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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서어나무
숲을 숲답게 만드는 나무의 우두머리



숲을 들여다 보면 크게 자라는 나무, 작은 나무, 풀은 물론이요 토양에 사는 작은 미생물과 숲속에 찾아 드는 아름다운 새, 그들을 감싸고 있는 공기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하기 어려운 수많은 인자들이 모여 아름다운 숲속의 생태계를 만든다.

서어나무는 이러한 삼림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바로 극상림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군집들도 우리의 사회가 형성되고 발전되어 가듯이 점차 변화하는데 이를 천이라고 하며 이 단계의 마지막으로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가진 토양위에서 이루어진 안정된 산림군락을 극상림이라고 한다. 이 지구상의 모든 숲들은 모두 극상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산불이나 지진이 나든, 아니면 다른 어떤 요인으로 숲이 파괴되고 나면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처음에는 그 땅에 일년생 초본이 들어 오기 시작하고 점차 다년생으로 바뀌다가 나무가 들어 온다. 나무들은 처음에는 관목에서 시작하여 점차 교목으로 발전하게 된다.

크게 자라는 나무로 처음에 자리를 잡는 것은 햇볕이 있어야 잘 크는 양수로 소나무가 이에 포함된다. 소나무 숲에서는 이들이 만드는 그늘 속에서도 잘 견디는 음수가 차츰 자라기 시작하고 이들이 더 더욱 자라나 소나무와 같은 양수의 키를 넘게 되면 햇볕이 없어진 양수들은 사라져 가고 숲의 주인은 음수가 되는데 주로 활엽수다. 이들 나무들은 각각의 성질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숲을 형성하고 있는 나무의 하나가 바로 서어나무인 것이다.

서어나무가 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우리 나라는 미래에 세계의 주인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지만 서어나무 만은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분포의 중심에 든다는 것이다. 화석을 분석하여 보면 서어나무속 식물들은 아시아에서는 이미 Tertiary Period에 출현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세계적으로 수십종이 알려져 있으나 그 분포의 중심을 우리나라에 두고 있으니 여간 반갑지 않다.

서어나무의 학명은 카피너스 락시훌로라(Carpinus laxiflora)인데 여기서 속명 Carpinus는 켈트어로 나무라는 뜻의 카(Car)와 머리라는 뜻의 핀(pin)의 합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라는 의미가 되니 왠지 예사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서어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큰키나무다. 이른 봄 서어나무가 내어 보내는 새순은 연두빛이 아니라 아주 진한 붉은 빛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색다른 봄꽃을 보듯 신기하다. 그 피빛처럼 빨갛던 새순이 어느 샌가 잎새의 형태를 갖추어 가면서 아주 고운 연두빛이 되어 온 사방에 퍼진다. 이 서어나무가 주는 신록의 싱그러움을 따라갈 만한 나무는 그리 많지 않을 듯 싶다. 제대로 벌어진 잎새는 긴 타원형이며 열에서 열두쌍 정도의 가지런한 입맥을 가진다.

꽃은 이보다 조금 늦게 개화를 하지만 여늬 꽃들처럼 화려한 꽃잎이 없는 꽃은 잘 알지 못하면 봐도 꽃인줄 모르기 쉽다. 이러한 꽃이 결실하여 열매로 자라나는데 열매는 과포 즉 열매의 포에 쌓여 층층이 포개어져 전체적으로는 손가락 하나 길이의 이삭모양으로 길게 늘어지는데 서어나무류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개성있는 모습이다. 지금 그 열매들이 달리고 있다.

서어나무는 줄기도 멋지다. 회색에 검은빛 얼룩이 섞이고 마치 육체미를 자랑하는 보디빌더의 팔뚝 근육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와 힘이 넘친다. 그래서 이 나무의 별명이 머슬 트리(musle tree) 즉 근육나무라고 한다.

계절별로 내어 보이는 색감과 줄기의 멋스러움 등 많은 장점으로 조경하는데 풍치수로 적합하지만 목재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결이 곱고 치밀하며 약간 무겁고 잘 갈라지지 않는 데다가 점성이 강하여 좋은 점이 많다고 한다. 그 새순의 색이며 줄기의 특성때문에 분재의 소재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서어나무처럼 서서히 견디고 자라 안정되고 평안한 숲을 이루고 살고 싶은 것은 우리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다.

입력시간 : 2005-07-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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