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 39개 대학교 총학생회장들과 가진 '반값등록금 관련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대통합'을 화두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무언가 달라진 박 후보의 대선 행보에 당은 물론, 일반 국민들 중에도 적잖은 기대를 나타낸다. 이런 분위기와 대세론으로 읽히는 높은 지지율이라면 박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반면 정반대의 분석도 있다. 정치 전문가들과 박 후보 진영 일각에서는 '지금의 박근혜'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말한다. 심하게는 '안철수 변수' 등의 대선구도를 근거로 '필패론'까지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12월 대선이 박 후보 자신에게 달렸다고 평한다. 현재와 전혀 다른 '새(NEW)박근혜'로 변신할 수 있느냐에 대선 운명이 갈린다는 것이다.

'확장성 한계'극복 난제

요즘 박근혜 후보 진영의 고민 중 하나는 '시간'이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결정(9월16일)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단일화(11월 추정) 과정까지 무려 2개월 이상을 독주해야 한다. 자칫 국민의 관심이 민주당 경선과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라는 흥행에 쏠리고, 박 후보만 검증 무대에서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김해=이성덕기자
반면 박 후보가 홀로 선 2개월은'NEW 박근혜'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떤 'NEW 박근혜'로 변신하느냐는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약점'에 반면교사적 답이 있다고 분석한다.

박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는 지지층 '확장성의 한계'와 닫힌'역사관'이 지적된다. 박 후보가 고정 지지층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거나 자기중심적 역사관(사고)에 갇혀 있을 경우 대선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선 '확장성의 한계'와 관련, 유동적인 중도층과 취약한 2040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향배의 키(key)를 쥐고 있는 40대 층을 우군으로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평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1, 22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박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20대의 박 후보의 지지도가 29.9%에 그친 반면 안 원장은 68.5%였다. 30대에선 박 후보가 34.8%, 안 원장이 60.6%였다. 반면 40대에선 박 후보가 43.9%, 안 원장은 49.3%로 격차(5.4%포인트)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다른 조사들에서도 2030세대의 반(反) 박근혜 정서가 높고 40대는 박 후보와 안 원장에 고른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에게 대선 풍향계이자 '민심의 가늠자'로 불리는 40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징표다.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에서 참석한 박근혜(오른쪽) 후보 가족. 대선이 나가오면서 박 후보의 역사관과 가족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치열해지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이와관련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에겐 여성ㆍ고연령ㆍ저학력ㆍ저소득ㆍ영남ㆍ보수라는 6대 핵심 지지층이 있는데 2007년 대선 이후 변하지 않았다"면서 "40대 중도, 화이트칼라, 수도권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40대는 옛날과 달라 민주주의 투쟁에 앞장서온 세대로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뉴(NEW)'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역대 대선은 어느 후보가 'NEW'한가, 기대와 꿈을 갖게 하는가에서 판가름이 났다"면서 "박 후보가 안철수 교수에게 고전하는 것은 'NEW' 이미지, 가능성 차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최대 과제는 '지지기반 확대'"라면서 "보수대연합은 도움이 안되고 중도, 개혁 노선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교수가 미래가치 인상을 주는 반면 박 후보는 과거 이미지가 강하다"면서"정책이나 언행에서 박 후보가 새롭게(NEW) 변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새누리당 지지층의 80%, 보수층의 70% 가량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데 박 후보가 지지층을 넓히려면 중도성향과 실용적 정서를 가진 40대를 공략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그들의 관심사인 자녀교육, 주거문제 등의 현실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자기중심적 역사관 바꿔야

