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아티스트 한호…‘영원한 빛’초대전, 31일까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다목적홀

“기뻐하라, 환호하라, 오 너희 축복받은 영혼들이여! 달콤한 찬가를 노래하라. 그대들의 노래에 화답하여, 하늘도 나와 함께 송가를 부르리니.”<모차르트와 베토벤, 이채훈 지음, 호미 刊>

투명 스크린을 이용한 이중적 반사를 통한 공간에 다변적 형상의 영상이 흐른다. 비정형으로 투사된 추상적 이미지의 왜곡을 통한 연출은 지극히 환영(幻影)적이다. ‘영원한 빛-꿈’은 일제강점기 어느 날 낯선 곳으로 끌려가야했던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의 사연을 담았다. 몽환적인 홀로그램필름을 이용해 아름답지만 슬픈, 잃어버린 꿈과 절규를 그린 나비들이 춤을 춘다.

또 인류문명 토대가 문자에서 비롯돼 발전해온 것에 주목하고 문자태동과 생성을 키네틱아트로 표현한 작품 ‘천지창조’는 삶, 죽음 등을 상징하는 전 세계 각국 문자를 투영함으로써 인류평화에 대한 성찰메시지를 전한다.

이외에도 전시테마는 21세기 노아의 방주, 야곱의 우물, 잃어버린 낙원, 21세기 최후의 만찬, 슬픈 꿈, 동상이몽 등 전체적으로 성서에 나오는 신성(神聖)에 바탕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많은 이야기들에서 빛의 요소를 찾아내고 동양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지를 통해 구현한다. “인간의 타락과 경각심 그리고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성찰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빛의 작가’로 불리는 것처럼 한지, 페그 보드(타공판), 키네틱 요소, 광채 등의 조형방법을 통해 상처회복과 희망의 공유를 지향했다. 크리스천 작가로서 그런 비유와 은유가 쓰여 있는 성서가 작품표현 메시지로 최고였다.”

화해와 융화의 매개체

작가는 2000~2008년 프랑스 국립파리8대학에서 학ㆍ석사를 졸업했다. “어느 날 센강에서 노을을 바라보는데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티스트로서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내 작업세계에 대한 반문과 정리 그리고 무엇들을 이행했던 시기였다.”

2008후반기~2011년엔 미국서 주로 설치작업을 하면서 불가리아 소피아국제종이비엔날레에 출품했고 뉴욕의 텐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게 된다. 이 시기 ‘노아의 방주’시리즈를 처음 발표하게 되는데 ‘마치 영혼 속으로 들어가는 성소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는 현지호평을 받았다.

2009~2010년 기간엔 중국 베이징에서 1년여 레지던시를 하게 되는데 고전산수에 대한 회화세계를 더욱 심도 있게 새로운 영상미디어아트로 승화시키는 전기를 마련한다. 그리고 2012년 초, 서울예술의전당에서 대규모기획초대그룹전 중 부스전을 통해 우주에 대한 섭리와 생성 그리고 소멸을 빛으로 만들어 내는 ‘천지창조’를 선보였는데 실질적인 귀국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후 2015년 이태리 베니스비엔날레특별전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트리오비엔날레, 2016년 파리 유네스코세계본부 호안미로홀 등에서 전시를 가졌다. 작품소장처로 뉴욕 록펠러재단, 광주시립미술관 등이다.

한편 5m이상 대작영상미디어 20여점을 선보이고 있는 한호 작가의 이번 스무 번째 개인전은 ‘파주 북소리 2017’일환으로 7월 29일 오픈하여 8월 31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소재, 아시아출판문화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리고 있다.

폭염이 절정이던 날, 전시장에서 인터뷰 한 그에게 멀티미디어아티스트의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단지 현상적인 빛을 넘어서 인류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빛이기를 소망한다. 전쟁과 인종의 분열 등이 나의 작품을 통해서 각인되고 깨우쳐져 화해하고 융화되기를 바라는 매개체 역할이 되고자 한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 및 인물캡션

-영원한 빛(Eternal Light)-꿈, Transparent Screen 5×7×2(m), 2017

-천지창조, 100×100×100(㎝) Light Lamp, 2017

-한호(HAN HO)작가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