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정지 반대 탄원서 종용" vs "자발적, 경쟁사 음해"
"여행업협회, 국제항공운송협회 등에 탄원 종용 의혹"
아시아나 "이해관계자 자발적 협조...경쟁사 상도의 어긋나"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시아나타운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운항 정지 반대 탄원서 종용” vs “자발적, 경쟁사 음해”

“여행업협회, 국제항공운송협회 등에 탄원 종용 의혹”

아시아나 “이해관계자들 공조 위한 조치… 경쟁사 상도의 어긋나”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 탄원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 행정처분과 관련해 앞서 한달간 여행업협회와 인천국제공항 취항 항공사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각계의 탄원서가 국토부에 이어지고 있어서다.

행정처분이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이처럼 선처 요구가 빗발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탄원서 접수가 아시아나항공이 주도한 구명활동의 일환이라는 의혹이 일면서 국토부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말이 들린다. 이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임원이 여행업협회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항공사들을 찾아다니며 탄원서 접수를 종용하고 독려한 정황이 있다는 소문에 따른 것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측은 항공 운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여행업협회와 항공사 등이 자발적으로 탄원서를 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행업협회의 탄원 배경은

<주간한국>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임원 A씨는 9월말 여행업협회에 이메일을 보냈다. 서두에는 ‘유선으로 부탁드린 건 아래와 같이 송부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유선으로 부탁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아래’의 내용은 아시아나항공의 공로 치하로 시작된다.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는 설명이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사고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과 승무원들의 헌신적 대처로 희생이 최소화된 점을 반기는 대목도 담겼다.

여행업계와 항공업계의 공조 필요성도 언급됐다. 메일엔 여행업계는 최근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과 관광활성화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이는 국내 여행업계의 노력뿐만 아니라 항공업계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국토부 행정처분 수위에 따라 여행업계에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에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항공과 여행업계는 운항정지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으리란 우려가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메일의 말미에는 국토부 장관에 항공ㆍ여행업계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관광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청원한다고 돼 있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아시아나항공이 여행업협회에 탄원서를 내도록 독려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런데 지난달 말 여행업협회가 국토부 등에 아시아나항공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접수하면서 의혹이 일었다. 해당 탄원서가 임원 A의 이메일에 언급된 내용 대부분을 담고 있어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탄원을 종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행사에게 항공사는 ‘슈퍼갑’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소문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사실이 잘못 알려졌다”고 반박한다. 한공 운항이 정지되면 피해를 입게 될 여행업협회에서 국토부에 탄원서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참고 자료를 보내달라고 해 담당 임원 A씨가 자료를 보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항공사ㆍIATA 탄원서는 왜?

인천국제공항 취항 43개 항공사 탄원서의 배경을 두고서도 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외국계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아시아나항공 출신 B씨가 직접 발품을 팔며 항공사들의 서명을 받아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또한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국토부에 “국가가 나서서 아시아나항공을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배경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도 나온다. IATA는 세계 240개 항공사를 대표하는 단체다.

아시아나항공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행업협회와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탄원서를 냈을 뿐 종용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IATA도 회원사 입장을 대변한다는 취지에서 국토부에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달 IATA 회장은 국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부분을 분명히 밝혔다”며 “경쟁사에서 상도의에 어긋난 소문을 퍼뜨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운항정지 처분 시 막대한 타격

만일 아시아나 항공이 운항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경영상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영난을 겪어오다 올해 2분기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아시아나항공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45일에서 135일 사이의 운항정지 내지는 7억5,000만원에서 22억5,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이 거론되고 있다. 3개월 운항 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매출 손실 예상액은 320억원에 달한다. 손실 순이익은 1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더욱 우려되는 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은 항공자유화 협정이 맺어져 있어 항공사가 원하면 얼마든지 증편이 가능하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정지 이후 증편을 통해 반사이익을 누림과 동시에 해당 노선 점유도 높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 시 수혜자로 꼽히는 대한항공과 자회사인 진에어 등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경쟁사와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아메리칸에어 등 미국계 항공사가 인천 취항 항공사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탄원서를 둘러싼 논란(소문)의 이면에 그러한 항공사 간 경쟁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조만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행정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과연 어떠한 처분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hankooki.com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