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에 언급… '훔치다, 불법으로 차지하다' 뜻해

박근혜 대통령의 2기 내각에서 신설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명수 한국교육학회장과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제자논문 표절' 의혹 파장이 심상찮다. 2008년 교육부가 발표한 표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경우는 그로 인해 받은 연구비 환수는 물론 징계를 받는 표절에 해당된다.

이처럼 남의 창작물이나 재물, 학설 따위를 제 것으로 삼아 도용함을 뜻하는 '剽竊(표절)'이란 말은 당나라 때 정식으로 출현한다. 당나라의 문인 유종원(柳宗元)은 <문자(文子)>에 대해 논변한 <변문자(辯文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책을 고찰해보면 대체로 이것저것이 뒤섞이어 순수하지 않다. 뒤섞여 있으되 순서롭게 되어 있는 것은 적고 남의 글을 절취하여 합해놓은 부분은 많다. 무릇 맹자파와 몇몇 학파 모두 剽竊이 보인다."

剽(표)는 票(불똥튈 표)와 刀(칼 도)로 이루어져 있다. 票에 보이는 示는 示(보일 시)가 아니라 火의 변형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보면, 맨 먼저 나무껍질이 타들어가면서 불똥이 튀는데, 불에 타는 동안 나무의 표면 일부가 탁 소리를 내며 빠르게 떨어져 나가는 것이 불똥이다. 고로 剽는 칼(刀)로써 베어 불똥(票)처럼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표현, 그러한 모습에서 '빠르다' 및 '떼어내다→벗기다→빼앗다, 훔치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竊(절)은 그 외형이 복잡해 세심한 관찰을 요한다. 아래 왼쪽의 采(채)자처럼 보이는 부분은 米(쌀 미)와 卄(스물 입)의 합성이고, 오른쪽은 '벌레 설'자이다. 竊은 마치 쌀(米)과 같은 곡류에서 온갖 벌레가 파먹고 구멍(穴)을 내어 나오듯 도둑이 남의 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쳐 몰래 빠져나가는 모습을 형용, '훔치다, 불법으로 차지하다' 등을 뜻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정자인 '竊'을 고수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음을 이용하여 穴의 하부를 切(절)로 간체화한 속자를 쓴다.

표절은 剽取(표취) 또는 剽奪(표탈)이라고도 하며, '약탈'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표절했다는 것은 공부와 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교육계를 비롯 나라의 각계각층에 표절 행위가 만연된 지 이미 오래된 상황에서 그러한 불법 행위를 바로잡으려면 교육계의 수장이 표절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 개혁은 물 건너 간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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