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급차 시장 공략 성공할까?

현대차가 내년 1월 미국 시장에 출시할 신형 제네시스 EQ900(현지명 G90)가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현대 주행시험장에서 테스트 드라이빙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다.

최근 출범한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한국명 EQ900)이 내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미국법인(HMA) 사장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파운틴밸리 신사옥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 G90를 공식 출범, 미국 고급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함께 5개년 계획으로 기존과 차별화된 서비스나 딜러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5년 미국 시장에 첫 진출한 현대차는 지난 10월 30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 돌파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달성했다. 또 올해 76만 5,000여 대를 판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저유가와 저금리의 영향으로 대형차와 픽업트럭(SUV 포함) 위주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준중형 세단에 강점을 지닌 현대차의 성장은 다소 둔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지엠,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빅3'와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빅3' 업체는 다양한 차종과 인센티브 정책을 앞세워 현대차를 협공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런 위기 상황에서 꺼내든 '히든 카드'가 바로 신형 제네시스다. 현대차는 지난 2008년 6월 후륜구동 방식이 탑재된 1세대 제네시스를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안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제네시스는 출시 이듬해인 2009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아시아 대형차로는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4월 미국 판매에 본격 돌입한 2세대 제네시스 출시 당시에도 현대차는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었다. 아반떼, 쏘나타 등 주력 신차의 노후화 속에 판매 장려금인 인센티브 증가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빨간불이 켜지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는 지난해 신구형 모델을 합쳐 1만 9,133대가 판매됐으며,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한 2만 726대가 판매돼 2008년 출시 후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또 고급 브랜드의 간판 모델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미드 럭셔리(MID LUXURY) 세단' 차급 내에서도 1세대 제네시스가 출시된 2008년 점유율 2.0%에서 올해 10월 누계 기준 11.0%까지 증가해 5배 이상 늘었다.

제네시스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도 매우 호의적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98%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구원 투수'로 신형 제네시스를 등판시키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이뤄낸 지금의 성과를 토대로 이제 제네시스는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 미국에서 또 한번의 '성공신화'를 쓰겠다는 포석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바로 '제네시스 EQ900(이큐 나인헌드레드, 프로젝트명 HI)'이다. 초대형 럭셔리 세단 EQ900는 내달 국내 출시에 이어 내년 1월 'G90'라는 차명으로 해외 시장 중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디자인에서부터 주행성능, 안전성, 정숙성에 이르는 전 부문에서 혁신을 이뤄낸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 EQ900는 앞으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렉서스 LS 등 유수의 플래그십 모델들과 경쟁을 펼치게 된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글로벌 최대 고급차 시장인 미국에서 인지도와 판매를 높여나가야만 한다. 소비 양극화, 구매 패턴 변화 등과 함께 전세계 고급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세계 고급차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10.5%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대중차 시장의 증가율(연평균 6.0%)을 크게 상회했다. 또, 미국 고급차 시장은 지난해 200만대 수준에서 2020년경에는 25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급-대중 브랜드간 시너지 효과도 크다. 고급차의 기술력과 이미지가 대중차로 전이되고, 대중차의 판매 증가가 고급차에 대한 투자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는 폭스바겐그룹이나 도요타그룹 등이 갖고 있는 핵심 경쟁력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판매대수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고급차 시장이 브랜드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고급차 기반 완성차 그룹인 BMW와 다임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에 육박해 자동차업계 평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HMA 관계자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로 미국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는 목표는 단 하나"라며 "바로 급성장하는 고급차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추가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를 육성해 유수의 브랜드와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던지는 '제네시스 승부수'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승택기자 seung30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