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약 맺는 본부-가맹점 늘지만, 강제성 없어 ‘솜방망이’

미스터피자, 상생협약 어겨 ‘농성 중’

뚜레쥬르, 공정위 주재로 최초 상생협약

아리따움ㆍGS25ㆍCU 등 상생협약 맺기 줄 이어

협약 어겨도 처벌 사항 없어, ‘보완책 필요’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가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프랜차이즈는 매장 입점부터 홍보 및 마케팅 방법까지 한 번에 설계해 주는 가장 편한 선택지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에 뛰어든 ‘사장님’들은 계악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난관들을 겪게 된다. <주간한국>은 4회에 걸쳐 ‘프랜차이즈 가맹점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강제성 없는 협약, 허울만 좋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주관으로 상생협력협약서를 체결한 프랜차이즈 본부는 뚜레쥬르, 정관장, CU, GS, 롯데리아가 있다. 또 국회의원실의 주관으로 상생협력협약서를 체결한 미스터피자, 본죽, 아리따움, 피자헛도 있다.

이 중 CJ푸드빌의 제과 브랜드 ‘뚜레쥬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관으로 최초로 상생협약을 맺어 눈길을 끌었다.

뚜레쥬르는 지난 4월, 307곳의 가맹점주들과 상생협약을 맺었다. 뚜레쥬르 가맹본부와 점주들의 협약은 지난 2014년 가맹사업법에 공정거래협약제도가 도입된 첫 사례로 가맹본부와 점주들간의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1년간의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논의를 통해 1년이 지나면 협약의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협약 내용에는 가맹점사업자들의 계약갱신요구권 20년 보장, 기존 점포 500미터 이내 신규출점 최대한 자제, 가맹점사업자 70% 이상의 동의를 받고 판촉행사 실시, 가맹점주협의회와 가맹본부 간 분기별 정례회의 개최 등이 포함돼 있다.

CJ푸드빌의 공정거래협약은 지난 6월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와 가맹본부 사업자와의 간담회에서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CJ푸드빌은 상생 협약의 주요 내용, 협약 체결 단계별 애로사항과 극복 과정, 경영진의 관심 등 성공 포인트를 발표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현재도 분기별 회의를 통해 관련 사안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생 협약의 모범 사례도 있다. ‘본죽’은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상생 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는 본부로 평가 받는다. 본죽 또한 프랜차이즈 점주들과의 갈등을 겪은 후 지난 2015년 가맹점과의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그 후 가맹 협약을 비교적 잘 지켜 점주 및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멀티브랜드숍 아리따움은 지난 2014년 1월 본부와 상생협약을 맺고 판매 서비스 역량 교육과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GS25, CU가 상생협약을 맺었다. 지난 8월 상생협약을 맺은 CU는 상생협약에서 가맹점의 안정적 운영과 권익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상권 변화 등에 의한 손익 부진으로 폐점 시 위약금을 감면, 250m 영업지역 설정, 판촉행사 및 점포환경 개선에 대한 사전협의 및 공정한 비용부담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지난 7월 상생협약을 맺은 GS25는 협약 내용에 판촉 행사 비용의 가맹점 부담 금지, 점포 환경 개선 시 본부가 비용 부담, 불공정 거래 행위의 사전 예방 절차 마련 등을 담았다.

전반적으로 각 본부들의 협약을 살펴보면, 그 동안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근거리 출점, 물류비 폭리, 광고비 징수를 금지하는 내용을 상생 협약에 담았다. 협약이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의 얼굴에는 늘 웃음꽃이 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90일이 넘게 농성 중인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상생협약을 지키지 않는 본부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PK그룹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지난 2015년 8월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중재로 상생협의서를 체결했고, 11월에는 부속합의서와 가맹점 위기 극복에 따른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 협약에는 효율적 광고비 집행과 식재료비 인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MPK그룹이 상생협약을 지키지 않아 폐점을 택하는 점주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올 4월에는 MPK회장의 폭행 사건으로 매출 하락까지 점주들이 떠안아야 했다.

이에 따라 일부 미스터피자 점주들은 방배동 MPK 본사 앞에서 상생협약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가맹점단체 활동을 해 온 점주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부에 해가 되는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상생협약을 주관했던 국회의원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본부가 협약을 지키지 않으며 배짱을 부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특정 단체의 중재로 가맹 협약을 맺은 경우, 단체의 힘에 따라 협약의 유효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약 맺었다고 긍정적 평가 내리기에는 아직 일러

가맹사업법 제 15조의 4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 협약 체결을 권장하고 이행을 독려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법안은 허점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상생 협력 협약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어겨도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맹점주 연석회의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신사협정’이며 법적 효력은 없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가맹협약을 개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협약을 불이행할 시 가맹본부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드는 것이다.

또 협상 당사자를 위임을 받은 최대 회원의 가맹점 단체로 제한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 <주간한국> 프랜차이즈 특집에서도 지적했던 물류비 폭리 등을 막기 위해 기본 항목에 원부재료, 3자 계약 투명성 보장 등의 항목을 추가하는 안도 있다.

만약 상생 협력 협약서를 체결하지 않았을 시 가맹본부에 불이익을 주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여하는 상생기업 인증 마크를 가맹점에 부착해 줌으로써 상생협약을 늘려가는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지난 2014년 개정된 가맹사업법은 채무적, 규범적 효력을 갖는지 아님 그저 ‘신사협정’일 뿐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만약 본부가 상생협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일시적 거래 중지 등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넣는 쪽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본사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상생협약을 맺은 후 이용하기도 한다. 본부에게 협조적인 가맹점들을 모아 협약을 맺는 것이다. 반면 본부에 비협조적인 매장에는 내용증명 등의 방법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 이중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현재 가맹본부는 협약을 맺기를 원하는 가맹점 단체와는 모두 협약을 맺어야 한다. 가맹사업법에는 단체 간 차별적인 취급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므로 더 나은 조건으로 맺은 협약이 모든 단체들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생협약으로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상생 협약이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도의를 문서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본부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한 식품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들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생협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가맹점주들은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했다. 할 수 없이 본부는 그나마 유연한 태도를 보인 가맹점주들을 모아 상생협약을 맺으려 하고 있다. 이 업계 관계자는 “상생협약을 통해 서로 원하는 안들을 절충해야 하는데 아예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더 이상의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해 대화가 가능한 점주들과 협약 체결을 준비 중”이라 설명했다.

일부 가맹본부는 가맹점들의 상생협약 체결 요구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점들이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가맹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가맹사업법이 개정됐지만 상생협약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 미스터피자 가맹본부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생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처럼, 최근 협약을 맺은 본부들 또한 시간이 더 흐른 다음에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강제성이 없는 협약일지라도 기업이 가맹점들을 모아 놓고 약속을 했으면 이를 지키는게 상식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