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이 새 옷으로 갈아 입는다. 1997년 말 신한국당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의 주도로 조순 총재의 민주당과 손 잡고 한나라당으로 거듭 난 이래 14년간 이어져온 한나라당의 안팎 모습이 완전히 새롭게 바뀔 전망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지난 22일 통과됨에 따라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당 쇄신으로 가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 없어졌다.

그간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공천 물갈이 등 인적 쇄신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FTA 처리를 앞두고 대오가 흐트러질 수 있는 점을 가장 걱정했다. 자신이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될 경우 누가 당론에 따라 FTA 비준에 힘을 쏟겠느냐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때문에 홍 대표는 정책 변화나 인적 쇄신 등 당의 개혁에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FTA 처리 이후'로 미뤄왔다. 홍 대표는 "쇄신을 위한 물갈이는 능사가 아니다"란 말까지 했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쇄신의 제1과제는 당연히 인적 개편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공천 물갈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
실제 홍 대표는 FTA 비준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소속 의원 및 당협위원장 전원이 참석하는 쇄신연찬회를 29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당의 진로와 쇄신 방향을 놓고 자유로운 형식의 끝장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FTA 라는 족쇄가 풀린 한나라당이 당의 간판과 소속 의원들의 공천을 포함한 모든 것을 뜯어고치는 대수술을 시작한다는 신호탄이다. 이른바 '신(新) 한나라당'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29일 연찬회 거친 뒤 윤곽

홍 대표는 최근 당 쇄신과 관련, "한나라당을 쇄신하고 혁신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당을 리모델링 하는 데에는 한 달 정도만 소요하면 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어 "한나라당은 치열함과 절박함이 없이 타성에 의해 굴러간다"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잘난 사람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인사 중 당론에 배치되는 행동을 하거나 유달리 튀는 언행을 일삼는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인적 쇄신의 밑그림도 제시했다. 그는 "국민이 맡겨 준 일에 대해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밑바닥을 향한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며 "잘난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게 하고 치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재구성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로 이뤄지던 기존의 공천 방식에서 탈피해 '파격'이란 단어가 어울릴 정도의 인사들을 내년 총선에 내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방식으로 공천 물갈이를 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그래서 홍 대표는 연찬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서 모든 참석자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이날 연찬회에서 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은 저마다 인적 개편을 포함한 당 쇄신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 공천 개혁방안과 정책 기조 변환, 개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을 포함한 각종 쇄신안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참석자들이 공천 개혁을 포함한 인적 쇄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더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방안을 내놓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즉 '자신은 살고 남이 죽는'식의 제안은 있을지 몰라도, '당을 위해 자신이 죽는'식의 파격적 제안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젊은 의원들은 고연령 의원들의 용퇴를, 텃밭이 아닌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텃밭 출신들의 교체를,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 의원들의 교체를 요구하는 식으로 서로가 적진을 겨냥한 아이디어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 대표의 노림수는 여기에 있다. 모든 참석자들이 제시한 인적 쇄신 방안이 이 같은 수준에 그칠 경우, 맨 나중에 연단에 올라 "이 정도로는 절대 안 된다"고 일갈한 뒤 고강도 개혁을 약속하고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지역 전원 불출마(?)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 전망은 어둡다. 더구나 야권이 통합야당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는 점도 한나라당으로선 불안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홍 대표 등 지도부는 단순한 인적 자원 교체로는 국민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이 깜짝 놀랄만한 획기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홍 대표는 '당을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명제 아래 자신의 불출마를 포함한 엄청난 제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해도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내 총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 주변에서 기획되고 있는 공천 물갈이의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가 대선주자를 비롯한 당내 중진 의원들의 전원 불출마 선언이다.

이 경우 홍 대표 자신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ㆍ이상득 의원 등 당내 대주주로 일컬어지는 의원들의 용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어 영남지역이나 서울 강남권 등 텃밭 출신 의원 중 몇 회 이상 공천을 받아 상대적으로 손쉽게 당선된 다선 의원들의 교체 카드도 가능하다. 또 비(非) 텃밭지역이라도 연령이 높거나 다선에 해당하면 역시 교체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보수 색채가 유난히 강한 인사들도 당연히 위험하다.

평균적으로 매 총선마다 한나라당은 30~40%가량의 공천 물갈이를 해 왔다. 따라서 내년에는 적어도 50%를 목표로 공천 물갈이를 추진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민 감동을 이끌어내기 부족하다는 여론이 조성될 경우, '서울 지역 의원 전원 불출마' '영남 의원 무조건 절반 이상 물갈이' 등의 초 고강도 카드도 홍 대표에 의해 제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럼 빈 자리에는 누구를 내세워야 할까. 일전에 방송인 강호동씨 같은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딱히 강씨를 지목했다기 보다 그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40 지원이 절실한 한나라당 입장에선 20대 국회의원 탄생을 겨냥한 대학생들의 공천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30대 샐러리맨이나 주부, 40대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 등의 출마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한 이른바'성실한 보통 사람'을 공천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 방식도 지도부가 결정해 내려 보내는 하향식이 아니라 '나는 가수다'식의 완전 경선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한 지역구에서 출마 의향이 있는 후보들을 모두 내세워 당원을 포함한 지역 주민에게 공천 여부를 묻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개방형 국민 경선제)의 도입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지만 적어도 내년 1월부터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 연말 2012년도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착수될 가능성이 높다.

중도 지향·당명 변경 검토

당 개혁은 크게 '중도로의 클릭 이동'이 될 전망이다. 지금처럼 보수 이미지가 강한 상태로는 총선은 물론 대선도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다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중도 쪽으로 다가서야 한다. 따라서 '박근혜식 복지 프로그램'의 도입과 같은 기조 전환이 요구된다. 현정부의 성장 위주 방향이 크게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박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자신의 싱크탱크에서 상당한 연구를 진척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물갈이 인사가 대폭적으로 진행되면서 당의 정책 기조가 중도 쪽으로 새롭게 전환된다면 굳이 한나라당 간판을 유지해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정도 개혁 수준이면 당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당으로 재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 간판이 내려지면 그 과정에서 한가지 더 요구될 사항이 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이다. 이 대통령을 배출함으로써 한나라당은 소임을 다한 것으로 분위기를 몰아갈 수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서면서 박 전 대표 등 새 인물 중심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총선 및 대선 승리를 위해 뛰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당을 창당하는 수준의 이 같은 개혁 프로그램을 홍 대표가 혼자 이끌어 내기란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 당내 최대 주주인 박 전 대표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도 당을 완전히 바꿔야 총선에서 이기고 이 기운을 토대로 대선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사를 직접 주도할 경우 탈락한 사람들은 적으로 돌아앉는 게 보통이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박 전 대표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물갈이를 포함한 대수술을 홍 대표 손으로 직접 집도하게 하되, 자신은 뒤로 빠지는 것이 이롭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홍 대표는 2005년 박근혜 대표 시절 당 혁신 위원장을 맡아 당권 대권 분리 등 당의 개혁을 주도하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때문에 당의 개혁 움직임은 박근혜 연출에 홍준표 주연에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며 뒤에서 추인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설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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