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밥 디자인 둘러싼 진실 공방전“자신의 디자인인 것처럼 제작해 판매”“앞서 합의한 대로 제품 출시한 것뿐”“민 대표 판매 대금 송금 사태가 원인”프랑스 현지에서도 저작권법 소송 진행박 대표도 민 대표 프랑스서 민사소송

민모 대표가 프랑스 디자인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컵밥용기 디자인(위)과박종태 대표가 불법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디자인(아래). 주간한국 자료사진
‘불가리아 라면왕’으로 통하는 중견기업인 박종태 초이스LTD 대표가 최근 검찰에 피소됐다.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다. 박 대표는 불가리아 현지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자 유럽 내 손꼽히는 한상(韓商)이다. 2009년 10월 불가리아 대통령이 방한할 때 동행을 요청했을 정도다. 2011년엔 중소기업청장 표창도 받았다. 그런 박 대표가 고발을 당한 건 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 전말을 들여다봤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쟁점

‘불가리아 라면왕’ 박종태 초이스LTD 대표가 검찰에 피소됐다. 고소인은 프랑스에서 ‘콘프런스DM’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민장식 대표. 그는 최근 박 대표와 초이스LTD의 한국지사인 가나안파트너스를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민 대표는 2009년부터 한국의 식품공장에서 ‘미스터민(Mr.Min)’이라는 상표를 사용한 라면 국수 등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조한 뒤 이를 프랑스로 수입해 대형유통업체인 꺄르푸, 오샹, 르끌레어, 인터막쉐 등에 판매를 해오던 인물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민 대표는 컵밥을 프랑스 현지에서 상품화할 목적으로 2013년 5월 프랑스 디자인업체에 의뢰해 컵밥용기의 외부디자인을 개발했다. 그리고 대리구매계약을 맺은 박 대표에게 해당 디자인을 보내고 그대로 컵밥용기를 제작해달라고 주문했다.

민모 대표는 최근 박종태 초이스LTD 대표와 한국지사인 가나안파트너스를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이 무렵 박 대표도 컵밥사업에 본격 발을 들였다.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가하면 유럽 일대 유통업자들을 통해 프랑스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박 대표가 판매하는 컵밥 제품에 민 대표의 것과 매우 흡사한 디자인이 인쇄돼 있었다는 점이다.

민 대표는 고소장을 통해 “박 대표가 2013년 자신이 신제품으로 개발 출시하려 하였던 컵밥용기의 외부디자인을 그대로 도용해 마치 자신이 창안한 디자인인 것처럼 제품을 주문제작해 독자적으로 판매함으로써 고소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디자인 도용 전혀 사실무근”

그러나 박 대표는 디자인 도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민 대표와 프랑스 사업을 진행하던 초기인 2013년 2월 이미 자신의 라면브랜드인 미스터팍(Mr.Park)과 미스터민 브랜드를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로 유통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라면의 경우 미스터민은 고가시장에 미스터팍은 중저가시장에 패밀리 브랜드로 유통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기존 미스터팍 로고를 새디자인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컵밥을 개발하면서 미스터민을 프랑스에, 미스터팍을 이외 기타지역에 판매하기로 약속했다.

박 대표는 이번 문제의 근원이 민 대표의 송금 지연 사태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2012년 말부터 박 대표가 물품을 대신 구매한 후 15%의 이윤을 더해 민 대표에게 판매하고 120일 이내에 대금을 변제하는 계약을 맺고 7차례에 걸쳐 96만2,638달러의 거래를 해왔다.

그러나 민 대표는 2013년 5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0개월간 총 38만6,165달러만 변제했고, 이로 인해 미스터민 컵밥 개발엔 제동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개발이 완료된 미스터팍 브랜드 컵밥을 앞서 합의한 대로 프랑스를 제외한 국가에 출시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민 대표가 소송을 제기한 의도에도 의심을 가졌다. 2013년 9월 제품 출시 이후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다 3개월 후인 12월 지켜지지 않는 송금 약속에 대한 경고성 메일을 발송하자 다음달인 1월 변호사를 통해 소송 사실을 알려왔다는 이유에서다.

민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변제가 늦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박 대표가 판매한 제품의 도착이 늦어져 현지 대형매장 입점이 지연된 데다, 약속한 투자가 미뤄지면서 투자금을 감안해 확장한 사업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업파트너에서 소송 당사자로

한편, 박 대표는 초이스LTD를 라면으로만 한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며 ‘불가리아 라면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이다. 박 대표의 해외 진출은 외국계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우연히 불가리아로 떠난 출장이 계기가 됐다.

불과 서른살이던 박 대표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불가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산주의체제에서 막 벗어나 먹거리가 변변치 않던 불가리아에 국내 식료품 등을 수입해 판매했다. 이후 라면사업에 진출하면서 놀라운 성장세를 거듭하며 회사를 키웠다.

박 대표가 처음 민 대표와 인연을 맺은 건 2012년 5월경. 불가리아에서 한국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인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민 대표가 박 대표 사무실 문을 두드리면서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반년 정도가 지난 2012년 12월부터는 사업을 논의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양측은 이듬해인 2013년 2월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에 소송전이 벌어진 건 2014년 1월이다. 포문은 민 대표가 먼저 열었다.

민 대표는 박 대표를 상대로 불법디자인 및 브랜드 도용에 따른 800만유로(한화 약 100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프랑스법원에 제기했다. 박 대표도 여기에 맞서 지난해 2월 박 대표도 민 대표를 상대로 판매 대금을 변제하라는 민사소송을 프랑스법원에 제기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