전문가들은 박근혜 후보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으로 '역사관'을 지적한다. 이는 특정 사안에 대한 역사 인식과 함께 대선 후보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과도 맞물려 있다. 박 후보는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5ㆍ16에 대해 2007년에는 '구국의 혁명'으로 평가했다가 얼마전에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표현을 누그러뜨렸지만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후보의 대선 최대 과제는 '역사관'"이라면서 "그간 박 후보가 보인 역사 인식은 자기중심적 사고로, 이는 현실의 박 후보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중심적 역사관이 박 후보의 긍정적 평가를 상쇄하고 '불통'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윤희웅 실장은 "여론조사결과를 분석해보면 박 후보의 5ㆍ16에 대한 인식 등이 정책효과를 반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고, 특히 40대에서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역사관은 지지층 확장성 문제와도 연계돼 있다. 김형준 교수는 "40대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세대로 박 후보의 역사관은 자칫 40대가 등을 돌릴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박 후보 진영에서도 이 문제를 잘 정리하고 극복하지 못한다면 박 후보가 취약한 수도권ㆍ중도층의 표심을 끌어당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는 평가가 많다"면서 "박 후보가 딸 입장에서 아버지 박 대통령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21세기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가 20세기 산업화ㆍ근대화 시대를 평가한다고 하면 국민도 공감할 것이고 중도층의 지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공세 막고 당 화합

박 후보가 야권의 검증 및 네거티브 공세를 적절하게 대응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5ㆍ16 발언을 비롯해, 정수장학회 문제, 박 후보 동생 박지만씨 부부를 둘러싼 의혹, 공천헌금 의혹, 장준하 선생 의문사 문제 등은 이미 수면 위에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5ㆍ16 발언과 장준하 선생 의문사 문제가 역사 인식과 관련된 것이라면 다른 사안은 금력과 권력에 대한 '기득권'과 연관지울 수 있다.

박 후보 진영에선 '역사관' 문제는 앞서 기술한 것처럼 전향적인 자세를 모색하고 있고,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과 같이 "나와는 관계가 없다"거나 "본인들이 문제 없다고 했다"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야권의 공세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필립 정수장학회 재단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교수의 차이 중에 '서민적 행보'가 있다"면서 "안 교수는 자신의 것을 내놓고 베푸는 행보를 취한 반면 박 후보는 친박, 정수장학회 등 자신의 것을 내놓지 않으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 화합과 관련해선 비박(非朴) 진영 끌어안기와 함께 '보수대연합'이 거론된다. 박 후보는 '대통합'을 주창하면서 다른 경선 주자들을 만나 협조를 당부했고, 비박 진영 핵심 인사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대연합에 대해서는 당내 논란이 있다.

김민전 교수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보수대연합보다 중도층 외연확대가 더 중요하다"면서 "비박 껴안기는 보수표를 모으기보다 대선에 필요한 후보의'포용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에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아직"NEW"라고 할만한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박 후보의 대선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손+안'이 '문+안'보다 승산 높다


정치 전문가, 박근혜와 맞대결 승부 예측
대선 주요 변수 '안철수 검증·야권 단일화'

박종진기자

12월 대선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박근혜 후보에 맞설 상대는 누가 될까? 현재로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비롯해 민주통합당 경선 주자인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 등 4명 가운데 한 명이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 전문가들은 18대 대선의 주요 변수로 안철수 원장에 대한 검증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꼽았고, 박 후보와 야권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안 원장이 야권 후보가 되면 안 원장을 지지하는 새누리당 지지층이 새누리당으로 돌아간다"며 박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반면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안 원장은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에 더해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며 안 원장의 승리를 예상했다.

김민전 교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안철수 원장으로 연착륙한다면 안 원장에 승산이 있다"면서 "그러나 후보 단일화 과정이 본선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경우엔 대선의 풍향을 좌우하는 40대의 지지 성향에 비춰 '손학규+안철수'조합이 '문재인+안철수'조합보다 경쟁력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철수 원장이 야권 후보가 되면 그를 지지하는 보수층에다 중도ㆍ진보층까지 아우를 수 있어 박 후보가 광범위한 보수지지층에 더해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 역시 민주당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엔 '손학규+안철수'조합이 '문재인+안철수'조합보다 승산이 높다고 봤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안철수 원장의 지지층은 진보층에 더해 중도무당파인데 이 층은 여도 야도 아닌 독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보다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안 원장의 경쟁력을 평가했다. 박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중도층이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그밖에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면서 안 원장에 대한 검증,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요 변수로 봤다. .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