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두섭…'내 안의 풍경'초대전, 캐나다 토론토 '아르타 갤러리'

(좌측상단)wave, 112×173.5㎝ oil on canvas, 2016 (우측상단)fog, 97×145.5㎝ (하단) fog, 60×160㎝
자욱한 곳 일정한 거리에서 환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흐릿한 사물들. 안개는 모든 것을 고매하게 덮는다. 강줄기를 따라 먼 곳까지 날아온 바다갈매기의 조용한 날개 짓은 새벽강가의 안개를 헤쳐 가른다. 평화스러운 풍경의 온전하게 정지된 시간을 단숨에 깨뜨리는 이 찰나는 모든 사물들의 호흡을 가쁘게 한다. 그런가하면 바닷가 바위에 온 몸을 던져 부딪치는 파도와 과일의 배치는 연약함과 강함의 대비이기도 하지만 나태한 의식을 꼬집는 형식이기도하다. 일시에 폭발하는 파도의 포말은 얼마나 찬연하고 패러독스한가. 그 앞에 떠있는 사과로 은유되는 '존재자'는 그 강렬한 마찰의 폭발에서 강인한 생의 의지를 맛보게 될 것이다. 단순하게 표현한 잔상풍경 속에 사과를 넣음으로써 다분히 의도성이 읽혀지는 '내안의 풍경(The inner landscape)'연작은 안개 속에서 '나'를 찾는 명상적 물음으로 다가온다.

안개의 물성은 굳이 어떤 것을 지시하지 않는 불분명한 형태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휩싸는 화해의 제스처로 인식하게 한다. 작품을 바라볼 때 '왜'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물음 속에 관람자가 스스로 심상언어를 완성해가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형식으로 이끌어감으로써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화면은 단순하게 안개 속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애매한 상황의 형식에 비중을 두는데 단답형 관념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지극한 노력의 산물과 다름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아련한 정서의 시각적 편안함을 주는 안개를 기호화하고 다른 의외의 사물을 배치하여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를 통해 논리적 사고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수행과정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보여 진다. 작가는 "어쩌다가 만나는 두꺼운 안개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때 서둘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안개로 인해 열려진 것인데 그때 나는 그림이라는 행위를 데리고 깊고 깊은 선(禪, Zen)의 세계로 갔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경기도 하남시 남한산성 밑 산동네에서 들꽃과 안개의 명상적 의식세계를 그리는 서양화가 이두섭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위더스장애인복지센타 벽화를 제작하였고 경기도 하남시장애인협회홍보대사 등 여러 곳에서 재능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작업실 주변 환경으로 인해 안개 속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작업에 스며들어 제작된 결과물로 캐나다 화단에 한국적 정서의 진수를 선보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 한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열네 번째 개인전은 100호 이상 대작을 포함해 30여점을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비중 있는 전시장인 '아르타 갤러리(Arta Galley)'에서 오는 4월21~26일까지 개최한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며 국제적 작가로서의 도약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이번전시를 앞두고 오는 4월1일 출국해 1개월간 현지갤러리에 머물면서 '내안의 풍경'작업을 겸할 계획이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