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도 나를 밖에서 결정하지 못한다. 어느 것도 나를 청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대로 나는 단숨에 밖에 있고 세계에로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물처럼 세계 내에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향한다는 바로 이 사실에 의해서 철저하게 참되고 우리와 더불어 우리가 초월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가진다.”<지각의 현상학, 메를로-퐁티, 류의근 옮김, 문학과 지성사 刊>
광인(狂人)의 모습인가. 엄청나게 빛나는 안광과 주변 물방울이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빛이 중앙으로 모이는 특이한 광선을 연출한 화면은 주위를 어둡게, 눈을 밝게 그리고 알루미늄 특징을 더해 ‘나는 너를 보고 있다!’라는 듯이 감상자와 교감을 다이렉트로 잡아낸다. 그리고 ‘철의 장막’ 연설로 각인되고 있는 윈스턴 처칠의 판단의 눈을 통해 시대를 말하는 역사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내 그림은 눈이 부각된, 얼굴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눈빛만 보면 거짓말인지 아닌지 안다’라고 하셨던 것처럼 눈빛은 자기를 보이게 하고 들키게도 하듯 타자와 소통의 직접적 기능을 한다. 또 웃음은 하나를 표현할 수 있지만 눈물은 다양한 감정을 함의한다. 눈을 통해 자아를 들여다보고 드러내는 것이니 작품을 통해서 관람자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허구를 실감하는 과장된 디테일
“마흔아홉에 아흔의 자화상을 그렸더니 ‘이 작가가 몇 년도에 작고 하셨는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다양한 배역의 강형구’라는 평이 인상적이었는데 단지 나를 그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가장 솔직해지고 자기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자화상이었고 그런 면에서 성실하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2007년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컨템퍼러리 경매에서 첫 출품한 ‘푸른색의 빈센트 반 고흐’를 500호 크기로 그린 작품이 낙찰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당시 ‘신선감과 두려워하지 않은 고흐와 닮은 용감함’이라는 호평을 받았는데 이후 얼굴의 2/3정도가 눈빛으로 클로즈업된 나의 그림을 두고 ‘예술로 먹히는 구나’라는 화단의 평가를 체감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강형구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싱가포르미술관(Singapore Art Museum), 상하이현대미술관(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 Shanghai), 베이징 파크뷰그린전시관(Parkview Green, Beijing) 등에서 개인전을 14회 가졌다. 이번 ‘sky TV’가 주최한 ‘2017아틀리에 스토리’전(展) 참여아티스트로 4월 6~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서 인터뷰한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극사실 묘사와 연관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극사실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의 재현이다. 내 작품의 독창성은 ‘거짓말’이다. 눈동자 흰자위가 까맣거나 수정체를 과장하는 등 현실에 존재치 않는 눈처럼 허구를 현실화시키는, 허구를 실감하는 과장된 디테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권동철 @hankooki.com
-Dali, 140×305㎝ Oil on Aluminum, 2017
-Churchill’s Eye, 145×140㎝
-강형구 화백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