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 롯데냐, 일본 오릭스냐?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대호(29ㆍ전 롯데)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부산에서 태어나 롯데에서 활동하는 이대호는 17일 "롯데에 남는다면 나 자신은 물론이고 팬과 구단에도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날 이대호는 롯데로부터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대우를 제시받았다. 롯데는 계약기간 4년에 총액 기준으로 70억원대로 예상되는 거액을 제의했지만 이대호의 마음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

이대호는 "배려에 감사하지만 만족할 만큼은 아니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 대우를 약속받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액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 역대 최고 대우는 심성수가 2004년 삼성으로 옮기며 받았던 60억원이다. 일단 이대호는 19일까지 합의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든지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대호는 몸값을 어느 정도 받길 원할까?

이대호는 4년 총액 80억원 이상이면 롯데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 야구계에서 80억원 정도가 이대호 몸값으로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이대호는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적 있다. 4년 총액이 80억원이면 해마다 20억원씩 받는 셈이다.

일본 스포츠신문 스포츠닛폰은 18일 신분 조회를 마친 오릭스가 계약기간 2년에 총액 5억엔(약 74억원) 이상의 대우로 이대호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대호가 오릭스를 선택하면 1년에 최소 37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소득세율이 높지만 돈으로만 따지면 이대호는 오릭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

이대호는 평소 일본 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말해왔다. 한창 전성기에 FA가 된 이대호에게 오릭스행은 그동안 꿈꿨던 해외 진출을 통해 높은 몸값까지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 야구인은 "혹시 마음이 바뀌면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대호가 오릭스에 간다"고 말했다. 오릭스가 최근 이승엽 통역 담당 정창용씨와 2년 계약한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제일동포 밀집지역인 오사카에 자리 잡은 오릭스는 9일 일본야구기구를 통해 한국야구위원회에 이대호의 신분을 조회했다. 롯데는 19일까지 이대호와 우선 협상할 권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릭스 관계자는 "이대호에게 하루 빨리 말을 걸고 싶다"고 말해왔다. 롯데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20일에 곧바로 이대호를 낚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섣부른 일본행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준 높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성공하면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쥘 수 있지만 까다로운 분석 야구와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성공하란 보장이 없다. 공교롭게도 이승엽과 김태균이 떠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이대호가 일본행을 노리는 시점에서 이승엽과 김태균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자타가 공인했던 한국 최고 타자 이승엽은 일본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내년 연봉 1억 5,000만엔(약 22억 1,500만원)을 포기한 채 한국행을 선언했다. 지바 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은 지진과 방사능을 이유로 복귀했다. 일본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는데 지진이 많은데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능에 대한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대호가 결국 오릭스를 선택할 거란 관측이 많지만 롯데가 80억원 이상을 제시하면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에 잔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물론 이대호가 오릭스와 계약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롯데와 이별할 명분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대호는 19일 롯데와 최종 담판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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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