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ㆍ영진 CEO ‘빨간불’… 대웅 후임 ‘불투명’

이정희ㆍ김영주 사장 ‘승승장구’

박수준ㆍ김철준 사장 연임 쉽지 않을 듯

보수적인 인사 관행 유지될 전망

제약사들의 주주총회가 몰려 있는 3월이 다가옴에 따라 CEO(최고경영자)들의 거취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제약사 CEO 14명의 임기가 끝난다. 임기가 끝나는 CEO는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 김철준 한독 사장, 박전교 삼천당제약 사장,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 정미근 신일제약 사장, 안재만 국제약품 사장,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 강태원 경보제약 사장, 전재광 JW홀딩스 부사장, 차성남 JW생명과학 사장, 김만훈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 박수준 영진약품 사장이다.

이정치 회장은 1942년 생으로 올해 만 76세다. 따라서 은퇴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도 물러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도 1949년 생으로 만 69세다.

대웅제약 후임으로 강영철 고문 거론

제약업계에선 이 부회장 후임자가 강영철 대웅제약 고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 고문은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이다.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한 후 대통령자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위원을 맡았다가 2003년에 풀무원 부사장이 되면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그는 10여년 동안 전문경영인으로 일했다.

풀무원홀딩스 미국부문 사장을 맡는 동안 미국 현지에서 기업 인수합병 등의 경험을 쌓았다. 이어 2014년부터는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으로 일했다.

그는 2017년 10월 대웅제약으로 영입돼 고문을 맡고 있으며 주로 담당하는 분야는 해외 진출 및 글로벌 경영전략이다.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규제개혁 정책을 이끄는 자리로 요직이었다. 강 고문이 이런 요직에서 2014년 7월부터 대략 3년 간 일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강 고문이 부회장이 될 것이란 소문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CEO들은 전반적으로 유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제약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문제는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의 재선임 여부였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별 어려움 없이 연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차기 이사장도 맡게 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6일 이사장단 회의를 열고, 차기 이사장 자리에 이정희 사장을 내정했다.

다음달 13일 이사회 보고와 총회 추인절차가 남아있지만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이 사장이 제 13대 이사장 자리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 이사장 임기는 2년이며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현 이사장인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이정희 사장이 차기 이사장에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김영주 종근당 사장이나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다. 종근당은 2년 연속 고성장에 성공했다. 종근당은 이에 따라 18일 무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보통주 1주당 0.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하며 이에 따라 보통주 47만186주가 새로 발행된다. 종근당 총 발행주식 수는 987만9236주로 증가한다.

종근당의 무상증자는 2001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며 무상증자는 주주들에게 무료로 새로 발행한 주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종근당은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8320억 원, 612억 원이었으며 각각 전년에 비해 40%, 43% 늘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6404억 원, 영업이익 568억 원으로 각각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 38.2% 증가했다.

2016년 도입한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패밀리,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젯’ 등이 성공한 것이 실적 상승에 큰 영향을 줬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도 인보사 개발 성공 공로가 있고, 내년부터 실적이 본격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연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준 영진약품 사장은 연임 쉽지 않을 듯

그렇지만 박수준 영진약품 사장은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진약품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선 영진약품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3년 연속 2%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장 제약사 평균은 8% 가량이다.

영진약품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줄었다. 영업이익은 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억 원)에 비해 62.5% 줄어들었다.

3분기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47억 원과 48억 원이며 영업이익률은 3.3%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떨어졌다.

영진약품의 지난해 분기별 영업이익도 감소하는 추세였다. 1분기 27억 원에서 2분기 12억 원, 3분기 9억 원으로 떨어졌다.

JW홀딩스 전재광 부사장은 2018년도 인사에서 JW중외제약 대표이사로 발령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전 부사장은 새로 3년 임기를 시작한다. 또 2019년 3월 임기만료인 한성권 JW중외제약 사장은 지주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2021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또 JW그룹은 함은경 JW생명과학 부사장을 비상장사인 JW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으로 보냈다. 아직 JW생명과학 후속인사 언급이 없어서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차성남 대표이사는 연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인사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앞으로 고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 김만훈 사장도 무난하게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김철준 한독 사장은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2009년부터 3연임에 성공했으나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한독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3248억 원, 영업이익은 16억 7000만 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24억 원 적자였다. 매출액은 1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2% 줄었다.

이 회사의 2016년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39.7% 줄었다.

교체될 CEO 많지 않을 듯

제약업계는 타 업계에 비해 보수성이 강하다. 이런 강한 보수성은 CEO인사에도 반영된다. 2014년에는 10개 기업 전문경영인들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1곳을 빼고 전부 유임됐다. 2015년에는 임기가 끝난 전문경영인 8명 가운데 연임이 2회(임기 3년)로 제한된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을 뺀 7명이 전부 재 선임됐다.

제약업계 사상 제일 많은 전문경영인들이 임기 종료를 맞이했던 2016년 3월 주총시즌에는 21명 가운데 4명만 교체됐다. 그러나 지난해 초 13명 가운데 임기가 끝나 물러난 인사는 3명이었지만 임기와 무관하게 10명이 교체되기도 했다.

제약업계 인사들은 올해도 보수적인 인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3월에 임기가 끝나는 CEO 중 최소 2~3명 정도는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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