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신작 장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달 지성체와 10여년 교감 바탕

“소설은 문학의 향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현실은 방부제가 돼야 할 존재들이 세상을 더 빨리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부패촉진제가 돼 왔습니다. 그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존재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켜서 응징했습니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신작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전 2권, 해냄출판사)를 내고 5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05년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에 발표한 이번 장편소설은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서른 살 청년 정동언이 식물들의 도움을 빌려 악인들을 응징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동언은 식물들과 소통하는 방법인 ‘염사(念寫)’를 도와주는 관목 백량금, 꽃가게 주인 한세은, 친구인 괴짜 검사 박태빈, 교직에서 물러난 뒤 지역신문을 발행하는 고교 은사 노정건 등과 함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악당들을 처단해 나간다. 고양이들의 이마에 대못을 박는 악행을 저지른 남자를 ‘제웅’ 구실을 하는 빙의목을 활용해 복수하고, 부패한 국회의원은 미치광이풀 신경독소를 이용해 응징한다. 소설의 핵심인 환경파괴의 4대강 사업을 비호한 대학교수와 사실을 왜곡ㆍ은폐한 언론인 등이 응징대상에 오른다.

작가는 지난해 9월부터 소설에 대한 구상을 시작해 지난 2월부터 4개월간 카카오페이지에 작품을 먼저 연재했다고 밝혔다.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서점만이 시장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모바일 플랫폼에 연재를 시도했다”며 “매체 차이에 따른 독자들을 의식하며 썼는데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에스엔에스와는 달리 독자들과 자유로운 소통은 오히려 어려웠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식물을 비롯해 외계 생명체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채널링’ 설정에 대해 작가는 “10여년 동안 채널링을 해왔다. 외계 지성체와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한 존재는 달에 사는 지성체들이었다”며 “그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지구보다는 과학과 철학이 1천년 정도 앞서 있고, 물질과 의식을 섞어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만물과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소설에서 묘사한 식물과의 의사소통이 독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새 소설 출간까지 12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암 발병으로 인한 투병과 문학 활동 외적인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밝히고 “늘 소설은 마음 속에서 빚처럼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장외인간’ 이후 ‘완전변태’ 소설이 출간됐었음을 밝히기도 했는데 신간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와 함께 ‘마음의 빚’을 덜려는 의식의 연장도 엿보인다. 2014년 3월 출간된 ‘완전변태’는 “예술가는 세상이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화두로 아무도 달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 외따로 남겨진 주인공이 달의 실종 원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을 잃고 인간의 본성마저 상실한 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 존재의 진정한 구원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작가는 ‘블랙리스트’로 인한 문화적 불행과 국가적 수치를 거론하며 “원칙이 바로 서고, 도덕성이 회복되고, 상식이 되찾아지는 나라가 되는데 제 소설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사진 : 5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외수 소설가의 장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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