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여성임원 2.4%에 불과…삼성그룹 1위, 현대차 대조적

오늘날 여성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전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의 경우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히 견고하고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서 여성임원으로 활약하거나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이 3%에도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29개국 중 유리천장 지수 부문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국내 10대 대기업그룹 상장사에서 활약하는 여성임원은 100명 중 2명꼴에 불과했다.

4일 재벌닷컴이 10대그룹 상장사가 제출한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상 등기와 미등기 임원을 집계한 결과 전체 임원은 559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임원은 등기 11명과 비등기 123명 등 모두 134명으로 전체 임원의 2.4%에 불과했다.

그룹 중 여성임원의 비중이 평균(2.4%)을 상회한 곳은 삼성(4.18%), 롯데(4.05%), 한진(3.43%) 3곳이었다.

여성임원의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전체 임원 958명 중 3명(0.31%)에 그쳤다. 여성임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전체 1937명 중 81명으로 4.53%를 차지했다. 국내 1ㆍ2위 기업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 셈이다.

대가(家)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임원 288명 중 여성임원은 1명(0.35%)에 그쳤고, 기아차ㆍ현대모비스ㆍ현대제철 등엔 여성임원이 없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189명의 임원 중 여성임원은 1명(0.53%)에 불과했다.

반면 삼성그룹 개별 상장사를 보면 삼성전자의 여성임원은 1038명 중 47명으로 4.53%를 차지했다. 옛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의 여성임원은 185명 중 10명(5.41%)이었다.

멀티캠퍼스는 임원 9명 중 1명(11.11%)이 여성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가장 높다. 삼성카드와 제일기획도 여성임원 비중이 각각 9.68%, 8.33%로 높은 편이다.

밖에 여성임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으로는 롯데쇼핑이 전체 임원 149명 중 여성이 12명으로 8.05%였고, 현대차그룹 계열사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여성임원도 2명으로 7.69%를 차지했다.

SK텔레콤에선 전체 임원 86명 중에 여성이 4명(4.65%)이었고, SK이노베이션의 여성임원도 3명(4.69%)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LG그룹의 여성임원 비율은 1.44%에 머물렀고, 대표 계열사인 LG전자의 여성임원은 308명 중 3명(0.97%)에 불과했다.

한화그룹도 310명의 임원 중 여성임원은 2명으로 0.65% 수준에 그쳤고, GS그룹 상장사에서 근무하는 여성임원은 1명(0.70%)뿐이었다.

이에 SK그룹 계열사인 SKCㆍSK하이닉스ㆍSK가스, LG그룹의 LGㆍLG상사ㆍLG이노텍, 롯데그

룹의 롯데제과ㆍ롯데정밀화학, GS그룹의 GS글로벌ㆍGS건설, 한화그룹의 한화테크윈ㆍ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포스코대우, 현대미포조선 등의 여성임원 비율은 0%였다.

한투자증권ㆍ한화생명보험, SK증권, 롯데손해보험, HMC투자증권 등 금융회사에도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10대그룹 상장사 여성임원 현황 (단위: 명, %)

그룹명 등기임원 미등기 임원 전체 임원
여성 합계 여성 합계 여성 합계 비중
1 삼성 4 117 77 1,820 81 1,937 4.18
2 현대차 1 85 2 873 3 958 0.31
3 SK 1 103 10 471 11 574 1.92
4 LG 0 77 11 688 11 765 1.44
5 롯데 4 61 12 334 16 395 4.05
6 포스코 1 38 1 107 2 145 1.38
7 GS 0 43 1 99 1 142 0.70
8 한화 0 50 2 260 2 310 0.65
9 현대중공업 0 10 1 179 1 189 0.53
10 한진 0 28 6 147 6 175 3.43
합계 11 612 123 4,978 134 5,590 2.40
※ 자료: 재벌닷컴(2016년 사업보고서 기준) (타 상장사 등기 혹은 미등기 임원 겸직자 포함)

30대 그룹 임원 승진자 3%에도 못 미쳐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에겐 승진에서도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단행된 대기업 인사에서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4%에 불과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중 올해 임원 인사를 단행한 18개 그룹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임원 승진자(신규 임원 포함) 1517명 중 여성은 2.4%인 3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그룹의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중이 24%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내 여성의 승진은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초급 임원이라고 할 수 있는 상무급(이사급 포함)에 몰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임원 승진자 37명 중 상무급이 34명(91.9%)이고, 나머지 3명(8.1%)은 전무급이었다.

