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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우유빛 청초한 꽃잎 '봄숲의 요정'
연영초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이 생기고, 그 마음을 담을 선물을 고민할 때면 으레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꽃을 떠올린다.

꽃이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게다. 고운 우리 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숲에서 연영초를 만나면 마치 숲이 가장 정갈한 꽃 한 송이를 내게 선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세 장의 우유빛 꽃잎,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다른 그 어떤 빛깔에도 기죽지 않는 청초한 꽃잎들이 곱게 배열된 연영초.

그 꽃잎을 잘 받쳐주듯 꽃잎사이로 역시 세 장의 꽃받침이 달린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아주 큼지막하고 독특한 세 장의 잎새들이 그 꽃송이를 받쳐주고 있다. 그 아래엔 손에 쥐어주기 알맞게 한 줄기가 땅 위에서 쭉 올라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어도 연영초 줄기를 뚝 잘라 건네주면 안 된다. 숲에서 만나기가 그리 쉬운 식물도 아니거니와 고이 보존해야 할 희귀식물이기 때문이다.

연영초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봄이 무르익은 깊은 숲 속에 꽃대 한 개(간혹 세 개까지)가 올라오고 세 장의 잎이 먼저 펼쳐진다. 잎은 넓은 달걀모양 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각이 부드러워진 사각형 같기도 하다.

잎맥을 보면 잎 모양을 따라 먼저 나란히 맥이 발달하고 다시 사이사이에 작은 맥들이 이어진다. 잎 크기는 손바닥 정도로 큼직하다. 그 중앙에 작은 꽃대가 다시 올라와 화살촉 같은 꽃봉오리를 펼쳐내며 꽃을 피운다. 꽃이 지면 까만 구슬 같은 열매가 익는다.

연영초를 알게 되면 혼동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연영초인가? 연령초인가? 한자에서 그대로 온 이름으로 굳이 두음법칙을 따지자면 후자가 맞겠으나 식물명은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인식돼 널리 통용되는 이름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재 국가표준식물명에서는 연영초로 쓴다.

또 하나는 연영초와 큰연영초와의 혼동이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연영초를 큰연영초로 부른다고 한다. 우리의 식물도감에서도 두 종류의 차이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잎맥과 꽃받침의 크기와 모양 등 몇 가지 특징으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기준으로 두 식물을 구경하면 좀처럼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식물도감이나 인터넷사이트는 혼동해서 소개하고 있다.

최근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크기나 모양의 차이는 명확한 특징이 아니고 수술의 색이 진한 것을 큰연영초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큰연영초로 확실하게 부를 수 있는 것은 울릉도에 자라는 종류들이다.

법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종류가 바로 큰연영초이므로 두 연영초를 구분하는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연영초는 모습이 곱지만 관상용으로 대중화되기엔 어려움이 많다. 햇빛이 직접 닿으면 이내 잎이 타버린다.

보통 포기를 나누어 심으며 씨를 뿌려 대량으로 키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려한 꽃만을 편애하는 편이라 깊은 숲 속에 피는 연영초의 청순미를 알아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한방에서는 우아칠(芋兒七)이라 하여 뿌리줄기를 약용으로 쓴다.

연영초가 필 무렵의 숲에는 웬만한 봄꽃들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그런 숲에 잠시라도 몸을 기대어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을 환하게 녹이고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6-03-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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