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리더십 ‘시험대’… 갤노트 사고 논란 여전

해외 여론, ‘너그러운’ 국내 여론과 반대로 삼성전자 사후대처에 싸늘

日 전문가 “발화사고 후 선행과제, 생산량 축소 아닌 철저한 원인규명”

삼성전자, 도요타 리콜사태에 ‘신속성’ 외 극복한 점 없어

지난 27일 열린 삼성전자 제48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로서 ‘이재용의 삼성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지만, 갤럭시 노트7의 발화사고를 시작으로 위기에 빠진 삼성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발화사고의 수습을 위해 제품 리콜 이후 판매ㆍ생산 중단을 선언했지만,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제기된 소송문제 해결과 실추된 기업 이미지의 회복이라는 과제가 막중하다.

삼성전자의 지난 후속조치에 대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의 너그러운 평가와는 반대로 일부 해외 여론은 제품 출시시기에 대한 문제점부터 발화사고 이후 삼성전자 측의 대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사고의 원인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목표량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오며, 2% 부족한 상태에서 새 닻을 올리는 이재용호에 향후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선제적 리콜조치와 제품의 교환ㆍ환불로 급한 불을 껐지만, 발화사고의 원인에 대한 최종 결론이 아직도 나오지 않은 채 이런저런 의혹을 양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처음 배터리 발화 사고가 알려진 뒤 9일 만인 지난 9월 2일 갤럭시 노트7 발화사고 조사결과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배터리 내부 분리막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품의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야심차게 기획한 신제품의 출시 2개월 만에 내린 ‘굴욕적이지만 과감한’ 조치였다.

삼성전자 측은 이처럼 갤럭시 노트7의 생산과 판매에 대한 향후 계획을 신속하게 처리한 반면, 배터리 문제 외에 제기됐던 사고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혹은 명확히 규명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이후 기계 폭발에 대한 제보가 추가적으로 나온 후에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문제는 현재까지도 배터리 결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내부 인쇄회로기판(PCB)의 결함 가능성 등 내부 시스템과 설계상에 하자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이어지며 원인규명 작업은 여러 개의 벽을 넘어야 하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고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었고, 규명해야 할 의혹과 개선해야 할 부분 역시 여러가지라는 의미였다.

사실 국내 여론은 삼성전자의 지난 후속조치에 대해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이라는 표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신제품 리콜 조치로 인한 실적 타격과 수조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국내 대표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일부 소비자들과 외국 언론들 사이에서는 리콜 발표 이후에 삼성의 행보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감돌기도 했다.

제품 폭발로 소비자에 신체적ㆍ물질적 피해와 향후 제품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큰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정확한 원인규명이나 생산 중단이라는 과감한 결정 없이 목표 생산량만 축소한 채 해당 제품의 판매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리콜을 발표한 9월 이후 제품 생산량 조절에 나섰을 뿐이다. 생산 및 판매 중지를 선언한 시기는 이로부터 한 달을 훌쩍 넘겨 리콜 선언 이후 출시된 제품에서도 발화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린 지 약 일주일 후인 10월 11일이었다. 이날 삼성전자와 국내 이통3사는 제품의 판매 중단을 밝혔다.

결국 국내외 소비자들의 삼성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했다. 무엇보다 애플의 아이폰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구입을 두고 갈등하던 외국 소비자들의 고민을 말끔히 씻어줄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브랜딩 브랜드(Branding Brand)가 1000명의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들 중 40%가 “삼성의 스마트폰을 다시는 사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anti)삼성’ 日여론 “삼성, 명확한 원인규명 없고 목표량 맞추기 급급”

