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오른쪽부터)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물론 문 후보 측은 가급적 빨리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안 후보 측은 11월10일 정책 발표 이후에 논의가 가능하다며 시기 문제를 놓고 아웅다웅하고 있긴 하다.

양측의 단일화 협상 시기를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결국은 단일화가 후보 등록 직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새누리당이야 당연히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길 바라면서도 내부적으론 단일화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면서 누가 나오든 생각보다 단일화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 섞인 진단을 내놓는다.

조윤선 새누리당 대변인은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단일화가 된다면) 여야 간 박빙의 승부가 될 테지만 결국엔 정책과 철학이 다른 두 후보의 단일화에 반대하는 유권자가 많을 것"이라면서 "박 후보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쇄신을 불러올 수 있어야 하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파괴력이 커지는데 물리적으로 시간도 부족한 데다 양측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는 움직임을 계속 보이고 있어 현실적으로 무늬만 '정치 쇄신'이란 명제 아래 합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야권 성향 유권자들은 결집될지 몰라도 승부를 결정짓는 중도층 유권자들이 오히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등을 돌릴 것이란 자체 분석이다.

새누리당 기대처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찻잔 속의 태풍에 끝날지 '박근혜 대세론'을 허물며 2002년 노무현 후보 당선의 경우처럼 위력을 발휘할지 전망은 엇갈리지만 전문가들은 양자대결 시 누가 박 후보의 상대가 되도 결국은 51대 49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권자 2%의 선택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朴 vs 安, 40대의 승부

한국리서치의 10월29일 조사에서 박 후보는 안 후보에게 41.8%대 47.1%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30~31일 조사에서는 박 후보 45.8%, 안 후보는 48.5%로 격차는 오차범위 내였다. 이론적으로 보면 단일화 기세가 더해질 경우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도 생각되지만 선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먼저 안 후보는 젊은층에, 박 후보는 중ㆍ장년층에서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은 투표율이 저조하다. 때문에 2002년 2007년 선거 당시의 세대별 투표율을 놓고 지금의 지지율을 환산해보면 오히려 박 후보가 안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젊은층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안 후보의 절대적 과제다. 때문에 민주당과 함께 젊은층 투표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이 분명하다.

안 후보와 문 후보는 부산ㆍ경남(PK) 지역이 고향이지만 한국리서치 조사(박 후보 55.8% 안 후보 32.9%)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현재까진 이 지역에서 박 후보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와 손잡고 'PK정권'을 강조하며 바닥을 돌아다닌다면 적잖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호남은 통째로 안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중-노무현 후보 당선 때처럼 9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올릴 수 있다. 다만 그때만큼 호남에서도 대선 열기가 높지 않다. 안 후보가 호남 사람도 아니고, 민주당도 예전 김 전 대통령을 위시한 동교동계가 활약하던 전통적인 야당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투표율이 예전같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이 부분은 득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또 안 후보에게 박 후보 고향인 대구ㆍ경북과 충청, 강원 등은 단일화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역시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안 후보가 문 후보와 함께 젊은층의 투표 독려와 정권 교체를 통한 변화의 바람을 강조하고 나서면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를 웃도는 득표력을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야성(野性)이 강한 수도권에서 민주당 조직을 십분 활용할 공산이 크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100만 ICT인과 함께하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공약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현재 서울에서는 안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50.5%대 36.7%, 인천ㆍ경기에서는 55.2%대 34.4%로 크게 앞서있다. 이 정도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12월19일의 승자는 안 후보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이 같은 가정이 현실화하는 것을 두고 볼 리가 없다. 안 후보의 취약점부터 집중 공략할 것이 확실하다.

먼저 민주당과 불안한 동거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왼쪽에 가 있는 민주당 흐름이 국정에 반영될 때를 가정한 공세가 예상된다. 북한 문제에 '퍼주기식' 햇볕정책의 재연이라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독소 조항을 없애기 위한 미국과의 재재협상이 시작돼 외교적 손실이 우려된다는 공격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을 통한 '재벌 옥죄기'가 대기업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져 종국에는 일자리창출을 가로 막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외칠 게 분명하다.

