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전세계 인구 40% 차지·1430억 달러 구매력 보유
진정성 있는 기업·가치 소비·사회적 메시지 중요시하는 세대


박시원(국제 마케팅 컨설턴트)

미국의 네브라스카 주에 사는 16세의 L양은 화상수업이 끝나면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들으며 BTS의의 공식 팬클럽인 위버스 플랫폼에 접속한다. 그곳에서 다른 지역 팬들과 채팅하고 BTS의 소식을 영어로 번역한 포스팅을 보며 하루 스트레스를 푼다. BTS가 좋아질수록 점점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요즘에는 여러 언어를 가르쳐주는 교육용 앱인 듀오링고를 다운받아 공부하고 유튜브를 보며 BTS 노래를 따라 부른다. 앞으로 이민법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인 L양은 유엔(UN)에서 연설한 BTS의 리더 RM이 자신의 롤모델이며 ‘자신을 사랑하라’는 BTS의 메시지 덕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힘든 일상을 위로 받았다고 말한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인종으로 이뤄졌으며 전세계 인구의 약 40%를 차지한다. 특히 Z세대는 약 1430억 달러(약 159조1400억원)의 구매력을 자랑한다. 경제 호황을 기대했으나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을 맞게 된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답게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하고 매우 적극적이며 유동적이다. 이들의 막강한 구매력의 뒤에 숨은 타 세대와 다른 특징과 소비심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맥킨지 컨설팅, “Z세대의 67%가 자신의 의견 피력 중시”

맥킨지 컨설팅은 지난해 6월 발표한 ‘아시아 태평양지역 Z세대의 차이점’ 보고서에서 2030년이면 Z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자 그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현상의 본질을 찾고 현실을 꾸미거나 왜곡하지 않은 솔직함을 요구하는 세대다. 페이크 뉴스, 미투 같은 사건·사고를 보고 자란 Z세대는 광고와 마케팅 홍수 속에서 기업이 교묘히 삽입한 메시지나 영리를 취하려는 광고 의도를 바로 간파한다. 오랜 전통을 지닌 기업이라는 평판이나 부모 세대의 의견만으로는 이들의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할 수 없다. 이들은 디지털 원주민인 만큼 실시간 고객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서비스가 만족스러우면 타 세대에 비해 1.3배 더 적극적으로 리뷰를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67%가 자신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된 손절 문화로 나와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타인·그룹을 차단하는 행위를 일컫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가 익숙한 Z세대 소비자에겐 기업의 진정성 있는 접근이 최선임을 명심하고 일관된 행동과 태도를 보여야 한다.

나이키, 발빠른 메시지의 현지화 성공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이런 면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지난 10년간 미국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27%가 나이키를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꼽아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2위는 8%를 차지한 아메리칸 이글로 큰 격차를 보였다.

나이키의 오랜 전략은 글로벌한 메시지를 지역별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다가가 전달하는 것이다. Z세대 중점 연구조직인 이레귤러 랩스의 몰리 로건 최고경영자(CEO)는 “나이키는 자신들의 브랜드 메시지를 소비자의 국적이나 커뮤니티에 적합하도록 세밀하게 분석해 다양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이키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병한 중국에서 ‘우리를 멈출 순 없다 (You Can’t Stop Us)’는 카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자가 격리중인 중국인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운동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이처럼 중국을 겨냥한 로컬 광고에 중국인들만의 절박한 공감대를 담은 영리함은 당연히 소비자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나이키가 개별 국가의 사회적 문제에 발빠르게 주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9월 나이키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한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 30주년을 기념하는 광고의 모델로 기용했다. 캐퍼닉은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경기 시작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벌인 인물이다. 나이키는 즉각 캐퍼닉을 모델로 섭외해 차별 반대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제작했다. 이처럼 대기업에서 보기 힘든 빠른 프로젝트 실행력도 나이키의 강점이다.

맥킨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의 Z세대는 타 국가의 또래에 비해 기업에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매우 비협조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나이키에만은 높은 충성심을 발휘한다. 한정판 제품이나 신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거리낌 없이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회원가입을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게 사회적 기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세대

Z세대는 직접 변화에 참여하고 행동하는 집단이다.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산불 등 자연 재해로 인해 환경의 중요성을 피부로 경험하며 자란 이들은 친환경적 소비를 하고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한다. 자신들의 이런 노력을 기업에도 요구한다.

세계적인 광고 회사 오길비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70%이상이 기업의 친환경이나 사회적 기여 활동을 권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시 가격비교와 함께 기업 이미지도 고려한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 성공 사례로는 의류 브랜드 ‘부후’(Boohoo)와 ‘스웨티베티’(Sweaty Betty)를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진행한 학교 폭력 근절 영상과 ‘#LabelsAreForClothes’(상표는 개인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옷에 다는 것이다) 캠페인은 Z세대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밀레니얼 세대와 비교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대해 2배나 적극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Z세대는 기업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소비자층이다.

“브랜드가 문장을 시작하고, 나머지는 Z세대가 완성하게 하라”

전 세계 125개국의 회원을 보유한 ‘비지니스 오브 패션 협회’의 지난해 10월 연구보고서는 기업이 Z세대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 공략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Z세대 공략 비책은 브랜드가 문장을 시작하고, 나머지는 그들이 완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제품의 서비스·디자인·생산·론칭 등 매 단계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구하고 수용하며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며 마음을 얻으라는 의미다. 이에 비춰볼 때 단일민족의 정체성을 지닌 한국의 토종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인종의 다양성과 남자 또는 여자로 이분화되지 않는 성별의 유동성을 고려하며, 개인의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을 자기표현의 한 방법으로 여기는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챔피언 브랜드가 되려면 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섬세하게 다뤄 스토리텔링에 녹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전세계 소비 시장을 뒤흔들 Z세대와 공감하고 교류하는 방식일 것이다.

● 박시원(국제 마케팅 컨설턴트)

다름과 틀림의 차이점을 매회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일하는 15년 경력의 마케팅 컨설턴트. 미주시장에 한국의 브랜드나 제품을 소개하고 안착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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