 대부업체 CF 모델로 활동하던 연예인들의 뒤늦은 각성도 러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배우 최수종은 대부업체 광고모델 재계약을 포기하고, 당초 모델 계약 건을 추진한 매니저와 계약까지 해지했으며 소속사를 통해 "팬과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줘 죄송하며 사죄드리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하늘도 대부업체 CF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일부 개런티를 돌려줬다. 이미 상당 기간 모델로 활동하며 적지 않은 개런티를 챙긴 마당에 뒤늦게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감도 있다. 하지만 모델이 직접 해당 CF 출연이 잘못된 선택임을 인정한 점에서 어느 정도 용기를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연예인이 대부업체 광고 모델을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 최민수는 사채업 광고 출연 연예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의 지면 광고에 부인 강주은 씨와 함께 당당히 등장해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최민수 입장에선 지난 2월 말 계약을 한 점에서 시기상으로 억울한 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민수의 등장 시기는 시류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더 큰 비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부업체 CF 모델은 양날의 칼이다. 특히 다른 분야에 비해 개런티가 높게 책정돼 있기에 연예인들에겐 매력적일 수 있는 분야다. 그래서 많은 연예인이 지금도 TV에서 '무이자, 무보증, 무담보'를 외치며 서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연예인 입장에선 하루만 투자하면 수억원의 돈을 벌 수 있지만 이미지의 엄청난 타격을 각오해야 한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수준이다. '국민 배우'급으로 칭송받던 최수종이 입은 이미지 손상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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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kulkuri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