내년은 유럽발 경제 위기가 현실화할 개연성이 크고 일본 중국과의 영토 분쟁도 더욱 심화할 소지가 크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시한폭탄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터질지 모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일 일명 '노크귀순'으로 물의를 빚은 월책 지점 앞에서 22사단장으로부터 보고 받고 있다. 손용석기자
이렇게 국제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국회 의석 수 제2당인 민주당과 협력 관계 정도의 연결고리를 갖고 국정경험이 전무한 안 후보가 정국을 이끌 경우 대내외적으로 혼란만 가중될 것이란 전망을 마구 쏟아낼 태세다. '불안정한 신 정치'로 규정짓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흔들릴 수 있는 연령대는 승부의 무게추인 40대다. 이들이 '안철수 정권'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갖게 된다면 승산은 박 후보 쪽에 있다. 반면 이들이 새누리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기성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표로 연결 지으면 안 후보가 마지막 웃는 자가 된다.

文, 安의 지지층을 흡수하라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꺾고 박 후보와 맞상대를 벌인다고 치자. 10월29일 한국리서치 조사는 문 후보(44.7%)와 박 후보(43.6%)가 접전 양상이다. 30~31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박 후보(49.6%)가 문 후보(42.2%)에 조금 앞서 있지만 다른 기관 조사에서는 대체로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일단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단일화 경선에서 안 후보가 패했다고 해도 그는 그간 내세운 기성정치권과의 차별화 전략에다 5년 뒤인 19대 대선을 위해서라도 문 후보를 성심껏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주교관을 찾아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이 경우 문 후보는 호남을 발판으로 고향인 PK 지역에서도 러닝메이트인 안 후보의 도움을 받아 약진할 수 있다. 그러나 TK와 강원, 충청의 약세 전망은 안 후보와 비슷하다.

역시 문제는 수도권과 젊은층이다. 문 후보는 수도권에서 박 후보에 조금 앞서있으나 안 후보와 비교하면 그리 격차가 크지 않다. 또 젊은층에서의 지지율도 박 후보보다 우위를 점하긴 해도 역시 안 후보와 비교하면 그리 월등한 위치는 아니다.

관건은 과연 젊은층이 안 후보에게 보내는 것만큼 문 후보에게 기표를 할 것인가에 맞춰진다. 안 후보에 비해선 아무래도 바람의 강도가 낮을 수 있다.

때문에 문 후보는 이 부분을 안 후보의 도움으로 메우려 할 것이 분명하다. 안 후보와 함께 수도권을 돌며 공동정부론을 앞세워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득표 활동에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의 부활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의 집권은 곧 친노의 부상을 의미해 지난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는 결과가 될 것이란 점을 집중 부각할 것이다. 여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으로 야기됐던 대북 문제와 대미 관계의 악화 우려 등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또 표면적으론 문 후보-안 후보의 연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친노 세력의 집권에 불과하며 안 후보 측의 지리멸렬 가능성을 꺼내들 수도 있다. '무늬만 문-안 연대인 친노의 재집권'으로 이미지화 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아직 정치적 상상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론 단일화 논의가 아예 불발로 끝날 수도 있다. 실제 안 후보 캠프에서 민주당 출신 인사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3자구도로 완주하자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새누리당 출신도 있고 민주당 출신이라 해도 그쪽 주류와 완전히 등을 돌린 인사들도 있고 그간 정치권과 인연이 없던 인사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민주당과 정치적 노선이나 이념, 철학 등에서 융합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설령 단일화되더라도 이 같은 이유에서 이들이 민주당 내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비주류로 내몰릴 수도 있다.

여기에 어떤 방법으로 단일화 경선을 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단일화 성사의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까지는 수많은 난제가 남아있다. 막상 단일화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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