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계 평정… 영세상 "규제" 목청더본코리아 매출액 927억원 점포수 1200여개… 요식업계 공룡中企적합업종 재지정서 대기업 분류?… 매장 확대 발목 잡힐 수도골목상권 "더본코리아 상생의 길 찾아야" 성토

더본코리아의 유명 프랜차이즈인 새마을식당과 빽다방.
'쿡방(요리하다는 뜻의 '쿡(Cook)'과 '방송'의 합성어)' 열풍을 등에 업고 인기를 구가 중인 방송인 겸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요식업계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다양한 브랜드와 압도적인 점포수를 자랑하는 더본코리아는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 식당, 술집 등을 위협하며 골목상권으로 사세를 넓히고 있다. 이에 영세자영업자 등으로부터 더본코리아의 매장 확대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잘나가는' 더본코리아, 中企적합업종에 발 묶이나

현재 더 본 코리아는 산하에 다양한 브랜드를 두고 있다.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빽다방' '역전우동' '본가' '원조쌈밥집' 등 25개(테스트 브랜드 포함)에 육박한다.

종류만 다양한 게 아니라 점포수도 많다. 특히 지난해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던 저가 커피숍 브랜드인 빽다방이 가장 눈에 띈다. 빽다방은 백씨의 인기와 맞물려 저가 커피숍 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2014년에는 전국에 단 24개의 점포밖에 없었으나 2015년 연말에 415개로 급격히 늘어나더니 현재는 전국에 438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더본코리아의 효자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고깃집 프랜차이즈 새마을식당은 국내외에 총 176개의 점포를 두고 있고 중국요리전문점인 홍콩반점은 167개의 점포수를 자랑한다.

이 외에도 우삼겹전문점 본가(本家)가 79개, 포장마차 프랜차이즈 한신포차가 78개, 역전우동이 51개, 원조쌈밥집이 51개 등 모두 합치면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들의 국내외 매장은 무려 1200여 개를 웃돈다. 또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해 8개국에서 발 구르기 중이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중국,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본가,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등 49개 매장이 운영 중에 있다.

매출액도 급격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더본코리아는 2014년 매출액 927억 원을 기록하며 2012년 683억 원, 2013년 775억 원에 이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경우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1000억 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잘나가는' 더본코리아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중소기업적합업종' 관련 조항 때문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의 성장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 진출을 금지,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는 업종을 말한다. 현재 중기적합업종으로 제과점업, 자동차수리업, 두부제조업, 이동급식업 등 73여 개 업종이 지정되어 있다.

문제는 중기적합업종에 '음식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동반위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음식점업 7개(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그 외 기타 음식점업)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이 업종에서 사업 중인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을 '매장 확대 자제 대상'으로 지목했다. 더본코리아도 이 대상에 포함돼 2014년까지 매장 확대를 자제할 것을 동반위로부터 권고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중소기업 적용범위 기준이 변경되면서부터 더본코리아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2014년까지 도ㆍ소매업과 음식점업은 '상시 근로자 수 2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200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중소기업에 포함돼 더본코리아도 '대기업'으로 분류가 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바뀐 기준에는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1000억원 이하'인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분류해 더본코리아가 중소기업 신분을 획득할 수 있었다.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상시근로자수는 408명이고 매출은 927억4222만원이었다. 2012년(683억원)과 2013년(775억원), 2014년까지 3년간 평균 연매출액이 1000억원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음식점 중기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돼 5월 말께 재지정여부를 결정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더본코리아는 다시 한번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더본코리아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뒤 지난해 기존 브랜드인 빽다방의 점포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빽다방을 더본코리아의 '캐시 카우'로 성장시켰다. 그런 만큼 더본코리아의 최근 3년 평균 매출이 1000억 원을 넘겨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골목상권 자영업자들 "대기업으로 분류해야"

더본코리아 산하의 식당, 커피숍, 술집 등에 밀리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더본코리아에 '브랜드 파워'에서부터 뒤처져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영세 자영업자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더본코리아를 대기업으로 분류해 매장이 더 늘어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고적 효력에 그치긴 하지만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되고 나면 영세 사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에 더본코리아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몇 해 전 경기도 소재의 한 대학가 근처에서 공들여 일군 고깃집을 폐업했다는 김모(33)씨도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모은 돈과 부모님으로부터 투자 받은 돈을 합쳐 소규모의 돼지고기전문 고깃집을 냈다. 처음 몇 달 간은 장사가 잘 돼 일손이 모자라 부모님에게까지 도움을 요청을 했다. 그런데 근처에 '새마을식당'이 들어서면서부터 김씨의 가게 매출은 반토막 났다. 김씨는 "새마을식당 오픈 후 매출이 뚝뚝 떨어졌다. 어떤 때는 오후 9시까지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고 하면서 "새마을식당에서 나오는 우리 가게 단골손님과 눈이 마주친 날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극복을 해보려 밑반찬도 바꾸고 메뉴당 1000원씩 가격도 내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당시 새마을식당이 한창 인기를 끌 때라 네임 밸류에서부터 밀렸다. 결국 몇 달 후 접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전국에 매장이 1000개가 있는데 왜 대기업이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매출보다는 매장 수로 (중소기업, 대기업을) 구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들도 더본코리아에 밀리긴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는 또 다른 김모(36ㆍ여)씨는 요즘 빽다방에게 손님을 빼앗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씨는 "(빽다방이) 처음 오픈했을 때보다는 덜 하지만 압도적으로 손님이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브랜드 파워도 있는데다 백종원씨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손님이 더 몰리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게끼리 경쟁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개인 커피숍 운영자)들이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면서 "큰 회사인 만큼 우리들과 상생의 길을 찾아 매장 확대의 속도를 조금만 늦춰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