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능력 상실의 아픔 겪은 신입사원에 책임 지우려 한 넥센타이어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안전경영 시스템 보다 강조하는 넥센타이어

3년 전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입사 1년 안 된 청년 노동자에 끔찍한 사고 발생

노동능력 일부 상실한 노동자에… 두 번 눈물 흘리게 했던 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의 안전경영 시스템 뒤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청년 노동자의 사고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사진=넥센타이어 제공)
한민철 기자

최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발생한 생산직 노동자의 사망사고로, 관련 업계에서는 공장 안전관리에 보다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넥센타이어가 이런 철저한 안전관리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며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3년 전 넥센타이어 신입사원의 안전사고 사례가 뒤늦게 밝혀지며, ‘왜 이제야 안전관리 조치에 적극적인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당시 넥센타이어는 사고를 당한 신입사원에게 그 사고의 책임을 지우려고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시급한 안전관리 조치가 요구되는 설비에 대한 사측의 안일한 대처가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는 고무 원단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와 롤 작업 중 이 두 설비의 사이에 끼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사실 타이어 생산 공장은 다른 곳보다도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노동 현장이다. 생산 설비가 고압·고온의 경우가 많고, 노동자의 장시간 수작업을 요구하는 공정도 많은 편이다.

또 공정 중 생산품 등을 운반하는 과정이 다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각종 상해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공장 내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타이어의 주원료인 고무에서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단순한 화재가 아닌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타이어 공장 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가 필수적이다. 이에 최근 한국타이어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철저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함께 국내 타이어 생산 ‘빅(Big)3’를 형성하고 있는 넥센타이어의 경우, 한국타이어의 사망사고 이후인 최근 들어 자사 타이어 생산 공장에 새로운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동자들에 안전교육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과거 공장 내에서 발생했던 안전사고를 취합해 관련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각 부서원에게 전파하는 등 노동자들의 필수 안전수칙에 대한 숙지를 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전모 미착용, 운행 중 전화 통화 등 안전규칙 위반으로 적발되면 해당 인원을 안전학교에 입소시켜 장시간의 안전사고 교육을 이수시키거나, 화재 등 긴급사태 발생을 대비한 모의 소방훈련도 분기마다 한 번씩 실행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측은 이런 ‘안전경영 시스템’을 통해 자사의 안전관리의 철저함을 강화하고, 산업재해율을 크게 낮출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의 사고로 인해 넥센타이어의 안전경영 시스템이 보다 돋보이고 바람직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보다 미리 실시해 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 전, 넥센타이어의 창녕 공장에서는 저년차 노동자가 주변 안전관리 부족으로 인해 큰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고를 입었던 노동자는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의료기관으로부터 운동장해 등으로 인한 노동능력을 상실 판정을 받았고, 자칫하면 이번 한국타이어 사망사고의 경우처럼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당시 사고를 당했던 A씨는 지난 2013년 넥센타이어의 생산직 정규사원으로 입사해 창녕공장에 배치, 타이어 제조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A씨는 입사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2014년 9월 어느 날, 같은 조를 이루고 있던 선배 작업자들과 오전부터 타이어 고무 원료를 녹이는 가류기의 몰드(Mold) 교체작업에 정신이 없었다.

A씨는 고무 원료 이동용 컨베이어 벨트를 해체해 놨었는데,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위해 이를 원위치 시키려 했다.

그런데 A씨는 당시 같은 조의 선배 작업자 B씨가 운전하던 지게차가 후진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만 지게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이 지게차에 발목을 2차례나 역과 당하는 상해를 입었고, 급히 병원으로 실려가 족관절 양과골절 등의 진단을 받게 됐다.

넥센타이어 “사고 책임, A씨에게도 있어” 주장

A씨는 사고 시점으로부터 무려 13개월 동안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로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치료 종료 후 1000여만원의 자비를 들여 흉터 제거 수술을 받았고, 이후 병원으로부터 족관절의 강직으로 인한 운동장해 등으로 일부 노동능력을 상실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됐다.

입사 1년이 되지 않았던 젊고 한창 일할 나이의 노동자는 결국 끔찍한 안전사고 이후 1년이 넘도록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한 채 병원 신세를 졌고, 청년 노동자에게는 사망선고와도 같은 노동능력 상실이라는 판정을 받게 됐다.

타이어 생산 공장은 다른 현장보다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사진은 해당 보도의 넥센타이어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
그러나 넥센타이어 측은 이 사고의 일부 책임을 A씨 측에 돌리며, 그를 두 번 울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치료가 완료된 후 자신의 사고가 넥센타이어 측의 안전관리 의무 소홀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넥센타이어 및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넥센타이어 측은 이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의 주장 대부분을 반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넥센타이어의 해명에 따르면, 창녕공장 현장에서는 A씨를 사고에 이르게 한 지게차에 대해 지속·반복적으로 안전 특별교육을 실시해 왔고, 매일 10분씩 파트별로 교육을 통해 사용자들의 안전을 위한 주의를 기울여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B씨가 운전한 지게차는 후진 알림기능이 부착돼 후진 작동 시 후방에 부착된 경광등이 켜지고 경고음이 울려 주의를 환기시키는 등, A씨가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가 돼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넥센타이어는 오히려 A씨가 작업순서를 무시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사고를 당했다고 반박했다.

