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찬미' 윤심덕 사진도 실려1926년 1월 창간… 오프라인 경매 통해 첫 공개음반 발매 소식지 역할… 진귀한 기사·사진 게재日음반 취입 전 윤심덕과 여동생 윤성덕 등 소개유성기 듣기 위해 운집한'유성기 비교 청음회'도

일동타임스 창간호 표지 1926년 1월호.

음악잡지가 희귀한 시대다. 지금은 K-POP의 약진으로 아이돌 관련 음악잡지가 새롭게 창간되고 인디뮤지션과 해외 팝을 소개하는 소수의 잡지들이 한국 대중음악잡지의 명맥을 잇고 있다. 천박한 현실이지만 시대마다 다양한 음악정보를 전해주며 한국 대중음악을 살찌게 했던 대중음악 잡지들은 무수했었다.

한국 최초의 음악 잡지는 무엇일까? 1950년대에 등장해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아리랑>이나 1960년대의 인기잡지 <명랑>일까? 아님 70-80년대 젊은 음악애호가들의 필독서였던 <월간 팝송>일까? 그도 저도 아니라면 일제강점기시절 대중음악관련 기사를 처음으로 게재했던 <삼천리>일까? 1929년 6월 12일 창간된 <삼천리>가 한국 최초의 음악잡지일까? 아니다. <삼천리>는 대중음악을 전문으로 다룬 잡지는 아니었고 그 보다 3년 앞서 창간했던 대중음악 전문잡지가 이미 존재했었다.

한국 최초의 대중음악 잡지는 1926년 1월에 창간한 일동(日東)축음기 레코드사에서 발행한 <日東 타임쓰>다. 한국인의 노래가 담긴 레코드는 미국 콜롬비아레코드사의 민요 유성기 음반으로 1907년에 처음 나왔다. 당시는 한쪽 면에 노래를 싣는 일명 '쪽판'시대였다. 음반 양면에 노래가 들어간 양면 판은 191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제작한 nitto 혹은 제비표 조선레코드는 이기세가 서울 파고다공원 맞은편에 일본 일동레코드의 지점을 차리면서 출범했다. 1920년의 일이다. 당시 일동레코드는 우리 명창들을 일본에 데리고 가 음반 취입을 해 무수한 민요 유성기음반을 발매했었다.

일동레코드가 발행했던 <日東타임쓰> 창간호인 1926년 1월호는 흥미롭다. '사의 찬미'로 유명한 윤심덕은 이기세의 주선으로 일동레코드에서 취입을 했다. 당시 음반을 취입하러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의 윤심덕과 피아노 반주를 한 여동생 윤성덕의 진귀한 사진이 이 잡지에 실려 있다. 이는 노래를 취입하러 떠나는 윤심덕의 소식이 음반이 나오기 전 이미 홍보되었다는 증거다. 1926년 8월 3일 취입을 하고 돌아오던 윤심덕은 관부연락선 덕수환(德壽丸)에서 애인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이 정사 사건은 당대 사회에 뜨거운 화제가 되었고 예정에도 없던 곡을 자진해서 취입했다는 '사의 찬미'는 한국 대중음악을 사회적 담론으로 떠오르게 한 최초의 노래로 기록되었다.

일동타임스 창간호 축음기 바늘광고.
<日東 타임쓰>의 창간 목적은 자사의 음반 발매소식을 알리는 소식지 역할이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잡지에는 제비표 일동레코드의 <구정 발표 신보>에 대한 광고성 정보와 음반을 발표하는 뮤지션에 대한 소개를 사진과 함께 전하고 있다. 유성기 음반 바늘 광고도 눈길을 끈다. 문제는 <日東 타임쓰>는 단순히 소식지의 한계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 시생대의 풍경을 알리는 진귀한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존재초차 알려지지 않았던 이 진귀한 음악잡지의 창간호 실체는 최근 한 오프라인 경매를 통해 공개되었지만 현재로서는 몇 권이 더 발간했는지 등 잡지의 실체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음악이 재생되는 레코드가 19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소리판으로 불렸던 축음기는 진귀하고 신기한 대상이었고 일부 부유층의 소장품으로 여겨진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활동사진(동영상)이 처음 들어왔을 때 관람객들은 상영이 끝난 후 호기심에 옥양목 스크린을 두드린 것처럼 축음기와 레코드 또한 '소리를 내는 귀신이 들어있다'고 혼비백산을 했을 정도로 경이로운 대상이었다. 이에 축음기를 가지고 전국을 순회하며 장터에 천막을 치고 돈을 받고 들려주는 사업이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한국 최초의 대중음악 잡지 <日東 타임쓰>는 전설적으로만 회자되는 당대의 그 같은 풍경을 유성기를 듣기 위해 입추의 여지없이 운집한 <유성기 비교 청음회>의 현장 사진으로 증명하고 있다. 또한 자사의 신보 발행소식은 물론이고 지금 개념으로 말하자면 음반에 대한 리뷰 기사까지 게재했던 놀라운 잡지였다. 무려 90년 전에 말이다.


신보발표 리스트와 뮤지션소개.
윤심덕·윤성덕(왼쪽 아래) 유성기청음회(오른쪽)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