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변액보험 대대적 개정 '실효성' 논란

사업비ㆍ영업방식 개선책 없어…소비자 외면, ‘반쪽효과’ 예고

예금자보호법 적용ㆍ적합성 원칙 준수에 초점…큰 문제인 사업비 등 현실적 개선 어려워

PCAㆍAIAㆍINGㆍ메트라이프 생명 기업이익 과도하게 운영… 고객 보험 혜택 낮아

금융당국이 변액보험 개정 및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변액보험의 사업비와 영업방식 등은 보험사마다 유지할 예정으로 알려져 법개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에 맞춰 이달부터 변액보험도 최저보장보험금에 한해 예금자보호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변액보험은 일반보험과 달리 보험료의 일부를 특별계정에 적립해 운용하기 때문에 예금자보호 대상이 되지 않았다. 개정안에는 이를 보완해 예금보험 대상에 변액보험의 최저보증준비금과 최저보증수수료를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오는 23일부터 적용된다.

같은 시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도 이달 중순경 변액보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 측은 “보험사 민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변액보험에 대한 개선책을 만들 계획”이라며 “개선방안 발표와 함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변액보험을 권유할 때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의 특징을 명확히 설명하고 적합성 원칙을 지키는 등 불완전판매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당국이 말 많고 탈 많던 변액보험에 대한 대대적 수술을 발표한 상태이지만, 변액보험을 취급하는 생명보험 업계의 동요는 그렇게 크지 않은 모양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변액보험에 예금자보호 기능이 갖춰지고 일부 문제점이 개선된다면 가입자가 더욱 늘어갈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도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것은 고객보호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므로 기존보다 가입자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개선책으로 인해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간 금융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던 변액보험의 사업비와 설계사들의 영업방식에 대한 개선사항은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변액보험의 소비자 불만요인 분석 및 유의사항’에 따르면 변액보험에 대한 민원사항은 ‘기대수익률에 비해 낮은 중도해지 수익률’과 ‘상품마다 다른 사업비로 인해 납입보험료의 원금 회복기간이 상이한 점’ 그리고 ‘금융소비자 자신에 적합하지 못한 상품을 추천’ 등 보험사별로 정한 사업비와 설계사들의 부적절한 영업방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실제로 보험 소비자들과 판매자들은 변액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을 원금보장보다 사업비 측면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무설계 회사에서 1년간 변액보험 설계사로 활동하며 최근 퇴직한 노 모(28세)씨는 “가입 시 제공하는 상품설명서의 ‘이 상품은 원금을 보장하지 않습니다’라는 부분을 가입자가 자필로 덧써야 한다”며 “나중에 보험사에서 가입 확인전화를 할 때 ‘고객님이 가입하는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라는 사항을 재차 확인하기 때문에 원금보장 유무를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변액유니버셜보험의 경우 원금이 보장되지 않지만, 고객이 원금보장을 중시한다면 원금이 보장되는 변액연금보험을 추천해 가입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에 변액보험의 원금보장 유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액보험과 관련해 가입자들이 가장 불만을 제기하며 보험사 측과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문제점은 바로 ‘사업비’라고 말한다.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나머지 적립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형 펀드 등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올라가는 상품이다. 이 사업비는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납입보험료의 최소 7.74%에서 최대 14.01%까지도 형성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보통 7~10년 이상 장기간 납부해야 납입한 보험료의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특히 사업비에는 계약체결비와 유지수수료로 불리는 계약관리비 등 쉽게 말해 설계사와 보험사에 돌아가는 수당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금융소비자에 적합한 상품인가와 상관없이 사업비 비율이 가장 높은 보험사 상품을 추천하는 경향이 많았다. 반대로 가입자들이 납입한 보험료가 원금을 회복하는 기간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와 동시에 발생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바로 높은 수당만을 목표로 한 일부 설계사들이 소비자들에 변액보험 상품을 설명할 때 이에 대한 장점만을 부각하거나 지나치게 포장하는 등의 부적절한 영업행태다.

지난해 변액유니버셜상품을 8회차 납부만에 해지한 한 모(31세)씨는 “재무설계사가 상담 때 자꾸 장기플랜을 강조해 변액유니버셜 상품을 추천받았다”며 “장기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거나 펀드변경이 가능한 점, 관리만 잘하면 원금회복이 빠르다며 확신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설계사로부터 다른 보험사 상품과의 비교분석이나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상품에 대한 추천없이 외국계 보험사 PCA사의 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7회 이상 보험료 납부 후 그는 언론보도를 통해 변액보험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다양한 피해사례를 접하고 자신도 같은 경우라는 생각을 씻을 수 없었다.