넥센타이어는 A씨 측이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A씨의 사고는 지게차가 작업장을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그가 작업순서를 무시하고 지게차의 후진 알림음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하다 발생한 것”이라며 “넥센타이어에는 책임이 없거나, 있더라도 A씨의 과실이 더 크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넥센타이어 측의 이런 주장 상당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재판을 담당했던 부산지방법원을 통해 향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지게차 사용자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실시해 온 사실은 있었지만, 신입사원인 A씨에게는 관련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의 재판부는 A씨의 과실이 더 크다는 넥센타이어 측 주장에 정반대의 판결을 내놨다.

만약 A씨가 사고 당시 지게차 운전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 그의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소홀함을 지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지게차 운전과는 무관하게 컨베이어 벨트를 원래 위치에 되돌려 놓는 작업 중이었다. B씨가 지게차를 후진하기 전 후방 사각지대를 제대로 살펴봤다면, 지게차가 A씨에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넥센타이어가 주장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수칙을 A씨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조를 이루고 있던 B씨 및 기타 선배 작업자들 모두가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지게차가 교체된 몰드를 운반해 작업반경으로부터 벗어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른 선배 작업자 C씨는 이 교체된 몰드의 조립을 위해 가류기 조작패널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쉽게 말해 지게차가 작업반경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가류기 조작패널 내 몰드 조립 작업을 해야만 안전한 작업수칙이었다.

넥센타이어의 주장대로 자사는 안전 특별교육 등을 실시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주의를 기울여 왔다고 해명 했지만, A씨와 그의 같은 조 선배들 모두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재판부는 지게차가 작업장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 부주의하게 컨베이어 벨트를 원위치시키며 지게차 이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과실은 인정된다고 말하면서도, 오히려 B씨가 유도자도 없이 지게차를 후진하며 사각지대 확인 등 주의의무를 해태한 과실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고용주인 넥센타이어가 근로자의 안전확보를 위한 주의의무 내지 다른 피용자들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해태한 과실이 인정된다”라며 “넥센타이어가 A씨에게 지게차와 함께 몰드교체 작업을 할 때 안전수칙에 대해 충분한 안전교육을 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넥센타이어 측 “A씨 사고가 안전관리 보다 강화하는 계기 됐다”

법원의 A씨에 대한 일부승소 판결로 넥센타이어는 B씨와 연대해 5500여만을 A씨에게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A씨가 당시 사고로 노동능력 상실 판정을 받은 것을 5500만원으로 위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들로부터 안전수칙에 대해 배워나가야 할 단계인 신입사원 신분의 A씨에게 사실상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넥센타이어의 태도는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기 충분했다.

특히 넥센타이어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안전경영 시스템’을 A씨의 사고가 있었던 당시가 아닌 이제야 제대로 실시하고 있는 점은 사측에서도 되돌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넥센타이어 측은 당시 사고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이를 기점으로 자사의 안전관리 조치가 보다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게차 관련 사고는 당시 사고가 지난 2012년 창녕 공장 가동 이후 처음이며, 사고 후 현재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매월 지게차 작업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현장 근무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일 작업 전 안전교육을 관리감독자 지도하에 모든 근로자들이 모인 상태에서 실시하고 있다”라며 “지게차 운행자에 대한 특별안전교육을 외부강사를 초빙해 16시간을 별도로 실시하는 등 현장근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에 대한) 사고 후 안전조치사항으로 의무가 아님에도 지게차 뒷바퀴에 별도의 안전커버를 제작해 부착했으며, 작업방법도 일부 보완·변경했다”라며 “변경된 주요사항은 모든 작업자들이 지게차가 운행될 때 지게차 이동을 유도하여 작업장소에서 출발한 뒤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당시 사고와 별개로 지게차 운행구간 곳곳에 지게차 이동 시 알람음이 발생하게 했고, 주변 근무자들이 지게차 운행을 알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취하여 유사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센타이어 측은 창녕공장 가동 이후 지게차 관련 사고는 A씨의 사례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준공식. (사진=연합)
특히 넥센타이어는 A씨의 사례와 같이 공장 내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다면 고용노동부에 신속히 보고하고 있으며, 사고발생 개요 및 후속조치를 명시한 산업재해조사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A씨의 사고로 인해 고용노동부에서 넥센타이어에 내방해 현장 감독도 실시했고, 넥슨타이어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해 사고 후 대책방안에 대해 협의해 관련 문제점을 개선해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넥센타이어 측은 “A씨의 사고 발생과 관련해 내부 전파 및 교육 확대, 사고 장치 보완 등 내부적인 개선 활동을 조속히 실시했다”라며 “관계 기관에도 적법한 절차를 통해 보고 사항을 제출하는 등 해당 사고의 재발 방지는 물론 타 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인지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