이 전무급 3명 중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녀인 장선윤 롯데호텔 전무와 조양호 한진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조미진 현대차그룹 전무(인재개발원 부원장) 1명만 남는다. 여성 임원 승진자 가운데 부사장급 이상은 아예 없었다.

반면 올해 남성 임원 승진자는 1480명으로 전체의 97.6%를 차지했다. 이중 전무급 이상 승진자는 303명(20.5%)으로 남성 임원이 여성보다 100배 이상 많았다.

<표> 30대 그룹 여성 임원 승진자 비중

瀏痢? 기업 수 여성임원 승진비중 여성임원 승진자 수 전체 승진자 수
신세계 14 10.2% 5 49
CJ 14 5.7% 4 70
현대백화점 11 5.0% 2 40
롯데 46 3.8% 10 263
한진 9 3.8% 2 53
효성 4 2.9% 1 34
LG 19 2.7% 4 150
대림 8 2.6% 1 38
GS 12 2.2% 1 45
KT 10 2.2% 2 93
현대자동차 25 1.1% 4 348
한화 18 0.8% 1 124
포스코 6 0.0% - 33
현대중공업 13 0.0% - 96
LS 11 0.0% - 31
금호아시아나 8 0.0% - 15
대우건설 1 0.0% - 12
한국타이어 5 0.0% - 23
총합계 234 2.4% 37 1,517
출처 : CEO스코어 (단위 : 명) * 30대 그룹 중 올해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내역을 공개한 18개 그룹 대상 * 신규임원 및 승진자만 집계


30대 그룹 중 승진한 여성임원 비율이 평균(2.4%)를 넘는 곳은 LGㆍ롯데ㆍ한진ㆍCJ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ㆍ효성ㆍ대림 등 8속에 불과했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LS,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한국타이어 등 6개 그룹은 올해 여성 임원 승진자를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임원 승진 비중 상위권에 모두 유통 그룹이 랭크된 점이다. 신세계그룹은 여성 임원 승진자 비중이 10.2%(5명)로 유일하게 10%를 넘었고, 이어 CJ(5.7%, 4명), 현대백화점(5.0%, 2명), 롯데(3.8%, 10명) 순이었다.

신세계그룹의 신규 선임된 임원은 안혜선 이마트 리빙담당 상무보, 여주은 신세계프라퍼티 마케팅담당 상무보, 위수연 리징담당 상무보 등 3명이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장성은 상무, 김묘순 상무가 승진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씨가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이 상무대우로 승진한 것이 특징이다. 윤효정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신선식품센터장, 이선정 CJ올리브네트웍스 H&B사업부장, 김철연 CJ E&M 미디어 사업전략담당도 각각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명진 한섬 캐주얼사업부장이 상무보에서 상무을로 승진했고, 노정민 현대백화점 현대어린이미술관장은 상무보가 됐다.

롯데그룹은 인원수로 가장 많은 10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했는데 오너일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딸 장선윤씨가 호텔롯데 전무로 승진했다. 그외 이상진 대홍기획 상무보A, 한지현 롯데쇼핑 상무, 정선미 롯데쇼핑 상무보B, 선우영 롯데하이마트 상무가 임원으로 승진했다. 강지은 대홍기획 상무보B, 강수경 롯데첨단소재 상무보B, 이설아 롯데쇼핑 상무보B, 조수경 롯데쇼핑 상무보B, 진은선 롯데칠성음료 상무보B가 임원진에 새로 합류했다.

여성임원이 극히 저조했던 현대차그룹은 성과를 이뤄낸 여성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부원장 조미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현대ㆍ기아차 제품UX기획실장 김효린 이사대우, 현대캐피탈 리스크관리실장 이소영 이사대우가 각각 이사로 승진했고, 현대카드 CS실장 강은영 부장이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내 여성임원은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LG그룹도 박경아 LG전자 부장, 이정미 (주)LG생활건강 부문장 등 4명이 상무로 승진했다.

이외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무가 대한항공 전무B에서 전무A로 승진했고, 한화그룹에선 박지영 한화케미칼 상무가 승진했다.

장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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