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설명의무, 더 충실히 했어야 마땅했다”

현대해상,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설명의무 없다”며 계약자와 소송까지 끌고가

법원, 고객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암 보험 약관에 “설명의무 필요했다” 판단

보험사 아닌 고객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보험약관, 현대해상만 몰랐나(?)

현대해상의 암 보험금 축소 지급과 설명의무를 사실상 위반해 법정 패소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암 보험 축소 지급 등을 둘러싸고 계약자와 소송까지 벌였다가 법정 패소한 현대해상의 사례가 암 보험 설명의무에 대한 보험업계에 경종을 울릴 전망이다.

중년 여성 M모씨는 지난 2014년 초, 현대해상화재보험의 한 암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해당 보험상품은 10년 만기로 암 진단비 2000만원과 소액암 이외의 암 진단비 2000만원 그리고 갑상선암 진단비 400만원을 보장하는 등의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1년 반 정도가 지난 2015년 여름경, 안타깝게도 M씨는 대학병원으로부터 ‘갑상선의 악성신생물(암 분류번호 C73)’과 ‘머리·얼굴·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암 분류번호 C77)’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악성신생물이라는 용어는 한자 명칭 그대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각종 종양, 즉 ‘암’을 의미한다.

이에 M씨 측은 암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최초 진단을 받은 지 약 9개월이 지나서야 지난 2014년 초 가입했던 현대해상의 암 보험상품의 계약 내용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했다.

M씨가 대학병원으로부터 진단받은 ‘머리·얼굴·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이라는 부분은 보험계약 약관 상 일반암에 해당했다. 즉, M씨는 현대해상으로부터 보험금을 청구하며 암 진단비 그리고 소액암 이외의 암 진단비 총 4000만원을 지급 받아야 옳았다.

그런데 현대해상 측은 M씨 측의 보험금 청구에 4000만원보다 한참 모자란 400만원만을 갑상선암 진단비 특약으로 지급했다. 진단 내용 중 ‘갑상선의 악성신생물’에 대한 부분만을 보험금 지급 심사에 포함시켰던 것이었다.

향후 밝혀진 사실이지만, 현대해상 측은 M씨가 진단받은 ‘머리·얼굴·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 부분에 대해, “두 증상이 각각 따로 일어난 것이 아닌, 갑상선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된 것일 뿐이므로 갑상선암과 별도의 암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M씨 측은 이런 현대해상 측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이 대학병원으로부터 진단받은 C73과 C77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이돼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각각 따로 일어났기 때문에 C77 부분이 보험계약 약관 상 일반암이 분명하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M씨는 현대해상과의 보험계약 약관 중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일차성 암이 확인된다면 암의 ‘원발부위’ 즉 암이 최초로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보험계약 체결 당시 현대해상 측 설계사나 상담원 등으로부터 이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해상 측이 보험계약 상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갑상선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된 것”이라는 주장이 의미가 없다고 덧붙이며, 총 4000만원의 일반암 진단비 중 이미 지급한 4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3600만원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대해상 측은 M씨의 주장과는 달리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대해 설명의무가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결국 대형보험사와 보험계약자 간 일반암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소송전이 벌어졌다.

설명의무 보다 충실해야 했던 암 보험 약관, 그것을 필요 없다고 주장한 현대해상

이번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해상과 M씨 양측 간의 주장에 대해 M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M씨가 진단받은 암 분류표 상 C77 부분을 보험계약 상 일반암으로 볼 수 있고, 보험계약 약관 해석에 있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반영했다.

실제로 M씨의 C77에 해당하는 암은 M씨가 가입한 현대해상 해당 보험상품이 암을 분류하며 그 기준으로 제시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 따라 ‘불명확한,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이라고 정의돼 있었다.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현대해상 본사 건물. (사진=한민철 기자)
법원은 여기에 C77에 해당하는 암을 ‘일반암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M씨의 진단명에 C77이 별도로 부여된 것이 별도의 암을 진단받은 것이 아닌, 갑상선암의 진행 정도만을 나타내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현대해상 측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상 약관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원칙을 고려했다”며 “M씨의 경우와 같이 갑상선암이 머리·얼굴·목의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도 일반암 진단이 확정된 경우로 일반암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현대해상 측의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대해 설명의무가 있지 않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따라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최초 발생한 부위인 갑상선을 기준으로 분류해 일반암 진단비를 지급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실질적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만큼, 보험계약 상 중요한 내용이라고 바라봤다.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의하면 보장 범위가 축소되는 경우가 일어나는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자세한 명시나 설명 절차가 필요했다는 의미였다.

특히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일차성 악성신생물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해 일반암에서 제외된다는 것에 대해 약관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알거나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현대해상 측이 보험계약 당시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M씨의 보험계약 체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해상은 이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 부분에 대해 아예 설명의무가 필요없다고 주장했던 만큼 현대해상 측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현대해상은 법정 패소했고, M씨 측 주장대로 나머지 일반암 진단비 3600만원과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하게 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보험계약 상 보험금 지급사유는 일반적으로 보험증권이나 약관 기재내용에 의해 결정되지만, 보험약관은 가입자들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돼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이 법조계와 그런 법조계의 판단을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보험업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해상의 이번 사례는 고객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암 보험의 약관 내용을 알기 쉽고 분쟁거리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개선 방향에 역행한 경우라는 지적을 들어 마땅했다.

또 M씨와 같은 고객들이 암 보험의 약관 내에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이 실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절차를 더욱 충실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명의무가 필요한 부분조차 그럴 필요가 없다며 소송까지 끌고 가다 패소한 현대해상의 이번 사례는 업계 내에서도 엄중히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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