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약 6조원 적자… 사상 첫 동반 구조조정 돌입올해 말까지 임원 30% 줄이고 2,000~3,000여명 인력 감축 계획

경영난에 빠진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동반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조선 빅3’의 직원 감원수는 최대 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6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올해 말까지 임원을 30% 이상 줄이고 2,000~3,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대우조선이 인력 구조 조정을 시작했고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면서 “조선 3사가 함께 감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규모도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분기에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대우조선은 부장급과 전문위원, 수석전문위 등 고직급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을 실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은 내부 실적 평가 작업에 들어갔으며 경영 부실에 책임이 있는 간부들에게는 권고사직 그리고 나머지 간부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일반 직원의 경우 순환 근무 등으로 최대한 감원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풍력 사업 철수 등으로 팀과 그룹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만두는 직원들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우조선이 이런 규모로 인력 감축을 단행한 것은 1980년대 조선업 공정 자동화 당시 대량 해고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대우조선은 1990년 후반 외환 위기에도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은 인력 감축과 더불어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고재호 전 사장과 김갑중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고문 자격을 박탈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향후 이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부실에 대한 문책 등으로 이미 7명의 임원이 그만뒀고 이번 주에 7~8명이 회사를 떠나면 총 50명이던 임원이 30% 이상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과장급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올해 1분기에만 퇴직위로금 1,614억원이 지급됐다.

지난 3월에는 15년 이상 장기근속 여사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1주일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인력 감축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0월에 임원의 31%를 감축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25명의 임원을 퇴임시키고 40대 임원들을 대거 발탁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계열 3사를 중심으로 임원 25명이 퇴임하고 37명이 상무보로 선임된 것. 이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0 대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한 셈인데, 통상 11~12월 이뤄지던 임원인사 시기도 여름휴가 전으로 앞당긴 것이다. 일각에선 기존 경영진에게 경영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올해 2분기에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도 인력 구조 조정에 들어간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과 마찬가지로 임원 워크숍을 열어 경영난에 따른 구조 조정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사례처럼 임원 30% 이상 감축에 임직원 희망퇴직 실시 등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이 대규모 구조 조정에 돌입했듯이 삼성중공업도 대규모 적자를 낸 상황이라 이들 회사를 따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조선업계로선 올해가 최악의 시련기”라고 말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