특히 삼성에 우호적이지 못한 일본 여론은 삼성전자의 리콜 발표 후 행보에 대해 더욱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 측의 지난 9월 2일 결정이 한국 내에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대처처럼 볼 수 있었겠지만, 제품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원인에 대한 규명이 아직도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의혹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일본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심각한 사고발생 이후 생산을 곧바로 중단하지 않고 마치 ‘새로 만드는 물량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제품 생산을 지속, 결국 추가적 사고로 상황을 악화시켰고 해외 소비자들이 삼성 제품에 등을 돌리도록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아메미아 간지 일본 세계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일본 비즈니스 저널을 통해 “일반적으로 제품의 품질 등에 대한 큰 하자가 생긴다면, 곧바로 생산을 중단하고 원인규명을 우선해야 한다”며 “삼성은 발화사고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생산량을 줄이는 데 그쳤고, 출하 목표량을 맞추려 했을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는 배터리가 발화의 원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문제 제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고 회로 설계 등 다른 것이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애플사의 아이폰7 플러스에 앞서 출시하려 했던 성급함이 보였지만, 오히려 스스로 뿌린 씨앗으로 인해 애플에 선두를 허용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외국 업계 관계자, 특히 일본 측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날카로운 시선이 8년 전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사태가 던졌던 시사점을 삼성전자가 여전히 극복하지 못해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도요타 자동차의 가속페달 결함에 따른 충돌사고가 발생, 이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고가 대중에 알려지자 도요타 측은 줄곧 ‘이용자의 운전미숙’과 ‘바닥 매트’가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해외 여론이 악화되고 미국 정치권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비난이 일며 도요타 측은 철저한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결국 도요타 자동차는 가속페달 부품 결함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제품 생산ㆍ판매 중단과 동시에 2010년 1월부터 전세계 리콜을 실시, 무려 1200만대를 회수 또는 수리조치 했고 이 비용에 약 24억 달러(한화 2조 7000억원)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자동차 사장은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리콜 파문에 대해 사과하는 등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자사 리콜사태에 대해 허리를 숙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발화사고에 대한 리콜 발표와 제품 생산ㆍ판매 중지 결정 시기가 도요타 리콜사태 때와는 다르게 비교적 신속했지만, 제품 상 문제가 아닌 경영방식에서 비롯된 근본적 문제는 도요타의 사례와 비슷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사태는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성급한 경영방식과 원가절감에 맞춘 생산 확대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품질 하자가 큰 원인이었다. 또 순환출자로 인한 복잡한 경영구조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의식해 제품 출시 시점을 무리하게 앞당겼다는 지적은 국내외에서 수 차례 제기됐다. 이어 원가절감에 따른 품질저하와 관련된 문제도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갤럭시 노트7의 터치 컨트롤러와 홍채인식 등 기계에 적용한 다양한 부품 및 기술들은 상당수가 자체 개발로 채워졌다. 때문에 이전 버전의 제품보다 원가절감 효과와 이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의 기대감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었지만, 원가절감을 위해 도입한 일부 최저가 입찰방식이 품질저하로 이어져 이번 발화사고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처럼 그룹 내 문제로 꾸준히 지적 받아온 순환출자 그리고 이로 인한 계열사 몰아주기 구조 역시 원가절감에 따른 품질저하에 영향을 끼쳤고, 이런 ‘전략적 결함’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메미아 간지 연구원은 “삼성의 순환출자라는 복잡한 경영구조는 그룹 내 효율적 지배가 가능하고 결속력을 강화했지만, 순환출자로 묶여있는 계열사가 제작한 배터리 사용을 고집했다”며 “이번 발화사고의 원인이 배터리 부품 문제로 꼽히며 결국 순환출자로 인해 품질 최우선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은 맞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갤럭시 노트7의 발화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삼성 계열사인 삼성 SDI가 제작해 기계 내에 탑재했다. 기존까지 삼성 스마트폰 배터리는 삼성 SDI에서 60% 그리고 애플사 스마트폰 배터리 공급업체로 알려진 중국 ATL로부터 40%를 받았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리콜 발표 후 삼성 SDI의 배터리 공급을 중단하며 ATL 측의 비중을 상당히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LG화학을 배터리 공급사에 추가하기로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만약 이마저 실현된다면, 삼성은 자사 계열사에서 공급한 부품이 자신들도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 상 저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특히 외국 언론을 중심으로 애플의 아이폰의 배터리 공급사 중 가장 높은 공급비중을 차지하는 ATL도 그 비중이 40%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때문에 배터리 공급의 60%를 삼성 SDI에 챙겨줬던 삼성전자도 이번 갤럭시 노트7 발화사고가 계열사 챙겨주기 전략을 고집해 생긴 결과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재용호가 선결해야 했던 경영구조 개선-발화사고 원인규명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전자 제48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안건을 통과시키며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부회장의 책무가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 측도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실적반등과 사업재편을 이끄는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였다며 선임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이사회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 경영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에 선임되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오현 부회장은 갤럭시 노트7 발화사고의 원인규명에 대해서는 기존 삼성전자 측의 입장과 같은 해명을 반복했다.

권 부회장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에 대한 원인 파악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사건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원인 분석이 끝나면 책임소재 파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발화사고 직후 제품의 생산ㆍ판매 중단이 진정으로 국내 여론의 표현처럼 ‘신속ㆍ과감’한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량 감축에 맞춘 생산라인을 유지해 결국 신속함에 그쳤던 문제의 자각,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해외 소비자들 앞에 나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노력,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였던 발화사고의 원인규명은 아직도 이뤄지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현재의 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의 정리와 부품 체인의 다변화를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향후 이번 발화사건과 같은 악재에 또 다시 직면했을 때 왜곡된 지배구조로 인한 연쇄 붕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의 리콜사태 후 오너가 전면에 나선 사태수습의 과정에 대해 삼성전자가 주목할 필요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사내이사 선임 안건 통과를 계기로 도요타 아키오 사장과 같이 국내외 소비자들과 앞에 나서 이번 사태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약속을 밝혀야 진정으로 과감한 결단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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