한씨는 “설계사는 처음에 비과세를 그렇게 강조했지만, 알고 보니 이자소득세에 한정된 비과세였고 원금보장도 되지 않다보니 만약 나중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비과세 혜택을 볼 일도 없는 상태였다”며 “8회간 400만원을 납부했지만 내가 당장 해지할 때 받을 수 있는 적립보험금은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씨가 가입한 PCA생명보험사의 사업비는 납입보험료의 12%로 생보사들 중 높은 수준이었다. 결국 한씨는 이 보험상품을 해약했고, 그는 낸 보험료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을 돌려받았다. 물론 한씨에게 변액유니버셜 상품을 추천한 설계사는 미리 받은 수당의 일부를 회사에 반납하고 매월 수령했던 유지수수료 역시 앞으로 받을 수 없게 됐다.

한씨는 “변액보험에 대한 문제를 진짜 고치고 싶다면, 변액보험이 소비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과장하고 포장해 판매한 설계사에게 더욱 엄격한 페널티를 부과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씨는 “변액보험의 가장 시급한 개선점은 지나친 사업비와 함께 이를 노리고 정직하지 못한 영업을 하는 일부 설계사들”이라며 “지나치게 높은 사업비를 줄여 가입자들도 원금회복을 하는 기간을 줄이고, 설계사들도 무리한 유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이 변액보험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처럼 금융소비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사업비 구조개선과 부적절한 영업행태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시급하다며 주장하고 있다.

또 각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강요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변액보험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외국계 생보사 메트라이프사의 관계자는 “이익을 추구하는 보험사 측면에서 사업비를 강제로 낮추라는 것은 맞지 않으며, 정부 측으로부터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받은 적이 없어 개선책을 위한 기준이 서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사업비로 인해 원금회복이 더뎌진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원금이상의 이득을 보기 마련인 변액보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중도해지하기 때문”이라며 “사업비를 정부에서 관리하기 전에는 업계에서 전부 다 다른 사업비를 적용할 수밖에 없고, 고객도 중요하지만 설계사들이 가져가는 혜택 역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개선이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회사 내에서 윤리위원회를 열어 허위ㆍ과장광고로 변액보험을 불완전판매한 설계사들에게 페널티를 부여하고 있지만, 정부 측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정부 측에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준을 바꿀 명분도 없고, 만약 제재 강도를 높인다면 설계사들이 떨어져 나가거나 지원을 하려 하지 않아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도 난감한 상황이다. 흔히 변액보험을 펀드상품으로 착각하고 가입하거나 상품을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소비자 민원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비와 설계사들에 대한 페널티는 보험사와의 이해관계에 있어 다루기 민감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보험제도팀 관계자는 “설계사 페널티 등과 관련된 부분은 회사 내부적인 문제로 감독당국이 직접적으로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금융당국도 규제완화를 위해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직접관여보다는 간접적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3개 생명보험사들의 전속 설계사 수는 12만9846명으로, ‘보험사를 먹여살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중이 막중한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GA)들은 무려 37만명에 달한 것을 나타났다.

이들 설계사들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지난해 전년대비 1200명의 설계사가 감소한 교보생명의 경우 6월 14일 기준 생명보험협회에 오른 자사 변액유니버셜 사업비가 공시된 사업비가 7년이내 계약체결비용 7.19%, 유지ㆍ관리비 5.00%로 중하위권에 속한다.

또 같은 기간 1400명의 설계사가 줄어든 한화생명의 경우 현재 같은 상품종류의 사업비가 교보생명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GA 설계사들의 고객 우선 추천순위에 있는 AIA생명과 ING생명, 메트라이프생명의 경우 비교적 높은 사업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AIA생명의 경우 7년이내 최대 계약체결비용이 6.30%, 유지ㆍ관리비 15.60%로 높은 편이었다.

물론 이들 사업비의 규모가 변액보험의 자산운용능력 정도를 평가하는 펀드수익률과 반드시 비례는 것은 아니다. 설계사들은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보험사 상품을 추천하고, 이는 곧 금융소비자들이 ‘설계사 구미에만 맞는’ 상품을 추천받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변액보험에 대한 문제점 진단 및 대책에 대해 근시일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큰 불만으로 제기하며 그동안 정부와 소비자단체 등에서 주장해온 변액보험 사업비 비중 축소와 보험설계사들의 부적절한 영업방식에 대한 제재 방안은 여전히 미제로 남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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